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드디어 그동안 미뤄 왔던 (ㅜㅜ) 뉴스레터의 첫걸음으로 여러분에게 마이크로바이옴을 쉽게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매주 한 번씩 흥미로운 내 몸과 내 파트너 미생물 이야기를 통해 교양의 유익함과 건강 증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마이크로바이옴이 왜 중요하죠?
비교적 최근에 밝혀진 생로병사와 관련된 과학적인 비밀 중에 가장 연구가 많은 된 분야 중 하나가 마이크로바이옴일 겁니다. 대략 지난 20년간 23만 편의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논문이 발표되었고, 서울대학교를 비롯해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연구 중심 대학교에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전공한 교수가 새로 충원되었어요. 마이크로바이옴이 왜 이렇게 과학계에서 주목받고 또 각국 정부는 많은 연구비를 투입하게 댔을까요? 그건 바로 사람의 질병, 노화, 더 나아가 웰비잉까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비만, 당뇨, 암, 크론병, 자폐,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등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수많은 현대인의 질병이 굳이 공통점이 있다면 마이크로바이옴이 그 기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일 거예요. 그럼, 마이크로바이옴이 뭔지 알아보겠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미생물은 그 종류와 숫자가 동물이나 식물에 비해서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예를 들어 저는 단 하나의 개체이지만, 내 몸에 사는 미생물의 종은 수백 종에 이르고 그 숫자는 38조 마리로 추정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고 여러분 모두 비슷합니다.
또, 지구 어디에나 미생물은 살고 있어요. 화산하면 쉽게 하와이나 일본 후지산을 생각하실 수 있는데, 깊은 심해에도 활화산이 있습니다. 이땐 깊은 바다 바닥에서 화산 활동으로 인해 데워지고 온갖 미네랄이 녹아 있는 검은 색의 뜨거운 물이 솟아 나옵니다. '심해 열수구'라고 부르는 이곳에 121도에서 살 수 있는 미생물이 발견되었어요. 참, 화씨가 아니고 섭씨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보통 대학 실험실에선 이 온도에서 멸균합니다. 모든 미생물의 멸균 조건에서 사는 그야말로 대단한 미생물이 아닐 수 없죠. 제가 굳이 이 예를 말씀드린 건, 상상도 못 하는 곳과 환경에도 미생물은 거의 반드시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서예요.
이런 극한의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엔 미생물이 가득합니다. 정말 다행인 건, 이 미생물들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거예요. 미생물이라는 말이 원래 '작은 생물(微生物)'이란 뜻이니까요. 만약 침을 통해 상대방으로부터 이동하는 수천 마리의 세균이 맨눈으로 보인다면,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프렌치 키스는 쉽지 않겠죠? 지금 제가 치고 있는 키보드엔 수백, 수천 마리의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묻어 있는데, 저는 애써 모르는 척할 필요가 없죠. 안 보이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도 현미경 같은 걸로 굳이 보려고 노력하실 필요 없어요. 다만 과학적으로 다양한 미생물이 키보드 위에도 있고, 마루 위에도 있고, 내 입안에도, 피부 위에도, 장 속에도 있다는 건 사실이에요.
지구 위 거의 모든 환경엔 미생물이 한 종이 아니라, 수십 또는 수백 종이 더불어 살고 있어요. 일종의 미시의 생태계를 이루는 건데, 이걸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 생태계라고 부릅니다.
Microbe (미생물) + Biome (생태계) = Microbiome (미생물 생태계)
김치에 있는 건 '김치 마이크로바이옴', 토양에 있는 건 '토양 마이크로바이옴', 사람 몸에 있는 건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부릅니다. 워낙 사람이 중요하니, 보통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하면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야기합니다. 앞으로 제 글에서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장 건강에 중요한 이유
요즘 장 건강이 중요하다고 많이 이야기하죠? 사실 공중파나 유튜브 할 것 없이 관련 정보의 홍수인데, 오히려 꼭 필요한 정보는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저는 앞으로 장 건강을 주로 마이크로바이옴 측면에서 설명해 드릴 텐데, 이게 건강에 중요한 이유가 수백 가지는 됩니다. 앞으로 차차 알려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이유 하나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모두 튼튼한 장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대장의 경우 장 속에는 38조 마리의 미생물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요. 이들 대부분이 미생물 중에서도 세균입니다. 한마디로 대장 내부는 장내 세균으로 꽉 차 있다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화장실에서 큰 걸 보면 대변에까지 많이 세균이 떠밀려 나옵니다. 수분을 제외하면, 대변의 약 1/3이 세균으로 볼 수 있어요. 다행히 세균이 작아서 우리 눈에는 보이지는 않아요. 그리고 대부분의 장내 세균은 좀 밖으로 나오면 죽습니다.
