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호] 그럼에도 빛나는 당신의 강점

AI 시대에 PM의 역할과 역량은 어떻게 재정의되는가

2026.08.26 | 조회 4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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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대부분을 AI와 함께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진 요즘, AI 활용 감각은 직군을 넘어 요구되는 기본기가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최고 제품·기술 책임자인 엘리자베스 스톤(Elizabeth Stone)은 최근 Lenny's Podcast에 출연해 넷플릭스의 전 직군에 AI Fluency를 기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그가 설명하는 AI Fluency에는 단순히 AI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것만이 아니라, 실험하고 적용해보려는 태도(experimentation), AI가 어디에 도움이 되고 어디에는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능력(judgment), 그리고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building)이 포함됩니다.

메타는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2026년부터 'AI-driven impact'를 핵심 성과 기대치에 포함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사책임자 자넬 게일(Janelle Gale)은 AI 네이티브로 가는 길을 더 빠르게 만드는 사람을 인정하겠다는 방향을 밝혔고, 이 기준은 엔지니어뿐 아니라 마케터 등 다양한 직군에 적용됩니다.

기업들이 조금씩 직군별 역량 위에 새로운 시대의 기준을 덧씌우고 있는 중인데요. 예전에는 "PM으로 몇 년 일했는가", "디자이너로 어떤 경험을 쌓았는가"가 전문성을 설명했다면 이제는 그 위에 "AI 시대에 당신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질문이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톤은 AI Fluency를 강조하며 동시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여전히 훌륭한 엔지니어링이 희소하고, 훌륭한 데이터 사이언스가 희소하고, 훌륭한 창의성이 희소하다고 느낍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는데도, 훌륭한 엔지니어링과 데이터 사이언스, 창의성은 여전히 희소하다는 것입니다.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공감하실 텐데요. AI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은 쉬워졌지만, 그 일을 탁월하게 하는 것까지 쉬워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요.

연구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

AI가 실제 제품 개발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대신할 수 있는지는 이미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2026년 Organization Science에 게재된 「The Cybernetic Teammate」 연구는 P&G의 실제 제품 혁신 과제에 참여한 700여 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입니다. 참가자를 AI 사용 여부와 개인·2인 팀으로 무작위 배정했는데, AI를 사용한 한 명의 직원이 AI 없이 협업한 두 명의 팀과 대등한 성과를 냈습니다. AI가 단순히 한 사람의 업무 속도를 높인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일할 때 생기는 아이디어의 확장과 관점의 보완까지 일부 대신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전문성의 경계도 흐려졌다는 점입니다. AI가 없을 때 R&D 출신은 기술적인 해법을, 사업 출신은 비즈니스 관점의 해법을 더 많이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AI를 사용하자 백그라운드와 관계없이 기술적 관점과 사업적 관점이 균형 잡힌 해법이 나왔습니다. 또한 이 연구에서 AI와 함께한 경우, 무난한 결과물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상위 10%에 드는 '탁월한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뚜렷하게 높아졌습니다. AI의 힘이 특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단계에서 강하게 발휘된 것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 자체가, 더 이상 인간만의 희소한 강점은 아니게 된 셈입니다.

이것은 PM에게 꽤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까지 PM은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마케터의 관점을 연결하고,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를 선택해 제품으로 만드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AI가 아이디어를 만들고, 서로 다른 전문성을 연결하고, 실제 더 좋은 결과물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면 PM의 역할은 무엇으로 남을까요?

저는 '만드는 능력'과 '연결하는 능력'이 AI를 통해 빠르게 보편화될수록, 사람의 차이는 그 다음 단계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능력입니다. 결국 AI가 실행의 비용을 낮출수록 중요한 것은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아보고 그것에 자신의 판단과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는가입니다. AI가 가능성의 폭을 넓혀줄수록, 사람의 탁월성은 그 가능성 가운데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고 방향을 만들어내는 능력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직군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가

클로드 코드를 만든 보리스 처니(Boris Cherny)는 자신의 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며, 앞으로의 제품 개발을 엔지니어, PM, 디자이너 같은 직군보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는가를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가 제시한 유형은 Prototyper, Builder, Sweeper, Grower, Maintainer입니다.

