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어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면 부동산 보유세 등의 세금 부담이 줄어드는데요, 이걸 ·중산층·서민층의 주거비용을 경감할 대책’으로 내놓은 거예요. 그러면서 ‘왜 부자들에게 면세해주냐고 하지만 그 이익을 어려운 사람들이 다 보게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부동산 제값 매기기’ 아직 멀었는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지난 정부가 부동산의 시장가격과 공시가격의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당시 공동주택의 시가반영률은 60%대, 단독주택의 시가반영률은 50%대에 머무르고 있었고, 이를 2035년까지 시가의 9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어요.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의 산정 기준이 되고 건강보험료 산정 등 60여가지 행정 목적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제값을 매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후진국일수록 공시가격 현실화율 낮다
올해 정부가 정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은 평균 69%라고 해요.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에 세금을 매길 때 6억9천만원짜리로 보겠다는 거죠. 그런데 정부가 내세운 현실화율도 실제 반영률과는 괴리를 보이고 있어요. 현재 전국 20개 아파트의 공시가격의 실제 시세반영률을 조사해본 결과 평균 64.4%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선진국은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100%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 것과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에요. 후진국일수록 공시가격과 실거래가의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선진국형 공시가격 모델로 가는 길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 앞두고 집값 상승 방어수단 스스로 버리는 것”
단계적으로 공시가격과 실제가격의 차이를 좁혀 나가려던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여 보유세 부담이 줄어들면 집값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어 우려됩니다. 세금은 집값 폭등을 방어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이제 금리 인하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들리잖아요. 금리 인하기가 도래하면 무력화된 세금 제도로 어떻게 집값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이전 정부의 보유세 과세를 비판하며 세부담을 경감했으나, 이러한 정책이 2015년 이후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고 해요.
강남권 집 소유자, 다주택자에게 혜택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폐지하면 어떤 사람들이 가장 기뻐할까요? 1주택자보다는 다주택자가, 지방보다는 서울이, 저가주택보다는 고가주택일수록 혜택을 더 많이 보게 된다고 해요. 보유세 부담 경감은 중산층·서민층과는 먼 얘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은 국가의 기본 인프라인데, 현실화 계획부터 폐지하는 것은 다시 정부 마음대로 가격을 주무르겠다는 것”이라며 “정확한 가격 평가가 공정의 시작”이라고 지적해요.
세수감소 또한 문제입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과세 대상자가 작년보다 3분의 1로 줄었고, 세액은 전년대비 2조원이 줄었다고 합니다. 올해는 더 줄어들 예정이라고 하고요. 이번 정부가 시행한 각종 면세 조치로 이미 보유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서울시 마포구에 30평대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를 소유한 1주택자는 작년에 보유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또 올해부턴 부부 공동명의 과세 특례 기본공제액이 18억원으로 올라 강남의 은마아파트를 소유한 부부이더라도 종부세가 ‘0원’이 됐죠. 보유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은 41만명에 그친다고 하는데요, 이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과연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주거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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