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뉴스레터는 지난 쿠키 이야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어렵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은 탓에 쉬엄쉬엄 가는 시간을 갖고자 했는데요. 작성 도중에 내용이 모두 날아가는 사고로, 조금 더 가볍고 간단한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뉴스레터 비즈니스의 컴플라이언스, 뉴닉🦔의 뒷광고 논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뉴닉은 무료로 뉴스를 통해 전해진 시사 이슈를 정리해 보내주는 뉴스레터입니다. 2021년 3월 지금 현재, 3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습니다.
물론 순탄한 길만 걷지는 못했어요.
기업 등의 금전적 후원을 받고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를 삽입하고도 메일 제목에 (광고)를 붙이지 않다가, 지난해(2020년) 8월 이게 뒷광고라며 문제가 됐죠. 그 이후 이 문제는 시정이 되기는 했지만… 그런데 말입니다.
⚖️ 노코드 비즈니스의 윤리
먼저 노코드 비즈니스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과거에는 IT 제품을 만들거나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필요했다면, 요즘은 코딩 작업 없이도 손쉽게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노코드(no-code) 무브먼트, 이를 돕는 도구들을 노코드 툴/플랫폼이라고 합니다. 쇼핑몰을 직접 구축할 필요 없이 통신판매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쇼피파이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뉴스레터를 손쉽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제가 사용하는) 메일리 역시 노코드・로코드 플랫폼에 속합니다.
이렇게 손쉽고 빠르게 탄생한 비즈니스를 바로 노코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닉 역시 노코드 비즈니스로 시작한 뉴스레터 서비스입니다.
네, 노코드 비즈니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 빠르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상용화된 여러 툴을 잘 조합해 시작할 수도 있고, 한곳에서 모든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툴도 꽤 많습니다. 심지어 모바일 앱을 코드 한 줄 없이 만들 수 있는 툴도 적지 않습니다. 툴에 올라타기만 하면 누구나 노코드 비즈니스의 사업가가 될 수 있는 거죠.
물론 이 말은 대충 대충 사업을 시작하라는 게 아닙니다. 제품을 직접 개발하는 리소스를 줄여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배정하라는 게 핵심이죠. 뉴스레터 비즈니스로 치자면 뉴스레터 내용을 더 알차게 쓸 시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시간, 콘텐츠 정책을 짤 시간을 번 셈입니다.
빠르게 시작한 비즈니스라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뉴닉의 광고 표기 문제는 사실 유튜브의 뒷광고 논란과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이메일 같은 경우, 정보통신망법의 규제를 받습니다. 특히 (영리적 목적을 가진) 사업자가 보내는 모든 이메일은 정보통신망법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 시행령 내용처럼 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를 보내려 한다면 제목에 꼭 (광고) 표기를 해야 하죠.
뉴닉이 처음 내놓은 해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이 내용은 사실과 다릅니다.
정보통신망법은 영리목적 광고성 정보의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두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보내는 이메일은 모두 영리목적 광고성 정보로 보되, 그렇지 않은 일부 예외를 둘 뿐입니다. 무료 뉴스레터도, 심지어 할인 쿠폰을 보내주는 것도 광고성 정보에 해당합니다. (💰 : 단, 유료 뉴스레터는 계약 이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광고성 정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김소연 대표는 "이메일 전체를 광고성 정보로 보기 어렵다는 법적 조언 및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했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안내서만 보아도 "부수적으로 광고성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면 해당 정보 전체가 광고성 정보에 해당"한다고 되어 있죠.
결국 "법률을 더욱 엄격하게 지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했습니다만, 애초에 법률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이거 아직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거.
정보통신망법은 (광고) 표기를 제목이 시작되는 부분, 즉 가장 앞에 두도록 하고 있습니다. (광고) 표기 앞에 다른 문자열이나 빈칸을 두거나, (광고)를 외국어로 표기해서는 안됩니다. 뉴닉의 이모지 사례처럼 다른 문자열을 넣어 소비자에게 혼동을 주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저는 이런 (광고) 표기 규제가 매우 낡은 규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주요 국가 가운데 중국 외에는 이메일 제목까지 규제하는 경우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주요 이메일 플랫폼에서 프로모션・광고 탭을 별도로 두고 스마트 분류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실효성도 떨어지죠.