  • Prototyper —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을 빠르게 탐색하는 사람
  • Builder — 프로토타입을 실제 제품 수준으로 구현하는 사람
  • Sweeper — 불필요한 기능과 복잡성을 걷어내고 제품을 단순화하는 사람
  • Grower —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계속 개선하며 Product-Market Fit을 키우는 사람
  • Maintainer — 제품이 커져도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책임지는 사람

 

처니는 여기에 두 가지를 덧붙입니다. 많은 사람이 한 가지 원형에만 속하지 않고 2~3개 원형에 걸쳐 있으며, 건강한 팀이라면 제품의 단계에 따라 필요한 원형의 조합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새 제품을 시작할 때는 Prototyper와 Builder가, 성숙한 제품에서는 Grower와 Maintainer가 더 많이 필요해지는 식이죠. 결국 중요한 건 내 직군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느냐입니다.

물론 모든 유형의 업무를 슈퍼맨처럼 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탁월성은 모든 영역을 적당히 해내는 어설픈 올라운더가 아니라, 자신의 명확한 강점을 바탕으로 특정 모드에서 압도적인 무기를 가질 때 나옵니다.

위 다섯 가지를 상황에 따라 켜고 꺼야 하는 작업 모드라고 본다면, 누구에게나 강점이 발휘되는 자신만의 홈베이스 모드가 있습니다. 0 to 1 탐색을 즐기는 Prototyper에게 시스템 안정화만 맡기면 동기를 잃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Maintainer에게 "일단 대충 만들어보라"고 강요하면 마찰이 생깁니다. 핵심은 5가지를 다 익히는 게 아니라, 내 메인 모드를 유효타로 날리면서 서브 모드로 유연하게 전환하는 능력입니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가장 큰 가치를 만드는 사람인가

AI가 각 역할의 실행을 보편화할수록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질 역량과 핵심 질문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탁월성의 축설명 핵심 역량이 강점이 답하는 질문
질문남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무엇을 풀어야 하는지 정의하는 능력Problem Framing우리가 정말 풀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안목수많은 결과물 속에서 좋은 것과 그저 그런 것을 구별하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능력 Product Craft무엇이 좋은 결과물인가? 좋은 것은 왜 좋은가?
판단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지 결정하는 능력Judgment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학습빠르게 시도하고 실험하며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능력Learning무엇이 진짜 통하는지 어떻게 빠르게 확인할까?
책임AI가 실행을 대신해도, 그 결과가 사용자와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끝까지 책임지는 능력Ownership이 결과를 우리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AI가 누구에게나 강력한 실행력을 나눠주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가장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집니다.

이 다섯 가지 역량 중 내가 제품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발휘되는 강점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테스트를 준비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강점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합니다.

🌳 재미로 해보는 나의 Product Animal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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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하는 부엉이 · Problem Framing — 답이 넘치는 시대, 질문을 고르는 능력

부엉이는 밤에도 넓은 시야로 주변을 관찰합니다. 남들이 해결책을 찾기 시작할 때, 질문하는 부엉이는 한 발짝 물러나 문제 자체를 바라봅니다. AI가 수많은 답을 만들어줄수록, 이들에게는 더 많은 답보다 더 좋은 질문이 중요합니다.

MIT의 핼 그레거슨(Hal Gregersen)은 "불확실성의 가장자리에서 일할 때는 질문이 곧 답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의 연구에서 팀에게 짧은 시간 동안 문제에 대한 질문만 쏟아내게 하는 방법('Question Burst')을 적용했더니, 약 85%의 경우 문제를 이전과 다르게 다시 정의하게 됐습니다. 답을 하나 더 늘리는 것보다, 질문을 바꾸는 것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뜻입니다.

AI와 함께 이 강점을 키우는 법: AI에게 바로 해결책을 요청하지 말고, 먼저 "내가 놓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를 물어보세요. AI를 답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문제의 범위를 넓히는 도구로 사용하면 Problem Framing 능력을 더 날카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 민감한 여우 · Product Craft —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

여우는 작은 변화와 주변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감지하고, 상황에 맞춰 영리하게 움직이는 동물입니다. AI가 프로토타입과 코드를 빠르게 만들어준다고 해서 좋은 제품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수십 개의 결과물을 순식간에 만들어볼 수 있게 되면, 그중 무엇이 정말 좋은지 알아보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다듬는 여우는 빠르게 만들어진 수많은 결과물 중에서 무엇이 정말 좋은지 찾아냅니다. 사용자의 작은 불편, 인터랙션의 어색함, 디테일의 차이를 알아보는 프로덕트 감각이 강점입니다.

