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입니다. 회의실 문이 닫히는 순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요.
책상 위 서류들은 평소와 같고, 팀원들은 익숙한 자리에서 익숙한 동작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기만은 다릅니다. 당신의 마음속 작은 불안 하나가 회의실 전체의 온도를 조금 낮추고 있음을, 리더인 당신이 누구보다 먼저 느낍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여러 실증연구를 통해 확인됩니다. Zhang 외 연구(2022, Frontiers in Psychology)는 리더의 불안이 구성원의 집중력과 감정 상태를 즉각적으로 흔들며 성과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리더가 불안할 때 나타나는 행동 변화는 리더 자신도 종종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2024년 Walsh 연구팀(Journal of Personnel Psychology)은 리더의 불안이 결정 회피, 수동적 리더십을 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불안은 리더를 재촉하거나 멈추게 하며, 조직의 속도는 그 리듬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당신의 속도 변화는 곧 팀의 속도 변화가 됩니다. 그리고 팀원들은 그 변화에 반응합니다. 그들은 피드백을 조절하고, 말수를 줄이고, 리스크 없는 발언만 선별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피드백 셀프컨트롤이라고 부릅니다. 리더의 불안 앞에서 구성원들이 본능적으로 취하는 보호 전략입니다.

Zhang 연구(2022)는 이를 인지적 간섭(cognitive interference)이라고 불렀습니다. 리더의 불안이 구성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고, 정서적 에너지를 고갈시키며, 결국 성과를 떨어뜨린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한 마디 내뱉기도 전에, 당신의 불안은 이미 팀의 마음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안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며, 흔들리는 리더가 되는 것도 틀린 것이 아닙니다. 불안한 리더가 자신을 탓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자꾸 흔들릴까.” “왜 나는 결정 앞에서 주저하게 될까.”
그러나 연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불안은 리더십의 실패가 아니라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Van de Calseyde 외(2021, PLOS ONE)는 빠른 결정과 느린 결정 모두 불안에서 비롯될 수 있으며, 그 자체가 잘못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너무 빠르거나 너무 느릴 때 생기는 후폭풍입니다. 자기효능감이 높은 리더는 불안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Lizarte Simón 연구(2024, Behavioral Sciences)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 높은 리더는 불안이 와도 몰입과 퍼포먼스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Fürtjes 연구(2023, BMC Psychiatry) 역시 자기효능감이 불안의 부정적 효과를 완충하는 보호요인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이 흔들리는 이유는 리더십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이 너무 많은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당신이 원하는 조직은, 당신의 불안을 혼자 감당시키지 않는 조직입니다. 리더의 불안은 리더 개인의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조직 전체의 호흡을 바꾸는 인프라 문제입니다. 좋은 조직은 리더의 불안을 리더 한 사람에게 가두지 않습니다. 리더가 흔들릴 때, 그 흔들림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팀이 함께 중심을 잡습니다. 나쁜 조직은 리더의 불안을 그대로 조직의 언어로 받아들이고, 팀 전체가 요동칩니다.
불안은 리더의 실패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리더십의 품격과 조직의 미래를 가를 뿐입니다. 아래의 조치들은 불안을 부정하거나 숨기는 방식이 아니라, 불안을 자원으로 전환해 조직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전략들입니다.

1. 속도를 점검하세요 — 빠르게도, 느리게도 결정하지 말고 ‘일관된 리듬’을 찾아 보세요. 불안은 결정을 서두르게 하거나 미루게 합니다. 그러나 팀이 진짜 원하는 것은 **빠른 결정도, 완벽한 결정도 아닌 ‘예측 가능한 리더의 리듬’**입니다. 하루의 시작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오늘 나는 어느 쪽으로 흔들리는가?” 그 자각 하나가 리더십의 중심을 붙잡는 첫 조치입니다.
2. 하루에 한 번, 팀과 ‘짧은 확인 대화(briefing)’를 해보는 건 어떤가요. 구성원은 리더의 불안을 침묵 속에서 해석합니다. 따라서 단 2~3분의 브리핑이라도 “지금 상황을 이렇게 보고 있다”는 리더의 짧은 신호는 팀의 불안을 급격히 낮춥니다. 불안은 설명되지 않을 때 가장 크게 자랍니다.
3. 중요한 결정일수록 ‘두 번째 질문’을 던지면 도움이 됩니다. 전문성 편향은 불안할수록 강해집니다. 자신 있는 분야일수록 과감하게 ‘속도’를 내버리니까요. 그러므로 다음 질문을 반드시 붙이십시오. “내가 지금 이렇게 빠르게(혹은 느리게) 결정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단 한 문장의 자기점검이 판단의 왜곡을 막아줍니다.
4. 구성원과의 피드백 루프를 ‘정례화’해보세요 팀원들은 불안한 리더 앞에서 피드백을 조절합니다. 그래서 리더는 중요한 정보를 놓치게 되고, 그것이 다시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정기적인 1:1 피드백 루프는 리더의 불안 → 정보 부족 → 불안 심화 의 순환을 끊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입니다.
5. 자기효능감을 회복하십시오 — 성과보다 ‘확신의 근육’을 먼저 키워보세요. 자기효능감은 불안의 가장 강력한 완충장치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자기효능감은 근거 없는 자기확신이 아니라, "나는 이 상황을 다룰 수 있다"는 경험 기반의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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