튜브 모양의 대장 안쪽 중심부는 사실 우리 몸 밖인데, 여기 사는 세균이 유익균이든 유해균이든 간에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유지하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일부러 비용을 지급하고 먹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조차도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면 좋지 않습니다. 세균이 몸 안쪽으로 침입하면 약하게는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독하게는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패혈증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걸 막기 위해 우리의 장과 마이크로바이옴 사이에는 장벽(gut barrier)이 존재합니다.
장벽의 구성

장벽은 두 가지 층으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먼저 실제로 우리 몸 맨 밖에서 실제로 벽을 만드는 대장 상피세포(Colonocyte)가 있습니다. 이 세포는 마치 경찰이 시위대를 막을 때 스크럼 대형을 만드는 것처럼 자신과 인접한 다른 상피세포와 바짝 붙어서 견고한 벽을 만듭니다. 이때 세포와 세포의 사이에 빈틈이 없도록 긴밀히 붙여주는 풀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타이트 정션(Tight junction)이라고 해요. 우리에게 장벽이 중요하니, 대장 상피세포가 여러 개 층으로 겹겹이 벽을 만들 것 같은데, 놀랍게도 불과 단 한 개 층의 두께로 장벽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수십조 마리가 넘는 장내 세균을 막는 게 불과 세포 한 개 층이라니? 그나마 다행인 건, 마이크로바이옴과 대장 상피세포로 된 벽 사이를 끈끈한 점액(Mucus)을 만들어 완충지대를 만듭니다. 이걸 점액층이라고 하는데, 사실 점액층은 우리 입안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존재합니다. 여러분의 입안 표면을 혀로 돌려보세요. 점액층이 느껴지시죠? 그런 게 대장에서 미생물과 우리 사이에 완충지대로 있는 거예요.
대장 상피세포와 점액층이 함께 마이크로바이옴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장벽이 됩니다. 바람직한 장벽은 건강한 상태의 대장 상피세포와 두툼하게 형성된 점액층, 이렇게 보면 될 듯합니다. 만약 장벽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몸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장벽에 생긴 문제
장벽을 이루는 세포는 호흡을 해야 하니 산소가 필요합니다. 사실 사람의 대장에는 줄기세포와 면역세포도 많아서,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아주 잘 발달해 있어요.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건, 장벽 뒤에는 다양한 면역세포가 숨어있다는 점이에요. 오늘은 면역세포를 자세히 다루지 않겠지만, 우리 몸은 면역력이 센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면역계가 적절히 잘 조절돼야 하는 게 중요해요. 특히 현대인의 가장 큰 건강상의 문제는 면역계가 필요 이상으로 살짝 과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상태인 만성 염증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전체 면역계를 조율할 수 있는 조절 T세포(helper T cell)를 비롯한 염증 관련 면역세포의 70%가 장의 장벽 부위에 위치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사람의 장을 ‘면역 담당 기관’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장에서 몸 전체의 면역과 관련된 미생물과 면역세포의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일종의 배틀 그라운드, 전장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 상호 작용을 전쟁이 아니라 평화적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우리 건강에 중요한 것이고요. 예를 들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에서 일어난 미생물과 사람의 전쟁 때문에 멀리 폐에 있는 암 덩어리의 항암 치료가 크게 영향받기도 합니다. 항암 치료와 관련된 이 부분은 중요하니 나중에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간단히 결론을 말씀드리면, 장벽이 제 역할을 못 하고 무너지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장벽 뒤의 면역세포를 자극하게되고, 그로 인해 만성 염증이 발생합니다. 만성 염증은 비만, 암, 치매, 우울증 등 거의 모든 현대인의 질병에 영향을 줍니다.
