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자극하는 하얀 가루의 중독성…한국엔 규제가 없다

미션35🚩당류 함량을 낮춰라

2023.11.06 | 조회 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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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100

한국 사회, 100가지만 바뀌어도 살 맛 날 걸요?🥳 지금 필요한 100가지 제도 변화를 이야기하는 미션100레터. 매주 월요일, 무겁고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어 전해드려요.

KBS 9시 뉴스 캡처
KBS 9시 뉴스 캡처

요즘 인기 간식인 탕후루 드셔보셨나요? 달달한 과일에 빠작!’하고 씹히는 설탕 코팅이 더해진 음식인데요, 호기심에 먹어봤다가 중독된 사람들이 많아요.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하대요. 탕후루에 빠진 아이들의 설탕 과소비 문제가 우려되면서, 얼마전 국정감사 현장에 유명 탕후루 브랜드의 대표가 불려 나오기도 했죠.

 

당뇨·비만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급증했다

탕후루도 한 때 유행하는 디저트 중 하나일 뿐인데 국정감사에까지 소환되어야 했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탕후루보다 훨씬 더 단 음식들이 유행을 거쳐왔는데 탕후루만 문제시 하는 게 새삼스럽긴 하네요. 그래도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그냥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있어요. 요새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당뇨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거든요. 5년 전에 비해 당뇨 유병률이 초등학생(고학년)1.6, 중학생은 1.7, 고등학생은 1.3배 증가했어요. 당뇨병은 대표적인 성인병 중 하나인데 10대 전반에서 당뇨 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현상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리고 당뇨 발병 위험을 높이는 비만은 더 심각한 상황이에요. 비만으로 진료받은 10대가 5년 전에 비해 2~3배 늘었어요.

 

출처: 경향신문 기사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출처: 경향신문 기사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물론 비만 또는 당뇨인 아이들이 늘어나는 게 탕후루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을 거예요. 과일주스, 빙수, 흑당음료, 마카롱 등 수많은 달콤한 음식들이 수년 간 사랑 받아왔잖아. 그만큼 우리는 당류에 오랫동안 노출되었죠. 단 음식이 건강을 망친다고 어릴 때부터 교육받아왔지만, 당 충전을 하는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잡으면서 설탕의 위험성에 점점 무뎌진 것 같아요.

 

설탕과 마약의 공통점: 하얗게 정제되어 뇌를 빠르게 자극한다

그러나 설탕은 강한 중독성을 갖고 있는 무서운 존재입니다. 설탕은 에너지를 제공하는 영양소이기도 하지만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는 물질이기도 해요. 코카인, 헤로인과 같은 마약처럼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하거든요. 설탕을 먹으면 0.6초만에 뇌가 활성화된다고 하는데요, 담배를 피웠을 땐 10초 뒤에 뇌가 자극된다는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정말 빠르죠. 이렇게 설탕의 즉각적인 효과에 중독되기 시작하면 비만·당뇨 등 각종 성인병을 불러오게 됩니다.

 

100년 전만 해도 전 세계에서 희귀병이었던 당뇨병이 현재 인구의
10%가 앓는 질병이 된 이유를 설탕에서 찾는 책. 게리 타우브스 지음.
100년 전만 해도 전 세계에서 희귀병이었던 당뇨병이 현재 인구의 10%가 앓는 질병이 된 이유를 설탕에서 찾는 책. 게리 타우브스 지음.

 

당류 함량 줄여서 판매하도록, 전세계는 ‘설탕세’ 도입

해외에선 설탕의 해로움을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있어요. 대표적인 것이 설탕세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2014년 가당음료에 대한 과세를 통해 설탕 소비를 감소시키는 정책을 권고했고, 그 이후 여러 나라가 설탕세를 도입했어요. 대표적으로 영국은 설탕세를 도입하고 2년 뒤 청량음료의 설탕 함량이 11% 감소하는 효과를 봤다고 합니다. 음료를 달게 만들수록 세금이 늘어나다 보니 음료 업체들이 당을 낮춰서 판매했죠. 이렇게 당류 함량을 줄이도록 촉진하는 설탕세를 도입한 국가는 지금 80개국을 넘어섰습니다. 한국 정부도 설탕세 필요성엔 공감한다는 입장이지만 물가 상승 우려 때문에 도입을 망설이고 있어요.

