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 사랑의 생애

이승우, 『사랑의 생애』

2023.07.12 | 조회 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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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생애 주기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 하나의 마음은 하나의 세상과 다르지 않아서 우리는 새로운 마음을 품을 때마다 그 전과는 다른 세상에 놓이게 된다. 그러니까, 하나의 마음은 그 마음이 불러온 세상 속에서 또 하나의 나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몇 번이고 새롭게 태어난다. 어제와 다른 나, 당신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나로.

"몸 안에 사랑이 살기 시작한 이상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 사람은 사랑하지 않는 다른 사람과 다를 뿐 아니라 사랑하기 전의 자기와도 같지 않다. 같을 수 없다. 사랑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가장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키는 마음은 바로 사랑이고, 그 사랑은 우리를 "용감해지거나 너그러워지거나 치사해"지게 만든다. 사랑은 형태를 특정할 수 없다. 당신과 내가 어떤 관계로 명명되는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가진다. 그렇기에 나도 계속해서 새로 태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했던 나로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기에,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을 수 없기 때문에.

마음이 생겨날 때마다 그 마음을 둘러싼 세상이 창조되고, 그 세상 속의 나 또한 재조립된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네가 제일 좋아'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거짓이 될 수 없다. 나와 당신으로 이루어진 세상에서는 당연하게도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 받는 사람이다.

시간이 흐르고 여러 상황들을 겪으면서 마음이 소멸된 후에는 어떨까.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미 무언가가 싹을 틔운 세상은 그것이 시들어 버린다고 해도 그 전의 세상과 같아질 수 없다. 땅이 그것의 생명력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마음이 사그라들지언정 그 마음이 나에게 주었던 행복 혹은 슬픔은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나의 역사가 되며, 모든 사랑의 생애는 곧 나의 생애로 귀결된다. 사랑하지 않는 자의 삶의 내력은 희미할 수밖에 없다. 나는 선명하게 살아 있기 위해서 오늘도 사랑의 생애를 헤아린다.

 

 

 

<흑심; 내가 사랑한 모든 존재들에게>는 선인장도 안아 주는 '미지'와 고양이처럼 나뒹구는 비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주연'이 함께합니다.

· 미지: poem.aboutyou@gmail.com / 마음을 기다리고 있어요.

· 주연: micoks2@naver.com / 답장에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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