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정부가 외국인 가사근로자 시범사업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공청회를 열었어요.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가 시급하다며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에서 가사노동자들을 데려오면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한층 덜 수 있다는 주장이었어요. 그런데 정부의 주장과 달리 공청회장에는 반대의 목소리가 거셌는데요. 공청회에 참여한 시민단체 회원들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도입이 또 다른 현대판 노예제도가 될 수 있다’며 비판했고, 부모들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가 부모들의 양육 부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어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부모들의 충돌,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육아 부담 완화로 출산율 제고, 시범사업 강행하는 정부와 서울시
시민단체와 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결국 외국인 가사노동자 시범사업을 운영하기로 했어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인데요.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적극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불과 두 달 만에 공청회가 열렸고, 다시 두 달 후인 9월에 시범사업의 운영계획이 발표되었어요.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는 이르면 12월에 서울시에서 시범운영 될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는 여론 수렴 과정에서 문제로 제기되었던 문제를 고려하여 이번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번 시범사업은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인권 및 이용자의 서비스 만족도를 심층 모니터링 하기 위해 소규모 100명으로 서울시에서 운영한다고 해요. 서울에 거주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등이 우선 이용 대상자이며, 현 가사 서비스 시세인 '시간당 1만5,000원' 내외보다 낮아지게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용 시간은 하루 중 일부, 하루 종일 등 이용자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며, 서울시는 사업 초기 외국인 가사 노동자의 숙소비와 교통비∙통역비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하고요(시범사업 이후에는 숙소 비용 등을 근로자가 부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이 부모의 실질적인 양육 부담을 완화하고 아이 돌봄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아 저출산 해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해요. 최근 아이 키우기로 바쁜 부모들은 한국인 도우미분들을 주 5일에 330~350만원, 조선족 도우미분들을 주 5일에 270~280만원 정도에 고용해야 하는데, 이 마저도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하는데요. 최저시급인 월 200만원 정도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을 데려오면 부모들의 부담이 크게 줄 것이라는 거예요. 우리나라와 같이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는 싱가포르와 홍콩에서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도입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20~30% 증가했다는 효과가 있었다고 하고요. 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에게도 자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높은 소득을 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은 현대판 노예제도? 싱가포르와 홍콩의 현실
정부와 서울시의 강행에 시민단체 및 돌봄업계 종사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외국인 가사노동자 제도가 저출산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돌봄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외국인의 인권을 짓밟는 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선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도입으로 출산율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오세훈 시장의 말. 학계 및 시민단체에 따르면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해요. 오세훈 시장이 주장했던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례에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한 것으로 보였으나, 두 국가는 여전히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한 것도 싱가포르와 홍콩이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현저히 낮은 임금을 주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죠. 싱가포르와 홍콩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는 한 달에 약 60~80만원을 받는데 이는 내국인들의 평균 임금에 4~5배 낮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정부와 오세훈 시장이 주장한 200만원의 급여는 일반 중산층 부부가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해요.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우리나라에 와서 일을 하더라도 인권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요. 몇 년 전 홍콩과 싱가포르의 가사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은 소통과 문화 차이 등으로 차별을 받으며, 숙식을 냉장고 위의 자그마한 다락방이라던지, 아이들의 침대 사이에서 해결하며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여줬죠. 이로 인해 현재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뭉쳐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홍콩은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첩첩산중 육아환경, 저출산의 근본적인 대책 찾아야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보다 육아환경을 개선할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열린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여한 한 부모는 “가장 좋은 건 내 아이를 내가 키울 수 있게 노동시간을 조율하는 것”이라며 노동시간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며, 소득이 높지 않은 부부들은 육아와 일에 치여 매일을 힘들게 살아갑니다. 이들에게는 월 200만원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보다 자기의 아이를 한 시간이라도 더 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낮은 급여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싱가포르와 홍콩보다 육아휴직 기간과 급여 등이 잘 보장되어 있는 스웨덴, 덴마크 등의 모델이 필요한 것입니다. 앞으로의 정책은 육아 문제를 단순히 비용의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전체적인 육아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추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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