AI와 함께 이 강점을 키우는 법: AI에게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달라고 하지 말고, 같은 문제에 대한 3~5개의 서로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비교해보세요. 무엇이 더 좋은지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프로덕트 감각을 훈련합니다. 

🐆 이끄는 표범 · Judgment — 가능성이 넘치는 시대, 무엇에 움직일 것인가

표범은 불필요하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상황을 살피고, 기회를 포착하면 망설임 없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AI로 선택지가 많아지는 것과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때로는 새로운 것을 선택하고, 때로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때로는 아직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해야합니다. 결국 판단력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동시에, 무엇에 우리의 시간과 자원을 쓰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입니다. 

AI가 답을 만들어내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PM의 가치는 답을 더 많이 만드는 데 있지 않습니다. 수많은 가능성 중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골라내고, 그 선택에 힘을 집중하는 데 있습니다.

AI와 함께 이 강점을 키우는 법: AI를 의사결정자로 두기보다 나의 판단을 공격하는 반대편 토론자로 활용용해보세요. 판단력은 답을 잘 고르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내가 내린 선택을 다시 의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더 단단해집니다.

🐵 실험하는 원숭이 · Learning — 정답을 맞히는 사람보다, 불확실성을 빠르게 줄이는 사람

원숭이는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고, 직접 만지고 시도하면서 학습합니다.

AI 시대에는 이 능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두고 오래 고민하며 “될까?”를 예측하는 것보다, 직접 만들어보고 사용해보면서 답을 확인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해졌기 때문입니다. 듀오링고(Duolingo)는 첫 100개 학습 코스를 만드는 데 약 12년이 걸렸는데, 생성형 AI와 '공유 콘텐츠' 시스템을 도입하자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148개 코스를 새로 추가했습니다. 

가설을 세우고 → 만들고 → 실험하고 → 근거를 얻고 → 다시 판단하는 것. 여기서 중요한 건 무작정 많이 시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머릿속의 가설을 현실로 꺼내고, 현실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를 다시 자신의 생각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실험하는 원숭이는 실패를 피하기보다 실패에서 얼마나 빨리 배우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AI와 함께 이 강점을 키우는 법: "배운 다음 시도하기"보다 "시도하면서 배우기"를 습관으로 만들어보세요. 새로운 AI 도구를 완벽하게 익힌 뒤 업무에 적용하려 하지 말고, 일주일에 하나씩 실제 업무를 가지고 작은 실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AI 시대에는 먼저 많이 아는 사람이 반드시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시도해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앞서갈 가능성이 큽니다.

🐘 책임지는 코끼리 · Ownership — AI가 다 만들어줘도, 결과를 짊어지는 건 사람

코끼리는 무리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고 가장 멀리 내다보며, 위기의 순간에는 앞에 서서 무리를 지키는 동물입니다. 눈앞의 한 걸음보다 무리 전체가 가야 할 길을 끝까지 책임지는 존재입니다.

AI가 개별 업무를 점점 더 빠르게 수행할수록, 오히려 각각의 일이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해서 보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AI는 하나의 태스크를 잘 수행할 수 있지만, 그 태스크들이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맥락과 장기적인 방향까지 스스로 책임지고 설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책임지는 코끼리는 성과가 좋을 때보다 흔들릴 때 드러납니다. Cherny가 Maintainer를 "가장 안 빛나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역할"이라 부른 것처럼, 결과를 끝까지 짊어지는 사람은 AI가 아무리 많은 것을 대신해도 늘 필요합니다. 오히려 AI가 실행을 흔하게 만들수록, "이 결정을 내가 책임진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무게는 더 커집니다.

AI와 함께 이 강점을 키우는 법: AI가 내놓은 결론에 그대로 기대지 말고, "이 판단이 6개월 뒤 틀린 것으로 드러난다면, 무엇을 놓쳤기 때문일까?"를 먼저 물어 리스크를 스스로 떠안아보세요. 결정의 근거와 예상되는 리스크를 직접 문서로 남기는 습관이, 결과를 소유하는 힘을 키웁니다.

 

참고 자료

 


📮 다음 호 예고

시장/경쟁사 리서치, 반나절로 줄이는 법

경쟁사 앱 깔고, 캡처하고, 표 만들고… 일주일 걸리던 그 작업을 반나절로 끝냈어요.

비결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더 넓고 깊은 관점으로 분석하는 팁, 다음 호에서 공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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