 

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
출처: KOTRA 해외시장뉴스

 

마라탕후루→스무디 코스?

‘스무디 한잔에 당류 65g’

사람들이 설탕 맛에 이끌리면서 점점 더 달콤한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디저트를 판매하는 업계에선 계속 당류 함량이 높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요.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30여개 프랜차이즈 커피·음료 업체에서 판매하는 음료의 영양성분을 확인해봤는데요, 스무디·에이드류의 평균 당류 함량이 65g에 달했어요. 가장 달콤한 음료는 당류가 무려 107g 들어가 있었죠.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하루 당분 섭취량은 50g이에요.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이보다 적은 25g를 섭취하라고 권고합니다. 요즘 10대 사이에선 마라탕탕후루스무디·빙수를 순서대로 먹는 게 일종의 놀이문화처럼 자리잡았다는데요, 아이들은 스무디 한 잔만 마셔도 하루 권고량의 두배를 뛰어넘는 당류를 섭취하게 되는 거예요.

 

설탕 얼마나 들었는지도 모르고… 습관적 소비

해외에선 당류함량·등급표시 의무화

전문가들은 시중 스무디처럼 단순당이 많은 식품을 자주 먹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소아·청소년이라도 (2)당뇨가 생길 위험이 있다고 지적해요. 특히 음료와 같이 액상으로 당류를 섭취하면 당뇨 위험이 높아요. 당류가 질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데도 음료에 당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표시하지 않는 카페가 많습니다.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죠. 이런 한국의 상황과 다르게 가포르에서는 모든 음료에 설탕 함유량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하고 있습니다. 당분이 얼마나 들어있느냐에 따라 A~D등급을 매기는데요,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음료도 예외가 아니에요. C등급 이하의 음료는 포장재 전면에 영양 등급과 설탕 함유량이 잘 보이도록 만들어야 하고, D등급 이하의 음료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선 이러한 제도 덕분에 당분 높은 음료 소비가 감소하고 저당 음료의 소비가 급증했다고 해요.

 

질병 유발하는 설탕, 규제가 필요하다

달콤한 음식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점점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설탕 과소비는 이제 사회적 문제로 봐야합니다. 설탕을 반복적으로 먹으면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 명백하고, 이미 당류 과소비와 관련된 질병들이 젊은층 사이에서 급증하고 있으니까요. 칠레는 원래 1인당 가당음료 섭취량이 전세계 1위였는데요, 가당음료에 과세하는 제도와 전체 식음료에 전면 경고표시를 적용하는 제도를 도입한 후 6개월 만에 가당음료 섭취량이 60%나 감소했어요. WHO의 전문가는 가당음료 과세정책이 발표되고 유예기간이 주어지면 대부분의 기업들이 조정된 과세율에 맞게 제품을 재설계한다고 말했는데요, 한국에도 하루빨리 설탕세와 같은 규제가 도입되어 기업들이 건강 친화적인 음료를 판매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3-01-06. [싱가포르, 당뇨병 유병률 낮추기 위해 당 함유 음료 규제 강화]. 이슈트렌드. KOTRA. 18-06-08. [英, 청량음료 설탕세 도입 그 이후]. 해외시장뉴스. KBS. 23-10-25. [‘달콤 탕후루’ 열풍에 국감장까지…“자영업자 죽이기”]. 경향신문. 23-10-27. [탕후루는 언제까지 달콤할까?]. 헬스조선. 23-08-31. [마라탕→탕후루→스무디 ‘요즘 10대 외식코스’… 당뇨병 괜찮나?]. 헬스조선. 18-09-12. [WHO 전문가 "한국도 설탕세 도입 검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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