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시니어 산업'하면 돌봄, 요양, 복지 서비스를 떠올립니다. 자립적인 생활과 일상을 지원하는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영역은 아직 틈새 시장에 머물러 있으며, 이 분야에서 고객 충성도와 비즈니스 확장성을 동시에 입증한 성공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본의 여성 시니어 잡지 ‘하루메쿠(ハルメク, Halmek)’는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의 잠재력을 증명한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전통적인 인쇄 잡지에서 출발한 하루메쿠는 현재 콘텐츠, 커머스,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여성 시니어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23년 하루메쿠의 월간 발행 부수는 50만 부를 돌파했으며, 연 매출은 약 314억 엔(약 2760억 원)에 달합니다(2024년 3월 기준). 일본 전체 여성지 중 발행량 1위, 전체 잡지 중에서도 2위에 해당하는 수치로, 하루메쿠는 시장 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하루메쿠가 콘텐츠를 통해 구축한 독자 신뢰를 기반으로 커머스 사업을 확장해,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상품 판매에서 창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잡지 매출을 압도하는 커머스 매출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번 시리즈를 통해 일반적으로 접근이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시니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루메쿠가 어떻게 독보적인 성장 모델을 구축했는지, 그 비즈니스 전략과 고객 접근법, 그리고 시니어 산업 전반에 적용 가능한 인사이트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먼저 하루메쿠가 어떻게 시니어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고, 콘텐츠를 중심으로 브랜드를 재정의했는지 그 여정을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1. '이키이키(いきいき)'에서 '하루메쿠(ハルメク)'로 : 브랜드의 진화
하루메쿠는 최근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사실 꽤 오랜 역사를 가진 잡지입니다. 1996년, 편집 프로덕션 유리그(ユーリーグ)가 창간한 잡지 「이키이키(いきいき)」가 하루메쿠의 전신으로, 당시로서 드물게 50대 이상 여성을 타깃으로 한 건강과 생활 정보지였습니다.
창간 초기부터 꾸준히 성장한 이키이키는 2006년 월간 발행 부수 43만 부를 기록할 정도로 시니어 여성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9년, 모기업 유리그가 경영위기로 민사재생 절차(회생절차)를 밟게 됩니다. 자금 문제와 더불어 독자 수도 급격히 감소하는 어려운 상황이었죠. 결국 같은 해 5월, 일본의 사모펀드 J-STAR가 '이키이키 주식회사'를 새롭게 설립해 잡지를 인수하게 됩니다.
인수 이후 이키이키의 재도약을 위해 취임한 미야자와 다카오(宮澤孝夫) 대표이사는 다음과 같은 '고객 데이터 중심' 전략을 펼쳐나갑니다:
- 2014년 : 여성 시니어 라이프를 연구하는 '생활 방식 연구소(生きかた上手研究所)' 설립
- 2015년 :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독자 패널 '하루모토(ハルトモ)' 구성
- 2016년 : '이키이키'에서 '하루메쿠'로 리브랜딩
- 2018년 : 야마오카 아사코(山岡朝子) 편집장 취임 후 '시니어 잡지'에서 '여성 잡지'로 리포지셔닝
이러한 전략은 놀라운 성과로 이어집니다. 2017년 역대 최저치인 월 14만 5천부까지 하락했던 잡지 판매량이 2023년에는 50만부를 돌파하며 3배 이상 성장하게 된 것이죠. 이 같은 성공의 배경에는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콘텐츠 혁신이 있었습니다.
2. 여성잡지 1위 '하루메쿠(ハルメク)'로 가는 길 : 고객데이터로 만든 콘텐츠 혁신
시니어 층이 새로운 소비 주체로 부상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고 있지만, 시니어 고객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데는 여전히 다양한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일부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접근성 문제,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경계심, 비표준화된 소비 패턴 등 다양한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루메쿠가 시장에서 차별화된 지점은 바로 이러한 장벽을 뛰어 넘어 데이터를 수집한 데 있습니다. 하루메쿠는 정기구독 모델을 적극 활용하여 독자와의 지속적인 접점을 확보하고,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설문, 엽서, 전화 인터뷰 등 시니어 세대가 편안하게 느끼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특히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단순 통계가 아닌 실질적인 콘텐츠와 상품 개발에 직접 연결시키는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했습니다.
2017년 취임한 야마오카 아사코(山岡朝子) 편집장은 이러한 전략을 더욱 강화합니다. 고객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수집하며 독자의 목소리를 콘텐츠화 하기 시작한 것이죠.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트폰 사용법' 특집이 있어요. 이전 편집장 시절 처음 시도했을 때는 분명한 수요가 있어 정기 구독 신청이 많았어요. 하지만, 독자 설문조사에서 “어려웠다”는 피드백이 많았습니다.제가 편집장이 된 후 다시 스마트폰 사용법 특집을 기획할 때, 독자들이 스마트폰의 어떤 점을 어려워하는지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스마트폰 초보자들을 모아 매일 언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무엇이 불편했는지, 무엇이 좋았는지를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게 한 다음 이를 모아 분석했죠.결과적으로 알게 된 건, 첫 번째 특집에서는 “추천 앱” 을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실제로는 독자들이 '문자가 잘 안 쳐진다', '화면이 자꾸 돌아간다', '화면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같은 더 기초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눈높이에 맞춘 특집을 만들었더니 정기 구독 신청이 기록적으로 늘었습니다. 그때 독자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어요."
하루메쿠 편집장 야마오카 아사코
(출처 : 定期購読のみで実売30万部超え シニア女性誌「ハルメク」急成長の秘けつ )
1) 하루메쿠의 고객 데이터 수집 방법
하루메쿠는 매달 정기적으로 독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콘텐츠와 상품 기획에 적극 반영합니다. 이 전략의 기반이 되는 세 가지 핵심 수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