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만나뵙게 되어 반가워요!👋
모아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6월의 여행자, 진선주 여행자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녀의 여행 이야기들을 모아, 지금 바로 move or action!
첫 번째 여행자의 여행 스타일은 무엇일까? |
여행 레벨도 여행 중독자, Lv.3 (13개국) |
여행 타입 자유로운 방랑자, ANL |
여행 스타일 관광과 휴양보다는 길만 걸어도 재밌는 여행지를 선호하며, 여행의 설렘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어 한 나라에 오래 그리고 천천히 머무는 것을 좋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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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딱 한 곳! 농도 짙은 에피소드를 들어보려고 해요. 지금까지 다녀온 여행 중 가장 최애로 뽑는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지나쳐 온 모든 곳이 애정으로 가득하지만, 단연 [쿠바]가 저의 최애 여행지예요. 쿠바와는 정말.. 깊은 인연이 있었거든요..
깊은 인연이라니, 어떤 일인지 꽤나 기대되네요. 우선 쿠바의 첫 시작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쿠바면 한국에서 유명한 여행지는 아닌데, 어떠한 계기로 이곳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나요?
몽골을 다녀온 이후로 '디지털 디톡스' 여행에 굉장히 빠져있었어요. 몽골에서 오지여행을 하게 되면 유심을 구매해도 마을을 들리지 않는 이상 인터넷을 할 수 없는 환경이거든요. 여행 내내 핸드폰을 못하게 되니 평소에 즐겨보지 않았던 자연 그리고 사람들과의 시간에 더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 매력에 빠져 다음 여행지 또한 핸드폰 사용이 불편한 나라에 꽂히게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여행 유튜버의 여행 영상을 쿠바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보자마자 '여기가 내가 원하는 불편한 여행지구나!'를 깨달았죠. 더불어 그 나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에 매료가 되어버렸어요. '현대화가 더 짙어지기 전에 빨리 갔다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불편하기 때문에 선택한 곳'이라니 여행자의 취향이 돋보이는 답변이네요. 쿠바가 최애 여행지가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쿠바는 아바나 공항 밖을 나서기 전까지 고생의 연속이었어요. 쿠바 여행을 하기도 전부터 대형사고를 쳐버렸거든요.(웃음) 혼자 쿠바를 갈 생각을 하고 비행기 표를 끊은지 일주일 후, 엄마가 이직을 결정하며 잠시 쉬는 틈에 같이 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전부터 엄마랑 여행을 많이 다녀 편한 동행이 생기니 저야 오히려 좋았죠. 그래서 신난다고 여행일정까지 더 늘려서 비행기표를 재구매했었어요. 아 물론, 이전 티켓이 환불 승인 나기도 전에요. 고생은 이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비행기를 취소하고 재구매했던 일이 있어서 당연히 환불이 가능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며칠 후, 메일함에서 나를 반겨준 답장은 '환불 불가'였어요.
환불 정책을 제대로 안 보고 티켓을 사버리고, 환불되기도 전에 이중구매를 해버린, 모든 게 다 제 불찰로 일이 벌어진 것이죠. 적은 돈도 아니고 무려 뒤에 0이 더 붙여진 비행기표를 날렸다니 피가 거꾸로 솟아 방구석에서 펑펑 울기만 했어요. 멍청한 행동의 자괴감에,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 제 나름대로 한 달간 메일도 계속 보내고 전화도 하면서 환불받아야 하는 타당성을 증명하였어요. 하지만, 원칙주의대로 이루어지는 해외 여행사에게 충분한 이유가 전혀 되어주지 못하였죠. 한 달간의 긴 싸움이 지쳤던 저는 이쯤에서 포기하고 비행기 2배의 값으로 쿠바여행을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죠.
이 정도도 험난하다.. 싶겠지만, 고생의 축복은 끝이 없었어요. 여행을 떠나기 바로 2주일 전, 코로나가 우리나라에 퍼지기 시작했어요. 당시 10여 명 채 감염되기 전이었는데 방안에 울려 퍼지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이전 바이러스들과 심각성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었죠.
