[미지] 냉정과 열정 사이

🎶 The Whole Nine Yards

2023.07.22 | 조회 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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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지입니다.

제가 예약 발행 시간을 잘못 설정해 두어서 자정에 발행이 안 되었더라구요...... 😂 뒤늦게 발견해서 후다닥 발행해 봅니다. 좀 더 꼼꼼히 챙기도록 할게요. 모쪼록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를 바라요!

 


 

비가 오는 날에는 냉정과 열정 사이 ost 앨범을 즐겨 듣습니다. 지금 시집을 탐독하듯 아직 교복을 입던 시절에는 일본 소설을 섭렵했었고,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그의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냉정과 열정 사이』구요.

그 시절의 제 모습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ー어쩌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구요ー,품에 안고 다니던 주황색 표지의 로쏘(rosso, 에쿠니 가오리 저)와 파란색 표지의 블루(Blu, 츠지 히토나리 저)의 그 색채만은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서른의 생일에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에 오르겠다는 다짐을 품기도 했었는데, 어느새 서른이 되었고, 생일도 지나 버렸어요. 물론 만으로는 아직 기회가 남아 있긴 하지만, 글쎄요. 남은 일 년 동안 열다섯 무렵의 제가 기대했던 만큼의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제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적어도 열다섯이 상상했던 서른보다는 마음의 키가 덜 자란 것 같아요.

15년 동안 그 책을 다시 읽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 영향을 받고 있었어요. 영화화된 것을 종종 찾아 보았고, 그보다 자주 ost 앨범을 들었고, 그때마다 “사람이 있을 곳은 누군가의 마음속뿐이란다”라는 대사를 떠올리며 깊이 공감했습니다. 트위터 계정으로 소설 속에서 나오는 애칭(데조로, tesoro, 보물)을 사용하기도 했구요. 그런 나날들 속에서 문득, 쥰과 아오이가 가진 온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냉정과 열정, 그 사이에 있는 마음에 대해서요.

살다 보면 나와 다른 온도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저는 그들이 차갑다고만 생각했어요. 저는 대부분 뜨거웠으니까요. 타올랐고, 끓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잦았으니까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더라구요. 제가 지나치게 뜨거웠을 뿐, 상대방도 그만의 ‘온기’를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도 같더라구요. 설령 냉기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저와 가까이 있을 때만큼은 그의 체감 온도가 상승했을 겁니다. 그렇게 믿기로 했어요. 저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구요. 누군가를 데울 수 있는.

저에게는 사랑을 뱉지 않고는 못 버틸 것 같을 때가 있는데요.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어쩌면 나는 열기에 가까울지도 모를 이 온기를 누군가에게 주어야 타 버리지 않겠구나. 나는 차가운 손으로 내 이마를 식혀 줄 사람이 필요한 거구나. 그리고 그의 손이 얼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필요하겠구나. 말하자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필요하겠구나. 내가 머무를 마음도 어딘가에는 있겠구나.

여러분은 냉정과 열정 사이,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흑심; 내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에게>는 선인장도 안아 주는 '미지'와 고양이처럼 나뒹구는 비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주연'이 함께합니다.

· 미지: poem.aboutyou@gmail.com / 마음을 기다리고 있어요.

· 주연: micoks2@naver.com / 답장에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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