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호] 3일 걸리던 경쟁사 리서치, 반나절만에 끝내기

더 근본적인 인사이트는 화면 너머에 있다

2026.09.02 | 조회 380 |
0
|
from.
Product Makers Note
첨부 이미지

 

얼마 전에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별 생각 없이 경쟁사 앱을 열었는데, 작은 툴팁이 하나 뿅하고 튀어 나왔어요. "AI로 똑똑하게 투자해 보세요."

 

뭔가 AI로 뚝딱 답을 내어주는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한 것 같더라고요. 일단 화면을 캡처해두고 동료들한테 "이런 기능이 추가됐네요"하며 가볍게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런데 그날 오후, 리더방에 메시지가 왔습니다.

 

"경쟁사 앱에 AI 관련 분석 기능 들어갔던데, 다른 데는 어디까지 하고 있는지 퀵하게 좀 봐줄래요?"

 

퀵하게, 라는 말이 붙었지만 아침에 해 둔 스크린샷 하나 보내는 것으로 끝날 요청은... 당연히 아니었어요.예전의 저라면 동료와 함께 경쟁사 앱을 전부 다시 업데이트하고, 대화창에 이것저것 물어보며 답변을 캡처하고, 피그잼이나 위키에 정리하느라 시간을 많이 썼을 거예요.

 

이 과정에서 진짜 궁금한 점들 - 이를테면 이 AI가 조회만 하는지 실행까지 하는지, 금융 앱이라면 종목을 골라주는 데까지 가는지, 커머스라면 대신 결제까지 하는지, 잘못 답하면 누가 책임지는지, 대화 내용을 학습에 쓰는지, 사용자가 끌 수는 있는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하는 자세한 내용은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 서비스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라는 질문에 답을 내려면 또 시간과 고민을 엄청나게 들여야 했죠.

 

그런데, 대 AI 시대에도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리서치하는 것이 유효할까요?

 

AI 덕분에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범위와 깊이의 경쟁사 리서치가 가능해졌어요. 실제로 최근 제 업무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리서치를 위해서는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해요.



 

꼭 화면에만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서비스 하나가 세상에 나오면 화면 말고도 함께 세상에 나오는 문서들이 있습니다. 바로 이용약관, 서비스 설명서, 공지사항, 고객센터 이용 가이드와 FAQ, 공시자료 같은 것들이죠. 이 문서들은 법무와 컴플라이언스 검토를 거쳐서 실제 서비스 동작과 일치해야만 하는 문서이기 때문에, 화면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자세한 조건들이 여기서는 정확하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요.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경쟁사에 AI와 대화하면서 투자할 수 있는 기능이 출시됐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앱에서는 대화창 하나만 보일 거예요. 그리고 그 AI가 어떤 퍼소나인지, 대화를 이어가거나 주문을 넣는 UX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같은 것들은 확인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서비스가 백단에서 어떤 것들을 처리하는지까진 알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약관이나 이용자 가이드에는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거래 수수료는 어떻게 되는지, 주문은 어떤 방식으로 들어가는지, 미체결 내역에 대한 처리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훨씬 자세한 케이스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또한 전반적인 면책 조항이나, 어떤 정보에 대한 동의를 받는지, 대화 내용의 수집/보관 기간/모델 학습 활용 여부 등에 대한 정책도 확인해 볼 수 있어요.

 

이런 문서들을 분석하면 실제로 우리가 '어떤 서비스/기능을 만들고 싶을 때, 실질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게 돼요. 특히 결제나 정산, 제휴와 관련된 기능이 있을 경우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은데요. 이런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할 때 지금 이 방식이 꽤 유용했어요. AI가 잘하는 것이 인간이 소화하기 어려운 분량의 자료를 파악하고, 정리하는 것이잖아요. 그 강점을 온전히 활용해 리서치를 하는 거죠.

 

예전에는 여러 사람이 모여 서비스를 나눠서 하나하나 분석했다면, 이제는 내가 궁금한 것들을 나열해 놓고 AI를 돌려서 찾아내는 병렬적인 리서치 방식인거죠. 시간과 리소스는 줄이고 찾아내는 양과 깊이는 훨씬 확장할 수 있어요.

 

기존 리서치 방식AI 기반의 병렬 리서치
3명이 각자 1~2개혼자서 주요 경쟁사 5개
각자 화면을 캡처하고, 어떤 식으로 어떻게 풀었는지 웹 검색 궁금한 점을 리스트업해서 AI를 돌려 공개된 자료를 분석
각자 다른 프레임으로 일단 조사하나의 통일된 프레임
추후 취합하며 인사이트를 논의하고 한 명이 취합AI가 프레임에 맞춰서 내용을 조사하고 정리까지 완료
약 3일약 0.5일

 


리서치 시간 반나절로 줄인 방법

1. 소스를 먼저 고정합니다

 

AI로 리서치할 땐 방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소스를 참고하게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카테고리우선순위
이용약관 1
고객센터 FAQ / 기능 이용 가이드1
약관/방침 개정 공지 (최근 12개월)2
앱스토어 릴리즈 노트3
관련 분석 기사3

(15호에서 클로버가 시장조사 관련 팁을 공유한 적이 있는데요. 관심있는 분들은 이 글도 읽어보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신뢰할 수 있는 소스를 정해두고 리서치를 돌려야 조사의 퀄리티와 신뢰도가 올라가기 때문이에요. 각 소스의 우선순위나 중요도를 구분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경쟁사에서 직접 발행한 문서가 1순위, 외부에서 분석하거나 추정한 자료는 2순위 아래로 설정하면 좋습니다.

