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는 하루메쿠가 여성 잡지 판매 1위를 달성한 비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가치관에 따른 독자 유형 분류, 여성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콘텐츠, 그리고 철저한 독자 데이터 기반 콘텐츠 개발로 하루메쿠는 50만 부 판매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냈죠.
하지만 하루메쿠의 진짜 놀라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하루메쿠의 주 수익원이 잡지가 아니라 상품 판매, 즉 커머스라는 것입니다.
하루메쿠는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상품 판매로 창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잡지 판매 매출의 무려 4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일반적인 출판사들이 광고 수익에 집중 할 때, 하루메쿠는 '읽는 잡지'에서 '쇼핑하는 잡지'로 게임의 룰을 바꿔버렸습니다.
여성 시니어 독자들의 두터운 신뢰를 기반으로, 미디어와 커머스의 경계를 효과적으로 허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하루메쿠. 이번 편에서는 하루메쿠가 어떻게 잡지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커머스 영역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구축했는지, 시니어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접근법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1. 잡지를 넘어선 커머스 파워
하루메쿠는 표면적으로는 ‘시니어 여성 대상 월간지’를 발행하는 콘텐츠 기업처럼 보이지만, 매출 구조를 보면 오히려 커머스 플랫폼에 가깝습니다.
실제 하루메쿠의 2025년 3월기 제3분기 누계 기준 전체 매출은 약 264억 엔이며, 이 중:
- 잡지를 포함한 정보 콘텐츠 부문 매출은 약 28억 1,000만 엔으로 전체의 약 10.6%,
- 하루메쿠 통신판매(자사 고객 중심) 부문 매출은 약 173억 500만 엔으로 약 65.5%
- 기타 일반 상품 판매 부문은 63억 600만 엔, , 약 24%를 차지합니다.
즉, 전체 매출의 약 90%가 상품 판매(커머스)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콘텐츠 기반 커머스 기업’이라는 정의가 오히려 더 정확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잡지사가 이토록 강력한 커머스 매출을 창출할 수 있었을까요?
2. 디지털 시대의 역발상: 종이 카탈로그의 힘
하루메쿠의 제품 판매 구조는 근래의 이커머스와는 다른 접근법을 취합니다.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지만, 전체 판매의 중심축은 '종이 카탈로그' 기반의 전화·우편 주문 시스템입니다.
하루메쿠 고객의 대부분은 60~80대 여성으로, 이들은 디지털 구매보다 실물을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전화로 주문하는 방식에 훨씬 더 익숙합니다. 하루메쿠는 이러한 고객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매달 잡지와 함께 상품 카탈로그를 동봉해 배송합니다.
1) 하루메쿠 카탈로그의 상품 판매 방식
① 정기구독 기반의 잡지와 카탈로그 동봉
좌 하루메쿠 오샤레(패션, 미용 중심) 우 하루메쿠 켄코토 쿠라시(건강, 생활용품 중심)
- 하루메쿠 잡지를 정기구독하면 매월 잡지 본편과 함께 카탈로그가 배송됩니다.
- 잡지 콘텐츠와 상품 주제가 자연스럽게 연동되어
- 고객은 정보를 읽고 → 상품을 보고 → 구매로 연결되는 구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② 전화, 우편 및 온라인 주문 병행
- 카탈로그를 보고 상품에 관심이 생기면 아래 방식으로 주문이 가능합니다. :
- 전용 전화번호 : 상담원 응대로 고령층도 쉽게 주문 가능
- 우편 주문 : 카탈로그에 동봉된 주문 엽서를 통해 주문 가능
- 하루메쿠 온라인 스토어: 상품 번호 검색으로 편리하게 주문 가능
③ 정기배송 서비스
- 건강식품, 속옷, 생활용품 등 자주 쓰는 상품은 정기배송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하루메쿠의 베스트셀러인 당근 주스는 정기배송 서비스의 대표 상품입니다.
2) 주요 상품 카테고리
- 패션 및 잡화
- 뷰티・코스메틱
- 건강・영양제
- 식품・음료
- 가전・생활잡화
이러한 종이 카탈로그 기반 쇼핑은 시니어의 디지털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친숙하고 신뢰감 있는 쇼핑 환경을 제공합니다. 잡지와 커머스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통해 하루메쿠는 고객획득비용을 절감하며 동시에 높은 전환율을 달성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3. 독자의 니즈에서 탄생한 PB 상품
하루메쿠 커머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히 상품을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체 기획 상품(PB: Private Brand)을 개발한다는 점입니다. 전체 판매 상품의 80%가 PB상품인 하루메쿠의 상품 개발은 다음과 같은 프로세스로 이루어집니다.
1) PB 상품 개발 프로세스
"하루메쿠의 서비스 특징은 선입견을 배제하고, 고객 이해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생각을 버리고, 알 것 같은 기분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하루메쿠HD 홍보실 이리야마 신이치(入山真一) 실장
인터뷰 출처 「カタログ通販、EC活用で売上高過去最高!シニア女性の心をつかむ『ハルメク』の戦略」
① 고객 이해 단계
- 데이터 수집 채널: 그룹 내 싱크탱크 조사, 고객 엽서, 콜센터, 그룹 인터뷰, 독자 미팅
- 피드백 관리: 모든 의견 문서화 → 한 건씩 검토 → 조직 내 공유
- 핵심 원칙: "안다고 가정하지 않고, 선입견 없이 개발"
② 상품 기획 및 개발 단계
- 개발 전제: 고객 의견 청취 → 시니어 여성 실태 파악 → 기획 시작
- 테스트 과정: 출시 전 시제품 테스트 (화장품 등은 100~200명 규모 모니터링)
- 맞춤형 설계
- 예시) 패션 카테고리
- 130명+ 체형 3D 측정으로 실제 시니어 체형 마네킹 제작
- 일반 JIS 규격 대신 시니어 맞춤 사이즈 체계 개발
③ 출시 후 관리 단계
- 고객 만족도 추적: 제품에 설문 엽서 동봉 → 지속적 품질 개선
- 품질 관리 시스템:
- 주 1회 '클레임 제로' 회의 (사장 및 경영진 참석)
- 고객 피드백 건별 검토 및 대응 평가
- 거래처/검수소 평가 및 등급화
2) PB 상품 사례 : ZÛ-BON by halmek (즈본바이하루메쿠)
① 개발 배경
2024년 9월에 정식 출시된 즈본바이하루메쿠는 "체형 변화를 느끼는 50대 이상의 모든 여성이 반드시 만족할 수 있는 팬츠를 만나게 한다"는 야심찬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기존 의류 시장에서 간과했던 시니어 여성들의 '배가 나오고 엉덩이가 처지는' 체형 변화에 주목한 것이죠.
