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G에 대규모 투자…? 5G 사태를 벌써 잊으셨나요?
2024년도 정부의 예산안 중에 눈에 띄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6G인데요. 정부는 2024년 한 해에만 차세대 네트워크(6G) 산업 기술개발에 15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해당 사업은 예타사업으로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총 5년간 6G 관련 기술개발에 4407억원이 투입될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가 6G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6G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이 많습니다. 몇 년 전부터 국민들에게 불만을 일으켰던 5G 사태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비싼 요금에 먹통 논란과 속도 과대광고 논란까지 있었던 5G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5G는 과대광고와 서비스 부실로 손해배상 집단소송까지 이어졌습니다. 5G 관련 집단소송은 불과 3년도 안되었는데, 정부가 5G 사태를 잊은 걸까요? 이번주 미션100은 정부의 6G 대규모 투자 배경과 통신시장의 문제점을 알아봤습니다.
네트워크 기술을 지배하는 국가, 세계 경제의 패권을 쥔다?
정부가 6G 투자에 열을 내고 있는 이유, 네트워크 기술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데 필수이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있습니다. 미국은 4G 네트워크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의 대기업이 큰 수혜를 얻을 수 있었으며, 통신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빨리 5G 연구개발에 매진했고 그 결과 화웨이, ZTE 등의 통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기존 5G보다 최고 50배 빠른 6G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로봇 등 첨단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 핵심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2023년 11월, 정부는 6G를 “디지털 심화 시대에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 창출의 핵심”이라고 평가하며 “6G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신업계와 대기업 역시 글로벌 네트워크 시장 선점을 위해 6G의 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EU 등에서도 6G 기술 개발을 추진 중에 있어 우리나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6G, 5G 답습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미래 글로벌 시장에서 동력이 될 6G가 5G의 문제를 고스란히 답습할까 우려가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5G 역시 상용화 당시 정부와 산업계의 조명을 받으며 등장했는데요. 지금은 비싼 요금과 한 번씩 끊기는 네트워크 등으로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비싸고 툭툭 끊기는 5G를 쓰느니, 차라리 비슷한 속도에 요금까지 저렴한 LTE를 쓰겠다는 사용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국회에서 5G 이용자 965명에게 사흘 동안 질의한 결과, ‘아주 잘 터진다’는 응답은 10%에 그쳤습니다. 특정 장소에서 끊긴다는 응답은 92%, LTE에 비해 5G 속도가 빠르냐는 질문에는 82%가 ‘차이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LTE보다 20배 빠르다며 광고하던 5G가 기지국 부족으로 먹통에, 실제 평균 5G 전송속도는 광고에 적힌 속도의 3~4%에 그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통신3사 과점체계의 폐해, 국민들만 손해봐
이러한 대국민 사기극이 펼쳐질 수 있었던 이유, 통신3사의 과점체계 때문입니다. 지금의 통신업은 SKT, KT, LGU+ 등 3개의 통신사만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정부가 이 3개의 통신사(SKT, KT, LGU+)에게만 주파수를 빌려줘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통신 3사는 과점체계로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과점 체계로 인해 피해를 봤습니다. 그 대표적인 피해 사례가 5G 사태입니다. 통신 3사는 5G 기술개발, 기지국 설치 등에 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정부로부터 대량 지원받았습니다. 그리고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라며 5G를 광고해 이용자들을 끌어 모았습니다. 그런데 정부로부터 대량의 지원을 받고 시작한 5G,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통신 3사는 5G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LTE보다 훨씬 비싸게 요금을 책정했습니다. 이에 5G 요금제는 기존 LTE 요금제보다 비싸다며 국민들의 불만을 샀습니다. 심지어 기지국 설치 부족으로 먹통 사태까지 일어나 ‘안전 문제까지 발생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를 사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의 원성이 들끓자 요금을 내리라는 정부의 압박에도 통신 3사는 과점 체계 내에서 배짱을 부리는 모양입니다. 통신 3사가 마지못해 내놓은 5G 중간요금제는 한 회사에서 출시한 것 마냥 비슷했기 때문입니다(SKT 37GB 62000원, KT 50GB 63000원, LGU+ 50GB 63000원). 과거 ‘시간이 지나면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라던 정부 인사의 이야기와는 한참 다릅니다.
과점시장을 깨야 통신비가 내려간다지만… 문제는 첩첩산중
과점시장을 깨기 위해 제 4, 제5의 통신사가 나와야 하지만, 이는 실현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수십 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수하고 뛰어들 신규 사업자도 없을 뿐 더러 장치산업의 특성상 발생하는 선점효과를 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도하게 비싼 요금으로 인해 사람들의 눈은 알뜰폰으로 향했지만, 알뜰폰 시장에서도 5G 문제는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알뜰폰 회선 수는 1500만 개를 넘었다고 합니다. 통신 3사의 회선 수를 앞지를 것 같은 기세입니다. 그러나 LTE와 달리 알뜰폰의 5G 시장 점유율은 0.7%, 가입자는 22만 명에 불과합니다. 이 역시도 통신 3사가 과점적으로 가지고 있는 망의 도매대가 때문입니다. 도매대가란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 3사 통신망을 이용하는 대신 지불하는 사용료를 말합니다. LTE와 5G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재판매하는 요금제 가격의 일정 비율을 이통사에 지불하는 ‘수익배분율’ 방식으로 계산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LTE 수익배분은 40~50%, 5G는 60%대입니다. 가령 알뜰폰 통신사는 만 원짜리 5G 요금제를 출시하면 그 60%인 6천원은 통신사에 수익을 나눠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알뜰폰과 통신 3사 간의 5G 가격 경쟁은 이루어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알뜰폰을 키워 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을 촉진한다는 구상이지만, 실현은 요원해 보입니다.
과점 구조를 깨고 통신 기본권을 보장하라!
통신은 이제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소통하고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원활한 통신이 필수인 시대입니다. 그런데 비싼 5G 요금제는 가계 통신비 인상의 주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저소득층은 결코 사용할 수 없는 ‘통신 차별’과 ‘통신 소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통신 3사의 과점 구조 하에서 6G가 상용화된다면, 5G와 같은 문제가 충분히 재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6G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사람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을 이롭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통신 3사의 과점 구조를 깨고 보편적인 통신 기본권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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