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은 이제 없습니다

 농심 -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 

 인생을 울리는 농심 신라면🍜 

대한민국의 대표 라면이라고 할 수 있는 농심의 신라면. 신라면 앞에는 항상 ‘사나이 울리는’ 수식어가 함께 붙었어요. 아무래도 1986년 출시 이후부터 바뀌지 않고 유지해 온 카피였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이 3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어요. ‘사나이’에서 ‘인생’으로 부분 변경되어 ‘인생을 울리는 농심 신라면’으로 바뀐 것인데요. 지난 1월 20일 ‘인생을 맛있게 메워주는 라면’을 주제로 새로운 광고가 온에어되었고, 2월 13일에 보다 구체적인 라면과 관련된 일상 에피소드 4편이 공개되었어요.

이번에 새로 공개된 농심 신라면의 광고를 자세히 톺아보고, 농심이 오랜 시간 유지해 왔던 시그니처 카피를 교체한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사나이 말고 

 모두가 즐기는 신라면 

✔️ ’사나이’→ ‘인생’, 38년 만에 바뀐 카피

고 신춘호 농심 창업자가 자신의 성을 따 ‘신’라면으로 이름 붙이고, ‘사나이 울리는’이라는 카피를 직접 만들었다는 탄생 비화는 유명한데요. 1980년대 후반 출시 당시만 해도 매운맛을 앞세운 라면은 없었으며 카피는 신라면의 매운맛을 제대로 강조하여 시장의 호응을 얻어왔어요.

출시 이후부터 줄곧 사용해 오던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는 2024년부터 사라졌어요. ‘사나이’를 울리던 신라면이 이제는 ‘인생’을 울리는 라면이 된 것인데요.

이전 카피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맛있게 매운맛’을 강조했다면, 새롭게 선보이는 카피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은 단순한 식품을 넘어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정서적 교류를 나누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사나이’에서 ‘인생’으로 메시지를 확장하며 농심의 포부를 알렸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 나아가 전세계인 일상의 희로애락 곳곳에 위치하는 제품으로 인식 지위를 선점하여 대중적인 브랜드로 재각인한 것이죠.

✔️ ’맛있는 일상’을 담은 에피소드 

새롭게 공개된 4개의 광고는 재미있는 노래, 가사와 함께 구체적인 라면 에피소드를 담았어요.

4편 모두 친구, 연인, 가족, 동료를 소재를 다루는데요. 친구들과 함께 먹는 신라면 (교환학생 辛), 나만의 공간에서 편하게 즐기는 신라면 (소개팅 辛), 가족과 캠핑에서 즐기는 신라면 (가족추억 辛), 회식 다음 날 속을 달래는 신라면 (승진파티 辛) 편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살면서 라면이 당기는 상황을 잘 캐치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화를 재미있게 풀어내어 사람들에게 공감 받으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 ’스타’ 말고 ‘일반인’을 모델로

그간 농심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라는 카피와 함께 손흥민, 박지성, 송강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를 신라면 모델로 기용해 왔어요. 하지만, 이번에 농심은 카피와 함께 모델도 일반인으로 발탁하며 광고의 방향을 틀었어요. 일반인 모델을 활용하여 누구나 갖고 있는 라면에 대한 추억을 공감할 수 있도록 표현한 것이 특징인데요.

농심의 새로운 카피 ‘인생을 울리는 신라면’을 통해 ‘일상의 순간을 함께하는 대한민국 대표 라면의 친근함과 일상성’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여 소비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는 ‘스타’보다는 ‘일반인’ 모델이 더 효과적이었기 때문이죠. 여기에 일상성을 더해 사람들과 정서적 교류를 나누고, 사람마다 특별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국가대표 1등 라면 신라면의 모습을 표현했어요.

 농심이 신라면 광고 ‘확’ 바꾼 이유? 

농심의 대표 라면 ‘신라면’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카피부터 모델까지, 광고 형식에 확 변화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요? 

✅ 성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

'사나이 올리는 농심 신라면'이라는 카피는 남자는 씩씩하고 강해야 한다는 성 고정관념이 강하던 시절인 1986년에 나왔어요. 그 때문에 박지성, 송강호·유해진, 최수종, 류수영·박형식 등 남자 스타들이 모델로 발탁되어 '사나이 울리는 농심 신라면'을 외쳤어요.

하지만 어느새 2024년이 오고, 성역할에 대한 인식은 1980년대와 많이 변화했는데요. 조선시대의 남성우월주의가 무너지고 남녀평등의 시대가 도래했죠.

