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듯한 병원 1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학교 졸업 축사

2022.09.05 | 조회 806 |
0
|

마이티박스

뉴스부터 다양한 인터뷰까지 기독교인 읽을 거리를 제공합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오늘은 역시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많은 일들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우리 마이티 박스💌는  이러한 세상의 이야기들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여러분에게 생각할 거리를 전해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학교 졸업 축사를 살펴보고 함께 생각해 볼만한 글을 가져 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같이 살펴 볼까요?👨🏻

우리에게 주어진 약 30000일의 시간

관련 기사 : [Pick] 허준이 "1인 병실서 사망하는 준비에 정신 팔지 마라" 

지난 29일 여느 대학 졸업식보단 '조금' 늦은 코스모스 졸업식이 열렸는데요. 바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제76회 서울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3년 만에 열린 대면 학위수여식이라 더 많은 이들에게 관심을 받았는데요, 서울대학교에 따르면 비대면 기간(20년 2월 ~ 22년 2월) 졸업한 졸업생들도 이번 학위수여식에 초청 대상이 되어 함께 축하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날 학위수여식엔 사회 각층에서 활동하고 계신 많은 분들과 서울대 관계자 여러분께서 한 자리에 모여 졸업생들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 중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의 졸업 축사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고 싶어 가져와 보았습니다.

같이 한 번 들어보시죠!

인생에 기로에 선 후배들에게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현재의 허준이가 미래의 자신들에게 들려주는 이번 축사는 우연의 의지와 기질이 기막히게 정렬되어 크게 성공한 사람의 교묘한 자기 자랑을 경계하고 있습니다만, 매일 수학자들이 하는 무모순의 한계 내 다양한 정의를 선택하는 것처럼 언어를 사용하며 삶의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 가치의 잣대를 보게끔 돕습니다.

많은 졸업식에서 인용되어 진부하기까지 한 '꿈을 좇아라',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등의 이야기는 사회적 가치에는 부합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사회적 가치는 필연적으로 정의롭지 않고, '제로섬 상대평가의 퉁명스러운 기준' 속 일부의 성공은 앞서 이야기 한 아름다움과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준이 교수가 축사 중 유일하게 '~하지 않길 바란다'고 이야기 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인간의 직관이 담기 어려운 삼만 남짓한 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이야기인데, 이는 '취업, 창업, 결혼,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정신팔리지 않는 것'입니다. 즉 '무엇'에 가치를 두어 봉착하는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드는 지름길입니다.

허준이 교수가 전하는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라'는 말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됩니다. 온전히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이 순간의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먼 훗날의 나라는 완벽히 낯선 세 사람들이 엉성하게 잇고 있는 삶' 속에서 '그 끝에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성경에도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전한 서신서인 고린도후서를 살펴보면 허준이 교수의 철학과 닮은 말씀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형제들이여, 기뻐하십시오. 온전하게 되기를 힘쓰십시오. 서로 격려하십시오. 같은 마음을 품으십시오. 화평하십시오. 그러면 사랑과 평강의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하실 것입니다.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십시오.(고린도후서 13:11, 우리말 성경) 우리에게 비슷하게 주어진 3만일이라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중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며 나와 서로에게 친절한, 하나님과 함께하는 하루가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아래는 허준이 교수의 졸업 축사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07년도 여름에 졸업한 수학자 허준이입니다.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입니다. 저는 대략 그 절반을 지나 보냈고, 여러분 대부분은 약 삼 분의 일을 지나 보냈습니다. 혹시 그중 며칠을 기억하고 있는지 세어 본 적 있으신가요?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 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짓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 졸업식이 그런 날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하루를 여러분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쁩니다.학위수여식에 참석할 때 감수해야 할 위험 중 하나가 졸업 축사가 아닌가 합니다. 우연과 의지와 기질이 기막히게 정렬돼서 크게 성공한 사람의 교묘한 자기 자랑을 듣고 말 확률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겁이 나서, 아니면 충실하게 지내지 못한 대학생활이 부끄러워 십오 년 전 이 자리에 오지 못했습니다만, 여러분은 축하받을 만한 일을 축하받기 위해 이를 무릅쓰고 이곳에 왔습니다. 졸업식 축사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요? 십몇 년 후의 내가 되어 자신에게 해줄 축사를 미리 떠올려 보는 것도, 그 사람에게 듣고 싶은 축사를 지금 떠올려 보는 것도 가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당연하게 떠오르는 말은 없습니다. 지난 몇천 일, 혹은 다가올 몇천 일간의 온갖 기대와 실망, 친절과 부조리, 행운과 불행, 그새 무섭도록 반복적인 일상의 세부 사항은 말하기에도, 듣기에도 힘들거니와 격려와 축하라는 본래의 목적에도 어울리지 않을 것입니다. 구체화한 마음은 부적절하거나 초라합니다.제 대학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잘 쉬고 돌아오라던 어느 은사님의 말씀이, 듬성듬성해진 성적표 위에서 아직도 저를 쳐다보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 듣고 계신 분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좇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 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 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오래전의 제가 졸업식에 왔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줘야 할까 고민했습니다만 생각을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그가 경험하게 될 날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가슴 먹먹하게 부럽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선물할 어떤 축사를 떠올리셨을지 궁금합니다.수학은 무모순이 용납하는 어떤 정의도 허락합니다. 수학자들 주요 업무가 그중 무엇을 쓸지 선택하는 것인데, 언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가능한 여러 가지 약속 중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구조를 끌어내는지가 그 가치의 잣대가 됩니다. 오늘같이 특별한 날 특별한 곳에서 특별한 사람들과 함께하니 들뜬 마음에 모든 시도가 소중해 보입니다. 타인을 내가 아직 기억하지 못하는 먼 미래의 자신으로, 자신을 잠시지만 지금 여기서 온전히 함께하고 있는 타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졸업생 여러분, 오래 준비한 완성을 축하하고, 오늘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합니다.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마이티박스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마이티박스

뉴스부터 다양한 인터뷰까지 기독교인 읽을 거리를 제공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070-8027-2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