 

2. 분석 프레임을 하나로 정하고, 병렬로 던집니다

 

두 번째로 시간을 잡아먹는 건 경쟁사 하나를 다 보고 나서 다음 경쟁사로 넘어가는 순차 작업입니다. 그렇게 하면 세 번째 회사를 볼 때쯤 첫 번째 회사에서 무엇을 봤는지 기준이 흐려지고, 결국 표를 다시 맞추는 데 시간을 쓰게 돼요.

 

대신 분석 프레임을 먼저 고정하고, 같은 프롬프트를 경쟁사 수만큼 동시에 돌려보세요. 프로젝트를 회사별로 하나씩 만들어 탭을 여러 개 띄워도 되고, Claude Code를 쓴다면 서브에이전트로 회사 하나씩 맡겨도 됩니다. 중요한 건 어떤 도구를 쓰느냐보다는 질문이 같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제가 쓰는 프레임은 대략 이렇습니다. 흔히 첫 줄에 넣는 "너는 프로덕트 전략 분석가다" 같은 역할 부여는 뺐는데요. 최근 연구들을 보면 전문가 역할을 붙여도 사실 기반 과제의 정확도는 거의 오르지 않고, 도메인이 안 맞으면 오히려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그보다 왜 이 분석을 하는지, 무엇을 무엇으로 판단할지, 어떤 형태로 내놓을지에 쓰는 편이 결과가 훨씬 안정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목적] 경쟁사 A, B, C가 서비스 안에 AI 투자 어시스턴트를 어디까지 넣었는지 비교해, 우리 팀이 관련 신규 기능 범위와 데이터 정책을 결정하는 데 쓰려고 한다. 읽는 사람은 상위 의사결정권자이고, 회의에서 근거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자료]

첨부한 [A사]의 공개 문서만 근거로 쓴다:

상품 및 서비스 관련 약관, 최근 12개월 공지사항, FAQ, 공시자료, 앱스토어 릴리즈 노트. 그 외 [A사]에서 직접 발행하지 않은 자료는 그보다 낮은 우선순위로 다룬다.

첨부되지 않은 지식이나 다른 회사의 정보로 빈칸을 채우지 않는다.

 

[분석 항목]

  1. 기능 범위:  조회·안내 / 추천 / 실행(결제·거래·예약 등) 중 어디까지인지

2. 이용 조건: 누가 쓸 수 있고, 별도 동의나 가입 단계가 있는지

3. 데이터 정책: 대화 내용의 수집 항목, 보관 기간, 모델 학습 활용 여부, 거부 방법

4. 책임과 면책: AI 답변 오류에 대한 회사의 책임 범위

5. 사용자 통제: 기능 끄기, 대화 삭제 가능 여부

6. 최근 개정 여부 : AI 관련 조항이 최근 12개월 안에 신설·변경되었는지, 시행일은 언제인지 [판단 기준] - "실행"은 사용자의 추가 확인 없이 AI가 주문 관련 행위를 완료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확인 버튼을 거치면 "추천"으로 분류한다.

- 조항이 모호하면 가장 보수적인 해석을 적고, 모호하다는 사실을 함께 표기한다.

- 문서에 없으면 "문서에 명시 없음"이라고 쓴다. 없다는 것 자체가 비교 결과다.

 

[근거와 추론 구분]

- 모든 항목에 원문 조항 번호 또는 문서명과 문단 위치를 붙인다.

- 문서에 적힌 사실과, 거기서 끌어낸 해석은 분리한다. 해석에는 반드시 [추론] 태그를 붙이고, 어떤 사실에서 나온 추론인지 한 줄로 적는다.

 

[출력]

아래 포맷으로만 출력한다. 포맷 밖의 서술은 넣지 않는다.

{...}

 

같은 프롬프트에 회사 이름과 첨부만 바꿔서 세 개를 동시에 던지면, 각각 10~20분 안에 같은 구조의 결과가 돌아옵니다. 클로드 Fable5나 GPT Pro를 사용한 경우 좀 더 오래 걸리지만 퀄리티는 확실히 많이 올라가고요. 조금 더 가벼운 리서치라면 프롬프트에 경쟁사를 모두 포함해서 한 번에 돌리는 것도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어요.

 

3. 포맷을 미리 맞춰놓으면 정리도 쉬워집니다

 

세 번째로 시간을 잡아먹는 과정은 리서치 결과를 합치는 일인데, 2단계에서 출력 포맷을 통일해 두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시간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회사를 열, 항목을 행으로 하는 비교표를 만들어라"라고 하면 표는 AI가 뚝딱 나오거든요.

