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치매를 예방하는 주사면 맞으시겠어요?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2026.05.09
from.
천종식
첨부 이미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독특한 주제로 찾아왔습니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주사가 있다면 어떨까요? 황당하게 들리실 수도 있겠지만, 최근 세계 최고의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들이 바로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평생 내 몸 안에 숨어 사는 바이러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대상포진 (Shingles) 백신입니다.시작하기 전에 바이러스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미생물은 우리 몸에 유익한 종도 많지만, 바이러스는 조금 다릅니다. 바이러스는 그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기생을 하므로, 사실상 거의 모두가 우리에겐 병원균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다행히 감기, 독감, 코비드 같은 흔한 바이러스는 걸렸을 때는 괴롭지만, 우리 면역계가 이겨내고 나면 몸 안에서 깨끗이 제거됩니다. 면역계의 승리로 끝나는 거죠. 그런데 한번 감염되면 우리 몸 안에 평생 숨어서 기회를 노리는 바이러스도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이 바로 그런 유형의 바이러스예요. 흥미롭게도, 이렇게 한번 감염되면 평생 내 몸에 남아 있다는 측면에서 이 바이러스도 일종의 우리 몸 마이크로바이옴의 일원으로 볼 수 있겠네요. 물론 해로운 미생물로 분류해야 하지만요.

 

입술 물집에서 대상포진까지

 

평생 잠복하는 바이러스 중 우리가 가장 흔하게 접하는 종류는 헤르페스바이러스입니다. 며칠 밤샘 작업을 하고 나면 입술 주변에 작고 투명한 물집이 생기고 진물이 나면서 딱지가 지는 경험, 한 번쯤 해보셨나요? 바로 HSV-1이라는 헤르페스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된 거예요.

 

이보다는 덜 흔하지만, 훨씬 고통스러운 경우가 바로 대상포진입니다. 사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처음 감염될 때는 온몸에 물집이 퍼지는 수두를 일으킵니다. 어릴 때 수두를 앓으셨던 분이라면 그 바이러스가 지금도 내 몸 속 신경절에 조용히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에요. 그러다가 노화나 극심한 스트레스로 면역이 크게 떨어지는 순간, 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을 일으킵니다.

 

대상포진의 통증은 사람에 따라 정말 심할 수 있습니다. 지인 한 분도 해외 출장 중에 대상포진에 걸려서 비행기를 타기 어려울 정도로 고생하셨어요. 저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부교수 시절에 연구과제를 무려 7개나 동시에 진행하는 무리수를 두다가 젊은 나이에 대상포진을 앓은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그 통증은 지금도 잊기 어렵네요.

 

대상포진 백신, 그런데 치매도 막아준다고?

 

대상포진 자체를 예방하기 위한 백신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되고 개발되어 왔습니다. 백신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사람에게는 없고 바이러스 껍질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물질인 항원을 우리 면역계에 미리 보여줘서 기억하게 하는 거예요. 그래야 나중에 실제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 빠르게 물리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면, 흥미로운 연결고리가 보입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가장 대표적인 신경세포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예요. 신경계, 특히 뇌에도 염증을 유발하고, 이로부터 다양한 뇌 질환이 더 쉽게 생기거나 악화할 수 있어요. 이 분야 전문가들이 자연스럽게 연결해 볼 수 있는 스토리였는데, 문제는 이걸 과학적으로 어떻게 증명하느냐였습니다.

 

우연이 만들어낸 완벽한 임상시험, 웨일즈의 자연 실험

 

2025년, 세계 최고의 학술지 네이처에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결정적인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Eyting 등, 2025). 바다 건너 영국 웨일즈에서 2013년에 있었던 공공 무료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을 활용한 거예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80세를 기준으로 그보다 어린 사람에게만 무료 백신 접종 자격을 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백신 프로그램이 시작된 2013년 9월 1일을 기준으로 1939년 9월 2일생은 79세라 무료로 백신을 맞을 자격이 있고, 그 하루 전인 9월 1일생과 그 이전 출생자는 80세 이상이라 자격이 없는 셈이었죠. 실질적으로 나이가 거의 비슷한 두 집단이 백신 접종 여부만 다르게 된, 그것도 30만 명 규모의 자연스러운 임상시험 디자인이 우연히 만들어진 겁니다. 연구자가 이런 완벽한 데이터를 얻을 기회는 흔하지 않아요.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무료 접종 자격을 받은 집단에서는 거의 절반에 가까운 47%가 백신을 맞았고, 그렇지 않은 집단에서는 거의 맞지 않았습니다 – 웨일즈 어르신들도 공짜를 좋아하시네요!  그런데 백신 접종의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연구진이 백신 접종 후 7년간 약 28만 명의 치매 발생을 추적해보니, 백신 접종자에서 치매 발생이 3.5% 감소했고, 이는 미접종자 대비 무려 20%가 감소한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치매 예방 효과가 여성 참가자에게 집중되었다는 겁니다. 남성의 경우에도 예방 효과가 보이기는 했지만,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았어요 - 남성분들 아직은 실망하지 말고 마저 읽어보시길.