대장 장벽이 좋아하는 것
건강한 대장 상피세포를 유지하려면 이 세포가 뭘 좋아하는지를 알면 좋겠죠? 일반적으로 우리 세포가 선호하는 에너지원은 포도당이나 지방산입니다. 이 두 가지 모두 우리가 먹는 음식에 포함되어 있고, 소장에서 흡수하는 영양분이죠. 우리 몸을 이루는 30조 개의 사람 세포 하나하나는 당연히 이 영양분을 공급받아요. 그런데 장벽을 이루는 대장 상피세포는 좀 이상합니다. 절반이 넘는, 많게는 70% 이상의 에너지를 낙산(butyrate, 부티르산)으로 부터 얻습니다. 반전은 이 세포가 가장 선호하는 에너지원인 낙산은 사람이 만들지도, 또 제공하지도 않는다는 거죠. 낙산은 대장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만드는 수천 가지의 물질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아주 많이 만들어 내는 물질이에요. 어찌하여, 내 자식인 대장 상피세포가 손님인 마이크로바이옴에 큰 신세를 지게 되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산소에 있습니다. 사람이 산소가 필요한 이유는 (세포) 호흡이라는 걸 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세포는 소화한 영양분으로부터 에너지를 뽑아낼 때 산소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쌀의 주성분인 전분을 우리가 소화한 후 포도당으로 잘라서 혈액을 통해 각 세포에 보내면, 각 세포는 포도당을 태워서(산화해서)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이때 산화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가진 전자’를 받아주는 물질이 필요한데, 사람의 경우엔 산소가 이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산소가 없으면 즉사하는 이유죠. 사실 모든 동물과 식물도 산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생물에게 산소가 필요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아요.
지구가 처음 형성된 46억 년경엔 원래 대기 중에 산소가 없었어요. 광합성을 해서 산소를 만들어내는 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나타난 30억 년경부터 대기 중에 산소가 점점 늘어나고, 지금과 같이 20%에 이르게 됩니다. 최초의 미생물이 지구에 나타난 건 35억 년 경이니까, 이 초기의 미생물들은 당연히 산소 없이 살았겠죠? 맞아요, 이때부터 지금까지 쭉 산소 없이 살아온 미생물은 우리 주변에 많아요. 어떻게 보면, 산소가 있어야 사는 우리가 더 신세대인 셈이죠.
그럼, 산소가 없는 환경이 우리 주변에 있냐고요? 너무 많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우리 대장 속이에요. 대장 안은 칠흑 같은 암흑이고, 산소가 전혀 없는 환경이에요. 그러니 그 안에서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수많은 장내 세균에겐 산소가 필요치 않아요. 사실 산소가 있으면 오히려 죽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 세균을 산소를 싫어하는 세균, 혐기성 세균이라고 불러요.
산소를 등에 업은 염증 유발균
그런데, 우리 장 속에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세균도 있습니다. 사실 이 세균이 산소를 이용하는 방법이 우리와 비슷해요. 그 이유는 사람과 세균이 산소 이용하는 방법을 공통 조상에서 물려받았기 때문이죠. 좀 더 정확하게는 우리 세포에서 산소 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와 산소를 이용할 줄 아는 장내 세균이 조상이 같습니다. 아무튼 대장 속에서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이 소수의 세균은 한 종류는 아니고 여러 종인데,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종이 바로 대장균(Escherichia coli)이에요. 대장균! 이 이름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거예요. 가장 연구가 많이 된 생물이기도 하고. 아마 이 세균을 연구해서 그 동안 노벨상이 10개 이상이 나왔을 거예요.
이 유명한 세균과 친척들이 바로 현대인 건강의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바로 만성 염증이죠. 우리 대장에는 유익한 균도 있고, 유해균도 많지만, 이 대장균을 비롯한 산소를 이용할 줄 아는 세균의 통칭인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는 공통으로 내독소(LPS)를 만들어서 장벽을 공격하고, 그곳의 면역세포를 자극해서 염증을 유발합니다.
프로테오박테리아는 장내 세균이지만, 우리 장 속에 꼭 필요한 균은 아니에요. 그리고 산소가 없는 정상적인 장내 환경에서는 다른 세균에 비해서 프로테오박테리아의 경쟁력은 약합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경쟁력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요. 바로 장벽 부위에서 산소의 농도가 높아지는 순간이에요. 산소 호흡을 하는 미생물은 발효 작용만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혐기성 장내 세균에 비해서, 같은 영양분으로부터 더 많은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어요. 더 강력한 발전기를 산소가 있을때 돌릴수 있는 겁니다.