세계적으로 전파되기 전이었지만, 혹시나하고 해외 여행사에 환불 메일을 또 보내봤어요. 아니나 다를까 자기네 사정이 아니라면서 환불을 끝끝내 안 해주었어요.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20년도의 2월. 마스크와 라텍스장갑으로 무장한 채 눈물을 머금고 쿠바행 비행기에 입성하였습니다.
벌써 머리가 지끈한 쿠바는 가는 길마저 쉽지 않았어요. 12시간의 비행기를 타 미국 LA에 도착하고, 레이오버를 한 뒤 8시간 비행을 다시 하여 파나마에 도착하고, 또 1~2시간의 대기 후 1시간의 비행 끝에 쿠바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이젠 정말 끝이 보인다..'하며 쿠바 입국장에 드디어 도착하였는데... 이번에는 입국 도장을 찍어주질 않더라고요.
비행기에서 아시아인은 나와 엄마 단 두 명. 승객들은 이미 출국장을 빠져나갔고 다른 비행기의 승객들이 들어오고 빠지는 것을 1시간 내내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관리인들은 저희에게 여권을 달라며 이리로 오라 저리로 가라만 반복했을 뿐이죠. 장시간 비행의 멀미로 속이 뒤집어진 채 무한 대기만 하고 있을 때 속으로는 '이곳은 진짜 나랑 연이 아닌가보다.. 돌아가라 하면 군말 없이 돌아가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최악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어요.
다행히 몇십 분 후, 자신에게로 오라는 손짓과 함께 입국 도장을 찍어주었어요. 이미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온 지 한참 된, 바닥이 뒹굴어져 있는 캐리어들을 챙기고 ATM기에서 돈을 뽑은 후 출국장에 딱 나왔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드디어.. 드디어... 쿠바에 왔구나!!!!!!'
정말 엄청난 고생 끝에 쿠바와 마주하게 되었군요. 여행도 전 고생에 고생을 계속 마주했던 쿠바였지만, 여행 내내 느낀 감정은 또 달랐을 것 같아요. 어떤 인연과 경험들로 채워가셨나요?
쿠바는 저에겐 너무나 매력적인 곳이었어요.
쿠바의 외관부터 저의 마음을 잡아끌었어요. 꾸밈이라고 보이지 않는 한껏 낡아버린 건물들, 그 사이로 지나가는 올드카 그리고 그 뒤에서 거뭇한 가루와 함께 흩날리는 매연의 공기. 도시의 끝에 걸쳐진 바다와 말레꼰 뒤로 저무는 노을. 억지로 만들어 놓은 예쁜 공간이 아닌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자연스러움에 반하게 되었어요.
무엇보다 쿠바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어려웠던 만큼 정말 많은 여행자와 소통하며 인연을 맺을 수 있었어요. 쿠바가 여행자들이 많은 편이 아니여서 그런지 여행지의 동선이 비슷한 편인데 이전 지역에서 만난 여행자들을 우연히 다음 여행지에서 또 보고 또 볼 수 있었죠.
콜라티보 올드카를 타며 프랑스 아저씨와 호주 친구, 한국인 신혼부부랑 친해지고, 또 한국인 친구들을 우연히 만나 밤새 놀고, 1시간 동안 묵묵부답인 버스를 마냥 기다리다가 이탈리아 가족들과 친해져 아이와 광장에서 놀아주고. 만날 때는 서로를 환해주고, 헤어질때는 서로의 여행길을 응원해주고.
여행지에서 만난 인연들은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하는데 인터넷이 안 되었던 만큼, 관광 인프라가 불편했던 만큼 이곳에서 만난 모든 인연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어요. 나이성별 그리고 국적을 떠나 여행 내내 수많은 여행자들과 함께 하니 버스가 1~2시간 늦게와도, 가는 길에 펑크가 나서 길바닥에 무작정 대기만 해도 모든 것이 다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노을 정말 좋아하는데 쿠바에서 노을을 원 없이 볼 수 있었어요. 말레꼰에 걸쳐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노을을 바라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곳에서 느낀 감정을 평생 추억하라고 말도 안 되는 고생을 먼저 맛보게 해주었구나'
쿠바에 오기까지 수많은 과정, 무엇보다 값비싼 비행기를 날리고 해외 여행사랑 지독하게 싸우면서 소비했던 감정들이 너무나 힘들었어요.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싶기도 하고, 덜렁거리는 내 자신도 밉고 했는데 그 감정이 있었기에 쿠바에서 맛본 모든 감정들을 더 짙게 느낄 수 있었어요. 감정의 대비가 심하면 기억에도 마음에도 더 강렬하게 꽂히잖아요.