1차로 비교표를 만들었다면, 원하는 프레임대로 비교해 볼 수 있게 추가로 정리를 해도 좋습니다. "모든 회사가 똑같이 해둔 항목, 한 회사만 다르게 해둔 항목, 아무도 문서에 적지 않은 항목을 나눠서 구분해줘" 같은 프롬프트 한 줄이면 조사한 내용을 기반으로 다른 뷰의 분석을 추가할 수 있어요.

 


결과물은 이런 모양으로 나옵니다

 

1.지형도

기능 범위부터 데이터 정책, 책임 조항, 사용자 통제 등 주요 정책 항목별로 비교한 자료입니다. 각 셀에 근거 조항이 달려 있어서 나중에 누가 "이거 어디서 봤어요?"라고 물어도 바로 답할 수 있게 돼요. 이 표를 "모두 같음 / 한 곳만 다름 / 아무도 없음" 세 묶음으로 다시 분류한 자료도 포함되겠죠. 주로 미팅에서는 이 프레임을 꺼내게 될 거예요.

 

2. 주요 시사점

위 비교표에서 뽑아낸 것 중 우리 팀이 지금 당장 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것만 추린 것이에요. 그리고 목표 지점으로 가기 위해서 필요한 제반 사항까지도 정리해 볼 수 있겠죠. 이러한 인사이트가 있으면 로드맵을 짜는 것도 훨씬 쉬워질 거예요.

만약 모든 경쟁사에서 채택한 부분이라면 그건 이 업계에서 이미 기본값이 된 것이고, 한 회사만 실행 기능에 별도 동의 절차를 두었다면 그건 그 회사만의 선택이며, 아무도 학습 활용 거부 방법을 적어두지 않았다면 그건 아직 아무도 손대지 않은 영역일 확률이 높아요. 우리가 따라가야 할 것, 달리 갈 수 있는 것, 먼저 갈 수 있는 것을 쉽게 구분해 볼 수 있는 거죠.

 

3. 시스템 흐름도 

그리고 이런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제품 구조적으로 필요한 것들까지도 프롬프트 한 줄로 정리해 볼 수 있어요. 추정한 구조 기반의 다이어그램이나 시스템 흐름도까지도 AI가 쉽게 만들어 줄테니까요.

 

찾은 정책들을 기반으로 우리 제품 구조에 맞는 시스템 시퀀스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다
찾은 정책들을 기반으로 우리 제품 구조에 맞는 시스템 시퀀스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다

 


조심할 것들

 

이렇게 AI를 활용해 리서치를 했을 때, 분석부터 인사이트 도출까지 AI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요. 문제는 AI가 찾아온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구조적으로 완성되어 보이기 때문에 자칫  그대로 활용하는 우를 범하기 쉬워요. 조사는 AI가 해주더라도, 그 결과를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요.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AI가 찾아온 내용이 '참'인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근거 위치를 같이 출력시키는 것이 꼭 필요해요. 안 그러면 검증이 불가능하니까요. AI가 문서에 없는 조항을 자연스럽게 지어내는 일은 여전히 있습니다. 조항 번호나 문단을 함께 쓰게 하고, 회의에 올릴 항목만이라도 원문을 열어 대조하세요. 조항이 명시되어 있더라도, 내용을 뜯어보면 과하게 비약했거나 맥락을 왜곡해서 기재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이 과정을 생략하게 되면 누가 "이건 왜 이렇게 분석하신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AI가 그러던데요..."라는 최악의 답변을 하게 되는 것이죠.

 


내일 출근해서 해볼 것

 

  • 위 프롬프트를 그대로 복사해서 궁금한 업계 트렌드나 경쟁사를 주제로 돌려보고, 결과에서 [추론] 태그가 붙은 항목과 안 붙은 항목을 구분해 읽어보세요. 이 구분이 되는 순간부터 리서치의 품질이 달라집니다.

 


3줄 요약

 

첨부 이미지
  1. 웹에 공개된 문서를 활용해 화면 너머에 있는 정책을 추정해 본다.
  2. 소스와 분석 프레임을 먼저 고정하고, 같은 프롬프트를 경쟁사 수만큼 AI를 동시에 돌리면 3일 걸릴 조사 과정을 반나절로 줄일 수 있다.
  3. 근거 위치와 [추론] 태그를 강제하고 반드시 검증 과정을 거친다. 빠른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 다음 호 예고

 

[30호] 디자이너 채용 공고가 바뀌었다 — Figma 옆에 Cursor가 놓인 시대

메이커스노트 20호에서 PM 채용 공고의 변화를 살펴봤다면, 이번에는 디자이너 차례입니다. Meta의 JD에 "Vibecoding"이 들어가고, Figma는 AI 모델에게 디자인을 가르치는 디자이너를 찾고 있습니다. 직군은 수렴하고, 역할은 확장되는 시대. 해외·국내 JD를 나란히 놓고 디자이너의 다음 방향을 함께 읽어봅니다.

 

✉️ 다음 호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구독하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Product Makers Note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Product Makers Note

「판교에서 여의도까지」 — ✉️ 프로덕트 메이커들의 기획·디자인·AI 노트

뉴스레터 문의note4makers@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