장벽에 산소가 많아 지는 조건
장벽은 수많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미세혈관이 잘 발달해 있어요. 딜레마는 혈관의 산소가 대장 상피세포까지만 오면 좋은데 장벽 바깥쪽의 미생물에게까지 도달하면 장벽 부근의 산소 농도가 높아지겠죠? 그럼, 염증 유발자인 프로테오박테리아 같은 세균이 경쟁력이 생겨서 숫자가 늘어납니다. 이 유해 세균이 늘어나면, 내독소를 만들어 염증을 유발하고 장벽을 더 망가뜨려요. 그럼 헐거워진 장벽 사이로 산소가 더 많이 마이크로바이옴으로 퍼지게 되고요. 그럼 프로테오박테리아가 더 늘어나고 ㅜㅜ - 이렇게 장벽의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이런 증상을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람을 비롯한 포유동물 대부분은 이걸 막기 위해 장벽에서 산소를 빠르게 없애는 방식으로 진화했어요. 바로 장벽 세포가 대장 마이크로바이옴이 대량으로 만드는 낙산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거예요. 다른 장기의 세포처럼 포도당을 이용하는 대신에 낙산을 이용하면, ‘베타-산화 (beta-oxidation)’라는 방식을 통해 산소를 더 빠르게 장벽에서 고갈시킬 수 있습니다. 산소를 이용하는 데서 더 나아가 완전히 없애버리는 거예요. 실제로 미국 테네시대 연구진이 장벽에서 낙산 이용을 못 하는 생쥐를 만들어 관찰한 실험에서, 쥐의 장에 산소를 이용하는 프로테오박테리아가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죠 (Park 등 2024). 또 염증성 장 질환 환자에서 낙산 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Roediger, 1980).
문제는 산소 였어!
마이크로바이옴이 사람의 건강에 중요한 이유가 백 가지는 넘을 텐데요. 제가 오늘 한 가지만 기억하시라고 말씀드린다면 바로 그 핵심 키워드는 산소에요. 장벽에 산소가 있으면 염증 유발 유해균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장벽이 무너집니다. 그걸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장벽 세포가 낙산을 이용해서 빠르게 산소를 제거해 주는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이 됩니다.
건강한 점액층을 위하여
장벽엔 대장 상피세포로 된 벽이 있는 것뿐만 아니라, 점액층도 있다고 말씀드렸어요. 점액층을 이루는 점액은 끈적끈적한 변형된 형태의 단백질인데 역시 장벽을 이루는 세포의 일종인 술잔 세포(Goblet cell)가 만듭니다. 술잔처럼 생겨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어요. 마이크로바이옴이 만드는 낙산은 술잔 세포의 유전자를 조절해서 점액 생산을 크게 늘리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튼튼하고 두툼한 점액층을 위해서도 낙산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낙산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벽을 튼튼하게 하는 추가적인 역할을 합니다. 대장 상피세포가 스크럼으로 장벽을 이룬다고 말씀드렸죠? 그 세포 사이사이의 틈이 없게 긴밀하게 해주는 타이트 정션의 숫자를 늘리는 것도 낙산의 역할이에요.
낙산은 면역세포에 직접 작용해서 항염증 명령을 내리기도 합니다. 장벽 튼튼과 항염증, 낙산의 모든 작용이 이렇게 좋으니, 우리가 건강을 위해서 대장 속의 마이크로바이옴이 낙산을 잘 만들도록 해야 하겠죠? 우리 선조들이 오랫동안 그래왔던 것처럼요.
현대인의 문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굶기는 것
지금부터 무었이 문제인지를 말씀드려볼게요. 한마디로 지금 한국인의 문제는 낙산이 만들어지지 않는 대장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낙산을 따로 엄청난 양을 매일 먹지 않는 이상, 대장에서 낙산이 많이 만들어지려면, 최소한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대장에 낙산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있어야 하고, 이 미생물이 먹을 수 있는 미생물 먹이가 공급돼야 합니다. 대장 안에서 미생물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는 낙산은 단백질, 지방에서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주로 탄수화물로부터 만들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스탠퍼드대 저스틴 소넨버그 교수의 제안에 따라 장 마이크로바이옴이 먹는 미생물 먹이를 MAC (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이라고 부르겠습니다 (Sonnenburg, 2014).