하지만 그것을 위반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은 매우 다른 문제입니다.
🤦 사실 그건 문제도 아니었어요
(광고) 표기 문제로 뉴닉이 곤혹을 치르기는 했지만, 사실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광고를 보내겠다는 독자의 동의를 받았다면 말이죠. 뉴닉의 비즈니스가 문제적인 이유는 바로 독자의 동의를 전혀 묻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광고성 정보를 보내기 위해서는 수신자의 명시적인 사전 동의가 있어야만 합니다. 물론 6개월 내 거래 관계가 있는 경우 등에는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가 있지만, 무료 뉴스레터를 구독한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뉴닉의 뉴스레터를 받아보면서 동의하는 것은 뉴스레터 발송을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한다는 것뿐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역시 아래처럼 수신 동의 자체가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가 아님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브랜디드 콘텐츠와 같은 광고성 정보를 보내는 무료 뉴스레터 가운데 이처럼 광고성 정보 수신을 받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았습니다. 듣똑라처럼 교묘하게 이용약관에 이를 숨겨두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것 역시 허용하지 않습니다. 사전 동의를 법규에 준수해 받는 경우는 아이보스의 큐레터가 거의 유일했죠.
이처럼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없이 (광고) 메일을 보내는 것은 여러분의 사전 동의 없이 날라오는 제3금융권 대출 광고 문자, 난데없이 걸려오는 보험 영업 전화와 다를 바 없습니다. 뉴닉은 30만 구독자에게 불법 스팸을 돌려온 셈입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 조항 위반 적발 시 경고 조치 없이 과태료를 최초 750만 원부터 (누적 위반 횟수가 늘어난다면) 최대 3천만 원까지 매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하고 계신가요?!)
😓 아니, 그러면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를 하지 않은 기존 구독자에게 (광고) 메일을 더 이상 보내서는 안됩니다.
- 기존・신규 구독자 가운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여부를 물어 이에 동의한 구독자에게만 (광고) 메일을 보내야 합니다.
- 동의 여부와 동의한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고, 정보통신망법 제50조 제8항에서 규정한 2년 단위의 수신동의 여부 확인 역시 실시해야 합니다.
몰랐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기초적인 규제인데요. 그럼에도 하지 않은 까닭은 아마 돈이 안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언젠가 뉴스레터 비즈니스가 브랜디드 콘텐츠로 연명하는 무법지대가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매출이 되는, 유료화 시장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서브스택, 한국의 메일리처럼요.
조만간 뉴스레터 비즈니스의 전망에 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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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노
위의 큐레터의 사례도 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아닌가요? 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와 광고성 정보 활용 동의는 저렇게 한번에 엮어서 동의 받으면 안 되고, 나눠서 받을 수 있어야하지 않나요? 현재 큐레터의 구독 화면에서는 두 부분이 분리돼있더군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좀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제가 알기로는 광고성 정보 수신 여부가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큐레터, 오렌지레터 등 널리 알려진 뉴스레터에서도 광고성 정보 수신을 꼭 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더군요. 여기에 대한 메일 혀님의 지식을 여쭙습니다.
디노
연도가 안 적혀있어 헷갈렸는데 지난해에 쓰신 글이군요 ㅋㅋ 그래서 큐레터의 사례 화면 현재와 달랐네요. 이와 별개로 여러 뉴스레터에서 광고성 정보 동의 없이는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은 그대로(큐레터 포함)인데 이게 법에 관한 내용이라 제 짧은 지식으로는 명확히 파악이 안 되네요..
메일 혀
안녕하세요, 디노 님.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답변드려요. 필요하시다면 KISA를 통해 정확하게 확인하시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1. 말씀해주신대로 수집 동의와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는 별도로 분리해서 받는 것이 바람직하고, KISA의 가이드라인에도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안내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에 대한 법적 근거는 불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정보통신망법에는 명시적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정도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2. 개인 정보의 선택적 동의를 거부하는 것으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광고성 정보 수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아닌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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