② 제품 개발 과정
즈본바이하루메쿠의 개발 과정은 하루메쿠의 비즈니스 철학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 100명 이상의 회원 체형을 3D 스캐너로 측정하여 독자적인 패턴 개발
- 120여 장의 샘플을 실제 독자들이 테스트하며 피드백 수집
- 일반 JIS 규격이 아닌, 시니어 체형 맞춤형 사이즈 체계 개발
③ 판매 성과
이 독특한 방식으로 개발된 바지는 출시 이후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 시리즈 누적 판매량 29만 벌 이상 달성
- 2024년 9월 요코하마 다카시마야 백화점 팝업 스토어 오픈 후 큰 호응
- 하루메쿠의 오프라인 매장 '하루메쿠 오미세'의 주요 판매 품목으로 자리매김
3) PB 상품 사례 : ハルメクのおせち(하루메쿠 오세치)
하루메쿠의 또 다른 흥미로운 PB 상품 사례는 '하루메쿠 오세치(おせち)'입니다. 오세치는 일본의 전통적인 명절 음식 세트로, 하루메쿠는 이를 독자와 함께 개발하였습니다.
① 개발 배경
"정월 명절만큼은 나도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보내고 싶다"라는 독자들의 목소리에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하루메쿠의 대표적인 시즌 상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시니어 여성들의 실제 고민을 해결하는 상품 개발 철학이 잘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② 제품 개발 과정
하루메쿠의 오세치 개발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매년 100명 이상의 독자를 시식회에 초대하여 실시간 피드백 수집
- 편집부와 요리사가 독자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레시피 개선
- "원산지를 엄선한 원재료", "합성 착색료와 보존료 무첨가", "다시마 육수의 감칠맛"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세우며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
매년 지속적으로 독자와 함께 제품을 개발하며 독자들을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제품 개발의 파트너로서 제품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③ 판매 성과
- 누적 판매량 40만 세트 이상 기록
- 2022년에는 PB 상품만으로 약 36,000세트가 11월 말에 완판
이처럼 하루메쿠 PB 상품의 성공은 독자 데이터에 기반한 철저한 기획과 고객 중심 설계가 만든 결과물입니다. 콘텐츠 기업이 신뢰를 자산 삼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유기적으로 확장한 모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4. 커머스 서비스의 확장
하루메쿠는 상품 판매를 넘어, 고객 경험과 커뮤니티 구축으로도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시대에 오프라인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입니다.
1) 오프라인 이벤트 및 체험 프로그램
하루메쿠는 시니어 여성의 다양한 관심사와 필요를 반영한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통해 독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 건강 세미나 및 체조 강습 : 시니어 맞춤형 건강 관리법 전수와 함께하는 운동 프로그램
- 문화 체험 투어 : 일본 전통문화 체험과 명소 탐방을 통한 문화적 경험 제공
- 특별 공연 및 강연회 : 유명 인사 초청 강연과 문화 공연으로 지적 호기심 충족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독자들을 '구매자'에서 '커뮤니티 구성원'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고객과의 접점을 다각화하고 관계를 심화시키는 전략인 것이죠.
2) 백화점 및 팝업스토어 운영
하루메쿠의 오프라인 매장 전략은 2015년 후쿠오카 다이마루 백화점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꾸준히 확장되고 있습니다. 2024년에만 7개 매장을 추가했으며, 최근에는 도쿄 우에노의 마츠자카야 백화점에 새 매장을 열었습니다.
시니어 여성 누구도 혼자 두지 않겠다는 키워드를 내걸고 고객 접점을 창출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고객님께서 '오늘은 아무런 일정이 없지만, 하루메쿠 가게에 가면 뭔가 재미있는 것이나 배움을 얻을 수 있으니 가보자'고 생각해 주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루메쿠 매장 사업부장 카츠야 스스무(勝谷進)
출처 ECzine
하루메쿠는 오프라인 매장의 목적을 '카탈로그에서 얻을 수 없는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라고 이야기 합니다. 고객은 상품을 실제로 제품을 만지며 시험해 보거나, 점원에게 상품 설명을 받으며 하루메쿠를 직접적으로 경험합니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은 백화점을 방문하는 하루메쿠의 회원 이외의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거점으로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시니어 비즈니스 인사이트
- 고객 데이터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 시니어의 특성을 고려한 제품, 서비스 전략 필요
- 시니어 고객 참여를 통한 제품 개발
하루메쿠는 '잡지사'라는 틀을 벗어나, 시니어 여성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통해 쌓은 신뢰를 상품, 서비스, 경험으로 확장하는 그들의 방식은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3편에서는 하루메쿠의 전체 사업 구조, 수익 모델, B2B 서비스 등 비즈니스 모델 관점에서 하루메쿠를 해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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