MAC은 탄수화물 중에서 사람이 직접 소화 흡수하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탄수화물은 여러 개의 당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 연결 고리를 끊어야, 사람이 소장에서 흡수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 연결 고리를 끊는 유전자의 종류가 사람에겐 20가지 미만인 데 비해, 장내 세균은 15,000개가 넘는 종류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탄수화물인 전분만 분해할 수 있지만, 시금치나 버섯, 김에 포함된 복잡한 탄수화물은 분해할 수 없죠. 대신 소장에까지 분해가 안 된 이런 복잡한 탄수화물은 마지막 소화기관인 대장에서 38조의 장내 세균에 의해서 발효가 되고, 그 결과 고맙게도 낙산 같은 꼭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 줍니다. 그것도 많이, 매일매일 말이죠.
그럼, 결론으로 가볼까요? 우리 현대인의 문제는 바로 이 MAC이 포함된 음식을 적게 먹는다는 거예요. MAC이 부족하면, 유익균이 줄어들고, 낙산 생성이 부족해지고, 장벽이 부실해지고, 산소가 늘어나고, 이걸 이용하는 유해균이 증가하고, 부실해진 장벽과 유해균이 만드는 내독소 때문에 만성 염증이 생깁니다. 장 관리는 먹는 음식이 가장 중요하고, 그건 MAC을 적절하게 먹는 거예요.
오늘은 여기까지 전달해 드리고, 앞으로 매주 과학적인 논문을 중심으로 쉽게 내용을 풀어서 최대한 여러분에게 전달해 보겠습니다. 뉴스레터 구독하시면 이메일로 놓치지 않고 보실 수 있어요. 취소는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죠. (심화 학습 이어집니다.)
다음은 전공자를 위한 심화 내용입니다.
프로테오박테리아(Proteobacteria): 문 (phylum)에 해당하는 프로테오박테리아 분류군에는 광합성 세균을 포함해서 매우 다양한 세균 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포유동물의 대장에서 발견되는 프로테오박테리아 종은 모두 비슷하게 산소를 이용하는 facultative anaerobe(통성 혐기성)이며, LPS를 생산합니다. 그래서 대장 마이크로바이옴에서 프로테오박테리아를 염증 유발성 유해균으로 통칭합니다. 자연계의 프로테오박테리아는 생리적으로 매우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테오박테리아에 속하는 대표적인 균으로 대장균, Klebsiella, Citrobacter, Proteus 등이 있습니다.
Microbiome과 Microbiota: 학술 논문에서 비슷하게 쓰이지만, Microbiota는 미생물 자체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대변 미생물 이식 (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FMT)’는 실제로 미생물을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Microbiome이 아닌 Microbiota를 씁니다. 반대로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읽어서 마이크로바이옴을 검사하는 경우엔 Microbiome testing이라고 합니다.
Microbiome 단어의 유래: Microbiome은 Microbial Genome의 총합이라는 genomics 측면의 정의가 있는데, 2001년 노벨상 수상자인 Joshua Lederberg의 The Scientist에 실린 article이 대표적입니다. Lederberg의 이 정의는 당연히 최초는 아니고, 문헌상 Microbiome이 처음 정의된 것은 1988년 Whipps 등이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생태계를 Microbiome으로 표현한 것이 처음입니다. 역사적으로나, 실제 사용에서도 Microbiome을 ‘미생물 게놈의 총합’보다는 대장이나 토양 같은 특정된 환경에서 발견되는 ‘미생물 생태계’의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입니다.
참고문헌
Lederberg, Joshua, 와/과Alexa T. McCray. “’Ome Sweet ’Omics - A Genealogical Treasury of Words”. The Scientist 15, 호 7 (2001): 8.
Park, Bohye, Ji Yeon Kim, Olivia F. Riffey, Triston J. Walsh, Jeremiah Johnson & Dallas R. Donohoe. “Crosstalk between Butyrate Oxidation in Colonocyte and Butyrate-Producing Bacteria”. iScience 27(2024): 110853. https://doi.org/10.1016/j.isci.2024.110853.
Roediger, W. E. “The Colonic Epithelium in Ulcerative Colitis: An Energy-Deficiency Disease?” Lancet (London, England) 2, 8197 (1980): 712–15. https://doi.org/10.1016/s0140-6736(80)91934-0.
Sonnenburg, Erica D., & Justin L. Sonnenburg. “Starving Our Microbial Self: The Deleterious Consequences of a Diet Deficient in Microbiota-Accessible Carbohydrates”. Cell Metabolism 20, 5 (2014): 779–86. https://doi.org/10.1016/j.cmet.2014.07.003.
Whipps J, Lewis K, Cooke R. Mycoparasitism and plant disease control. In: Burge M, editor. Fungi Biol Control Syst. Manchester University Press; 1988. p. 161-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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