남녀 성평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신라면의 결정은 눈길을 끌었어요. 농심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특정 성 대신 고객을 포괄할 수 있는 카피로 바꿔 신라면의 역사만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상황에 함께하는 제품으로 소통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실제로, '사나이 울리는'이라는 카피를 더는 쓰지 않기로 한 것은 성평등을 향해 가는 사회 변화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에 농심 관계자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면서 "신라면은 거의 40년간 고객에게 사랑받은 제품이다. 단순하게 사나이, 남자보다 소비자 전체를 감동시키는 광고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대답하기도 했죠.

✅ 해외에서도 사랑받는 글로벌 라면 

신라면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1초에 53개씩 팔릴 정도로 뛰어난 매출을 자랑하고 있어요.

지난해 미국 법인의 신라면 매출이 전년 대비 19% 성장하며, 신라면 해외 매출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일본, 호주, 베트남 법인의 신라면 매출도 전년 대비 각각 19%, 26%, 58% 성장했죠. 호주 법인은 현지 대형 유통채널 직거래를 통해 입점을 확대했고, 베트남 법인은 하노이와 호찌민 등 핵심 대도시권과 관광지역 특색에 맞춘 영업전략, 플래그십 스토어 운영을 통한 홍보로 소비자 구매를 유도하며 큰 폭의 매출 성장을 이뤘다고 하네요.

2021년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뛰어넘기도 했는데요. 신라면의 해외 매출 비중이 약 60%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브랜드로서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해요.

이번 광고에서 해외에서 인기 많은 신라면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교환학생 辛>편에서 익숙한 얼굴, 2013년 KBS 인간극장 콩고 왕자 가족편에 출연하여 유명해진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방송인이자 유튜버 조나단이 등장해요.

외국인 조나단을 모델로 기용하여 세계인도 즐기는 신라면의 위상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요? 또한 기존 ‘사나이’를 강조한 카피는 더 해외로 뻗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믿을 수 있는 식품 농심’에서 ‘인생을 맛있게 농심’으로 

지난 2021년 농심은 약 30년간 써온 ‘믿을 수 있는 식품 농심’이라는 슬로건을 ‘인생을 맛있게 농심’으로 바꿨어요. 당시 농심은 신뢰받는 품질과 식품 안전에 대한 철학은 유지하되, 고객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더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뜻을 담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30년 역사를 기반으로 동반자로서의 유대감 녹여냈죠.

이번에 신라면의 변경된 카피 또한 농심의 새로운 슬로건과 가치관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다만, 신라면의 정체성인 ‘매운맛’에 대한 강조도 잊지 않았어요. 해당 광고에서 ‘맵다’를 ‘메우다’로 변형하여 ‘인생을 맛있게 ‘메’워주는 라면’이라고 말하죠. 어른의 관문이 될 정도로 맵기한 라면이 아니라 일상 빈 곳을 틈틈이 채워준다는 의미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답니다. 

 시대의 변화, 도약을 꿈꾸는 브랜드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소비자의 니즈 또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해요. 브랜드 또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시대와 소비자의 니즈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해야만 하죠. 농심이 신라면의 오래된 카피를 변경한 것처럼요!

그렇다면, 농심처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달 방식을 변경한 사례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 빅토리아 시크릿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Victoria’s Secret)은 ‘섹시의 대명사’로 불리며 2000년대 초반 미국 속옷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했어요. 빅토리아 시크릿의 상징, 비현실적인 몸매를 가진 최정상급 모델이 화려한 속옷을 입고 큰 날개를 펼치며 걸어 나오는 패션쇼는 큰 인기를 끌었죠. 하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며 2016년을 기점으로 판매율은 크게 하락하게 되는데요. 2015년 약 32%를 자랑하던 시장점유율이 2018년 24%로 하락하며 연례 패션쇼는 막을 내리게 되었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었어요.

하지만, 빅토리아 시크릿은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했어요. 변화된 소비자 가치와 시대에 맞춰 재도약하고자 모델의 기준을 바꿨어요. 과거 전형적인 외모와 몸매에 대한 미의 기준이 아닌 경험과 경력을 기준으로 사이즈, 인종, 직업이 다양한 모델들을 기용하며 혁신에 나섰죠.

또한, 화려한 여성 속옷이 아닌 편한 속옷을 찾는 소비자의 가치 변화에 주목했어요. 빅토리아시크릿의 변화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는 ‘바디 포지티브’ 트렌드를 이끌었고 다시 지금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게 했답니다.

✅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코로나 팬데믹 시기, 중국의 봉쇄로 중국 시장 판매율이 하락하며 중국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고자 했는데요. 이에 브랜드를 글로벌화하기 위해서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어요. 한자 로고를 없애고 미니멀한 영문 서체로 변경하여 젊고 생기 있는 이미지를 연출했죠.

또한, 아세안과 북미 영향력을 가진 블랙핑크 ‘로제’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발탁하고 ‘설화, 다시 피어나다 #SulwhasooRebloom’을 전개했어요. 북미를 겨냥하여 흑인 모델을 추가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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