'청춘 있다면 바로 지금이고, 후에 돌이켜 봤을 때 가장 청춘 같았던 날이 바로 지금이겠구나.'
마지막으로! 쿠바 여행을 예정하고 있는 여행자들에게 추천해지고 싶은 것이나, 꿀팁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쿠바는 대단히 볼만한 랜드마크는 없지만, 즐길 수 있는 '문화'와 덕후들을 자극하는 '요소'들이 많아요. 일단 저의 추천은 아래와 같아요!
🍹 쿠바는 수탕수수가 잘 자라 럼이 유명해요. 그래서 맛있는 칵테일 종류도 많고 저렴해요. 특히나 지역마다 대표하는 칵테일이 달라 이를 즐겨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 아바나: 다이끼리, 모히또
- 히론: 피나콜라다
- 트리니다드: 칸찬차라
🎷 쿠바 재즈가 유명하신 거 아시나요?! 재즈의 본고장은 미국이지만, 미국 마이애미 바로 밑에 있는 쿠바에도 영향을 크게 미쳤어요. 저 또한, 쿠바에 갔을 때 재즈바를 많이 즐기지 못한 게 큰 여한일 정도입니다..
🚗 올드카와 함께 하는 일몰 구경을 빠질 수 없죠. 뚜껑이 없는 형형색색의 올드카를 1시간에 인당 만 원 정도에 즐길 수 있답니다.
☀️ 쿠바는 섬나라여서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들이 많아요. 대표적으로 아바나가 있죠. 방파제를 스페인어로 말레꼰이라고 하는데, 말레꼰에서 즐기는 노을은 제가 지금껏 즐긴 노을 중 가장 낭만이 넘쳤답니다. 쿠바에서는 1일 1말레꼰은 필수!
🕺 이외에는 살사 수업을 즐길 수 있고 체게바라의 나라인 만큼 체게바라의 벽화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어요. 더불어 '노인과 바다' 저자인 헤밍웨이의 단골 재즈바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어요.
여행 꿀팁!
🍯 현재 쿠바 여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어요. 21년도 미국의 제지가 강하게 들어가고 있는 시점부터 쿠바에 가면 11년간 미국의 ESTA 비자 승인을 받지 못합니다.
🍯 바라데로 휴양지에서는 정말 값싼 올인클루시브를 즐길 수 있어요. 히론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단돈 15,000원으로 프라이빗 해변 + 점심 + 칵테일을 맘껏 누릴 수 있고요. 쿠바에서 휴양을 즐기고 싶다면 바라데로, 시골느낌과 잔잔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히론을 추천합니다.
( 〰️ 인터뷰이의 추천은 히론!!)
🍯 관광지로 유명한 나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쿠바는 관광산업이 주 수입원이에요. 그래서 관광인들을 상대로 사기, 덤탱이가 많은 편입니다. 더불어 공산주의 국가여서 그런가 지역간의 이동 편도, 숙소의 이용 편도 쿠바만의 정해진 방식들이 있어요. 홀로 여행하면 돈이 훨씬 더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동행을 구해 다니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 이제 쿠바에서도 [유심]사용이 가능해졌어요. 라떼만 해도 와이파이 카드를 구매해서 광장에 나와 사용해야 했었는데 인터넷 사용이 더 편리해졌습니다🥳 하지만, 속도가 매우 느려 광장에 나와 와이파이 카드를 이용하는 게 더 빠르다고 하는 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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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선주 여행자의 이야기는 다음주에도 이어집니다 :)
[다음편. 나의 여행지 추천을 모아]
여행자가 다녀온 여행지의 추천 여행지, 맛집, 즐길거리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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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여행자의 SNS 👉@eye.know_ears.n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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