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전염병 르네상스

"이제 막 시작했을 뿐"

2022.01.18 | 조회 1.09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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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 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안녕하세요, 메일 혀입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카디 비는 거대한 물결에 올라타고 있는 수많은 창작자 가운데 일례일 뿐입니다. 오히려 후발주자에 가깝죠. 오늘은 조금 더 큰 흐름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제 막 시작했을 뿐

2021년 4월, 유료 멤버십 플랫폼인 패트리온(Patreon)이 시리즈 F 투자를 통해 40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원을 훌쩍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직전 해 말 12억 달러에 비해 3배가 넘게 훌쩍 뛴 값어치죠. 패트리온 팀은 투자 소식을 알리며 "우리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CEO인 잭 콘티(Jack Conte)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관해 향후 10년간 일어날 일을 "인류의 두번째 르네상스"라고 표현했습니다.

"두번째 르네상스가 여기에 있다" ⓒPatreon

한달 앞선 3월에는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인 검로드(Gumroad)가 크라우드펀딩으로 5백만 달러, 한화로 5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모았습니다. 펀딩을 시작하고 만 하루조차 걸리지 않았죠. 같은날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한도 규제가 상향하면서, 이 건은 5백만 달러를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받은 미국 최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때 검로드 역시 서비스 첫 화면에 패트리온과 거의 같은 말을 내걸었죠.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요.

"크게 말하세요: 내가 사랑하는 것으로 생계를 이어갈 가치가 있어요" ⓒGumroad

이 즈음부터 소위 FAANG들도 숟가락을 얹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는 유료 구독 기능인 슈퍼 팔로우즈를 예고했고, 페이스북도 "콘텐츠 창작자들이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내걸었던 스타트업이 굵직한 소식을 전해온 것도 이때쯤이었습니다. 서브스택이 6.5억 달러 기업 가치로 투자를 유치했고 직전 해 가장 핫했던 스타트업 가운데 하나인 클럽하우스가 후원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NFT 붐이 대중적으로 번지기 시작했던 때도,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가 창작자 구독 관련 기능을 본격 예고한 때도 이 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때 즈음이었을까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설명했던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예견되었던 미래였으니까요. 2009년 킥스타터(Kickstarter)의 등장 전후로 여러 시도들이 있었고 그 이후 패트리온(2013), 검로드(2011)가 등장한 것도 그 직후 즈음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이론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1,000 True Fans라는 칼럼이 세상에 나온 것도 2008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2020년 이후 급작스럽게 거세진 이 물결의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창작자 생존의 문제

뻔한 이야기인가요. 코로나19였습니다.

코로나19의 범유행은 노동, 경제, 산업, 생활을 아우르는 사회 전반을 전방위적으로 몰아부쳤습니다. 코로나19 이전 디지털 전환이 미룰 만큼 미루고 싶었을 과제였다면,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은 생존이자 숙명이었습니다. 온라인 기반의 비즈니스로 전환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폐업 선고였죠. 콘텐츠 산업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습니다.

창작자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음악, 공연, 영상 분야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의 70% 이상이 소득 감소를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노동 활동 위축 피해를 겪은 프리랜서는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OECD 역시 전 세계적으로 문화・창작 분야의 타격과 해당 산업 종사자의 실업 위기가 관광 분야 못지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유럽에서의 코로나19로 인한 잠재적인 실업위기가 숙박 및 외식 분야 다음으로 컸습니다.

유럽의 잠재적 실업 위기 - 1위 숙박 및 외식, 2위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McKinsey&Company
유럽의 잠재적 실업 위기 - 1위 숙박 및 외식, 2위 예술 및 엔터테인먼트. ⓒMcKinsey&Company

창작자에게 주어진 선택은 모 아니면 도였을 겁니다. 다른 일을 선택할 것이냐, 아니면 기어코 창작자로 남을 것이냐. 전자는 아마 우리에게 익숙한 긱 이코노미로, 후자는 아주 새로운 세상인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대거 흘러왔습니다. 게다가 창작자의 팬이었지만 비로소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발견한 이들이 자신의, 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새롭게 이 시장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패트리온 창작자 수 추산. ⓒGraphtreon
 패트리온 창작자 수 추산. ⓒGraphtreon

패트리온 관련 비공식 통계 사이트인 Graphtreon이 추산한 패트리온 창작자 수입니다. 2020년 이전 성장세가 주춤하다가, 코로나19가 미국에서 급격하게 확산되던 2020년 상반기부터 다시 빠른 성장을 보입니다. 창작자 수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수익은 더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검로드의 월별 총 거래액. ⓒGumroad
검로드의 월별 총 거래액. ⓒGumroad

크리에이터 마켓플레이스로 누구나 창작물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검로드의 거래액, 즉 창작자들의 총 수익입니다. 역시 코로나19 범유행이 본격화된 2020년 2월 이후 월 1천만 달러를 넘어 급격한 성장을 보였습니다.

패트리온과 검로드뿐만이 아니라, 영미권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내세운 플랫폼 주자 대다수가 이 시기 매출 성장의 모멘텀을 맞았습니다.

App Annie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밴드캠프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Eric Feng
App Annie 자료를 바탕으로 한 밴드캠프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수. ⓒEric Feng

뮤지션이 음악을 직접 판매하고 후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밴드캠프의 애플 앱스토어 7일 평균 다운로드 추이입니다. 성장이 사실상 정체되었던 다운로드 수가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3월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2022년 초인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두번째 르네상스

빌 게이츠의 예견이 현실로 다가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촉발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물결은 이제 돌이키기 어려운 생태계의 변화로 이어지겠죠. 패트리온은 이것을 시대정신으로 규정하기 위해 두번째 르네상스라는 표현을 꺼냈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6년의 상상력으로 돌아가 빌 게이츠가 말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맥락에서 무엇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고, 또 무엇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다음 호에서 이어갑니다.

메일 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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