 

치매의 시작도, 진행도 모두 늦춘다

 

같은 연구진이 이어서 2025년 Cell 지에 발표한 논문 (Xie 등, 2025)에서는 범위를 더 넓혔습니다. 9년간의 추적 조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로 인한 사망까지 살펴본 거예요.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은 아직 가능한 상태이고, 치매는 그마저도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치매의 전 단계(경도인지장애)와 그 후 단계(치매에 의한 사망)를 모두 살펴 본 거죠.

 

9년간 웨일즈 노인들의 경도인지장애 발생률은 7.3%였는데,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경도인지장애 발생이 3.1% 낮았습니다. 3.1%가 작아 보이실 수 있는데, 원래 발생률이 7.3%라는 걸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비율로 경도인지장애 발생이 줄어든 겁니다. 또한 이미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치매로 인한 사망률도 백신이 29.5%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치매의 진행 자체를 백신이 늦춘다는 뜻입니다.

 

캐나다에서도 같은 결론

 

웨일즈와 비슷한 공공 백신 프로그램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있었습니다. 같은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2026년 란셋 뉴롤로지에 그 분석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70세 기준의 프로그램이었고, 23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어요 (Pomirchy 등, 2026).

 

결론을 바로 말씀드리면,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백신 접종 자격이 있는 집단에서 5.5년간 치매 발생이 2% 감소했어요. 2%가 작아 보이지만, 자격자 중 실제 백신을 맞은 사람이 27.4%에 불과했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 예방 효과는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여성에서 더 큰 효과가 있었고, 남성에서는 예방 효과는 보였으나 역시 통계적으로는 유의미하지 않았어요.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의 효과

 

그렇다면 앞에 언급한 생백신보다 더 나중에 개발된 재조합 백신은 어떨까요? 재조합 백신은 일반적으로 유전공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져서 몸에 들어가면 바이러스로 다시 살아나기 어려운 사백신의 일종입니다.

 

2022년 뉴질랜드 연구진이 약 천만 명 규모의 데이터를 정리한 결과를 보면, 대상포진 자체에 대한 예방 효과가 생백신은 45.9%, 재조합 백신은 79.2%로 재조합 백신이 훨씬 뛰어납니다 (Mbinta 등, 2022). 대상포진이 치매 발생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면, 그걸 잘 막는 재조합 백신이 치매 예방도 더 잘하지 않을까요?

 

마침, 올해 1월에 65세 이상 미국인을 대상으로 재조합 백신과 치매 발생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RAYES 등 2026). 접종자 6만 6천 명과 나이, 성별, 인종이 유사한 미접종자 26만 명을 비교한 결과, 재조합 백신 접종한 사람은 미접종자 대비 치매 발생이 51%나 감소했어요. 역시 여성(55%)이 남성(45%)보다 치매 예방 효과가 조금 더 컸지만, 이번엔 남성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생백신의 20%와 비교하면 재조합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 51%라는 수치, 상당히 큰 향상으로 보입니다.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

연구진은 결과의 왜곡 가능성도 꼼꼼하게 따졌습니다. 원래 건강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백신을 더 열심히 맞는 경향이 있고,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하는 사람은 면역도 잘 챙겨서 대상포진이 덜 생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연구진은 완전히 다른 백신인 Tdap(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예방 백신)을 맞는 사람과도 비교해 봤는데, 이 경우에도 Tdap 백신을 맞는 사람에 비해서 대상포진 백신 접종자의 치매 위험이 27% 낮았습니다. 단순히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는 성향에 따른 왜곡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분명 치매 예방 효과는 보인다고 생각되는 데이터입니다.

