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OECD가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 at a glance 2023)’ 보고서를 공개했어요. 국가 간 연금 정책과 그 결과를 비교하는 내용이었는데요, 우리나라가 노인 소득 빈곤율 부문에서 또 1위를 했습니다. OECD가 국가별 노인 빈곤율을 공개한 2009년부터 한국은 ‘노인이 빈곤한 나라’라는 오명을 계속 떨치지 못하고 있어요.
76세 이상 노인의 절반이 가난하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40.4%에 이릅니다. OECD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예요. OECD 회원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었어요. OECD가 공개하는 노인 빈곤율은 자산이 반영되지 않은 통계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자산까지 고려하여 노인빈곤율을 분석한 연구결과에도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납니다.
노인 고용률은 높은데 가처분 소득은 꼴찌
몇 달 전 노인층의 고용률이 청년층의 고용률을 역전했다는 뉴스를 들어 보신 적 있나요? 한국은 노인 고용률이 높기로 손에 꼽히는 나라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65~69세 고용률은 50.4%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어요. 그런데 가처분 소득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습니다. 쉬면서 노년을 보내는 다른 나라의 노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노년에도 계속 일을 해야 하고, 그럼에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연금제도, 제 역할 하고 있나
OECD는 한국이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미성숙한 연금제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OECD 평균 연금 소득 대체율이 50.7%에 이르지만, 한국은 31.6%밖에 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 노인이 받는 연금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어요. 연금이 적으니 일자리를 찾는 노인이 많을 수밖에 없겠죠. 일자리 중에서도 질 낮은 일자리를 주로 차지하게 되는 거고요. 시간당 수입이 1200원밖에 안되는 폐지 줍는 일을 하는 노인이 4만 2,000명에 달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대표적인 노인빈곤 해소 제도인 기초노령연금의 수령액을 인상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인정액이 월 213만원 이하라면 매월 약 32만원의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작년에 기초연금 지급액을 월 40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했을 때 노인빈곤율은 1.8%p 감소되고, 50만원으로 인상하면 3.7%p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노인층 내부에서 두드러지는 불평등
기초연금을 일괄적으로 인상할 게 아니라,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노인층 내부의 소득불평등이 심하다는 점이 한국 노인 빈곤 문제의 두드러진 특징이기 때문이에요. KDI 보고서에 따르면 세대별로 노인층의 빈곤율이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195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에 취약계층이 훨씬 더 많아요. 소득도 낮고, 자산도 없는 노인의 비율이 50년대 후반에 출생한 세대에선 약 13%로 나타나지만 30년대 후반 출생한 세대에선 46%에 이릅니다.
기초노령연금 확대해야
노인 빈곤 문제의 해결책으로 노인 일자리 정책이 자주 등장하지만, 연금제도의 개선 없이는 한계가 분명할 거예요. 노인은 민간 노동시장에서 취약한 지위일 수밖에 없고, 충분한 소득을 위해 노인이 장시간 노동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니까요. 결국 노인 빈곤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적연금제도 차원의 변화가 필요해요. 기초연금제도의 발전으로 노인이 시급 1,200원의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참고문헌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