 

종합해보면

 

연구 대상자의 국가와 나이 등이 달라 일대일로 비교해 보긴 어렵지만, 대략 생백신은 20%의 치매 예방 효과, 재조합 백신은 51%로 대상포진 예방을 더 잘하는 백신이 치매도 더 잘 예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생백신의 경우 남성의 치매 예방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는데, 재조합 백신은 여전히 여성보다 예방 효과가 약간 떨어지긴 했지만, 남성의 치매 예방 효과도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뇌 염증을 막는 것이 핵심

 

어떻게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를 막을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신경 염증(neuroinflammation)에 있습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신경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이고, 재활성화된 바이러스는 뇌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어요. 이미 많은 연구에서 뇌 안에서 일어나는 신경 염증이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자폐 스펙트럼 장애, 중증 우울증 등 대부분의 주요 뇌 질환의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는데, 신경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마이크로바이옴이 망가지면 뇌의 신경 염증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들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어요. 장과 뇌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 부분은 앞으로 뉴스레터에서 별도로 깊이 다뤄볼 예정입니다. 아무튼 결론을 말씀드리면, 대상포진 백신은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를 막고, 그 결과로 뇌 염증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장벽과 마이크로바이옴, 그리고 염증 발생의 주요 기작은 지난번 뉴스레터로 이미 설명해 드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접종, 고민해볼 만합니다

 

올해 연세대 강혜영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현재 10%에 머무는 우리나라의 대상포진 백신 접종률을 효과가 좋은 재조합 백신으로 70%까지 높인다면, 사회적 비용이 7억 5천만 달러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Kim 등, 2026). 치매 예방이라는 개인적 혜택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가 이익을 보는 셈이죠.

 

앞에서 소개해 드린 여러 논문을 읽고, 이미 30대 후반에 대상포진을 앓은 경험이 있는 저는 얼마 전 아내와 함께 동네 의원을 찾아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백신을 맞았습니다. 일반적으로 50세 이상에서 권장하며, 재조합 백신은 시차를 두고 2번 접종해야 합니다. 어떤 백신이든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담당 의사 선생님과 먼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재조합 백신은 두 번 맞아야 하는 데다 가격이 상당하니 미리 의원에 전화해서 비용도 꼭 확인해 보세요.

 

치매 예방에 관한 정보는 SNS나 유튜브에 넘쳐나지만, 이렇게 대규모의 과학적 근거를 갖춘 예방법은 흔하지 않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노화에 중요한 장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역할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찾아뵐게요.

 

(본 뉴스레터와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마이크로바이옴 클라스’는 조회수 및 광고에 의한 수익 창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Eyting, Markus, Min Xie, Felix Michalik, Simon Heß, Seunghun Chung, and Pascal Geldsetzer. 2025. "A Natural Experiment on the Effect of Herpes Zoster Vaccination on Dementia." Nature 641 (8062): 438–46. https://doi.org/10.1038/s41586-025-08800-x

Kim, Gahee, Jaehee Jung, Dain Lee, Hee-Do Yang, and Hye-Young Kang. 2026. "Epidemiologic and Economic Impact of Introducing a National Immunization Program for Herpes Zoster Vaccination on the Prevention of Herpes Zoster and Postherpetic Neuralgia in South Korea, an Aging Society." Epidemiology and Infection, April 30. https://doi.org/10.1017/S0950268826101502

Mbinta, James F., Binh P. Nguyen, Prosper Mandela A. Awuni, Janine Paynter, and Colin R. Simpson. 2022. “Post-Licensure Zoster Vaccine Effectiveness against Herpes Zoster and Postherpetic Neuralgia in Older Adult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The Lancet. Healthy Longevity 3 (4): e263–75. https://doi.org/10.1016/S2666-7568(22)00039-3.

Pomirchy, Michael, Seunghun Chung, Christian Bommer, Stephenson Strobel, and Pascal Geldsetzer. 2026. “Herpes Zoster Vaccination and Incident Dementia in Canada: An Analysis of Natural Experiments.” The Lancet. Neurology 25 (2): 170–80. https://doi.org/10.1016/S1474-4422(25)00455-7.

Rayens, Emily, Lina S. Sy, Lei Qian, et al. 2026. "Recombinant Zoster Vaccine Is Associated with a Reduced Risk of Dementia." Nature Communications 17 (1): 2056. https://doi.org/10.1038/s41467-026-69289-0

Xie, Min, Markus Eyting, Christian Bommer, Haroon Ahmed, and Pascal Geldsetzer. 2025. "The Effect of Shingles Vaccination at Different Stages of the Dementia Disease Course." Cell 188 (25): 7049–7064.e20. https://doi.org/10.1016/j.cell.2025.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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