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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ggozigi newsletter_8호

인디 뮤지션과 플레이리스트 추천, 그리고 새로운 음악 지식까지

2022.10.20 | 조회 5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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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꼬지기

우리들의 인디 음악 잔치

   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올해 더위에 열심히 일했던 태양이 조금은 일찍 퇴근하고, 어느새 쌀쌀해진 밤공기는 콧방울과 두 뺨을 빨갛게 물들여요. 그렇게 달의 시간이 늘어나고, 어둠이 도시에 내려 앉으면, 우리는 낯설지만 매혹적인 곳을 여행하곤 해요. 낮보다 화려한 밤의 세계 속으로.

   10월 셋째 주, 『모꼬지기』 8호에는 뭉게구름 같은 아티스트 '아도이(ADOY)', 도시의 낭만을 전하는 '시티팝', 그리고 불빛으로 수놓은 도시를 달리는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우리 뭉게구름 위에서, ADOY

by 현

   

   지루한 오늘의 쳇바퀴가 갑자기 달라 보일 때가 있다. 무감하게 바라보던 노을이 이토록 붉게 타올랐던가, 어지럽던 네온사인이 이토록 밤거리를 알록달록 물들였었나. 그리고, 우리는 도시 속 뭉근히 피어오르는 음악이 평범했던 하루를 마법 같은 순간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그제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뮤직스타뜰 여덟 번째 아티스트 ‘아도이(ADOY)’를 소개한다.

(▲ 아도이 공식 인스타그램)
(▲ 아도이 공식 인스타그램)

   2017년 EP 앨범 [CATNIP]으로 데뷔한 아도이는 총 4명으로, 인디신에서 뼈 굵게 활동하고 있던 멤버들로 꾸려졌다. 이스턴 사이드킥과 스몰오의 오주환(보컬, 기타), 프롬 디 에어포트의 ZEE(신디사이저), 트램폴린의 정다영(보컬, 베이스), 이스턴 사이드킥의 박창근(드럼)으로 구성됐다. 밴드명은 리더 오주환의 반려묘 요다(YODA)에서 따왔다.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은 ‘ADOY’가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던 유니크한 이름이었기에, 밴드명을 아도이로 짓게 됐다. ‘아도이하면 최고된다’라는 그들의 캐치프라이즈처럼 아도이는 정말 인디밴드의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실, 아도이는 처음부터 폭발적인 대중의 관심 하에 시작된 밴드는 아니다. 첫 앨범 발매 후 5개월 동안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지만, 6개월이 지나던 어느 날 그들의 노래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차트 역주행을 하게 됐다. 그 후, 아도이는 국내외 각종 음악 페스티벌과 홍콩과 대만 등을 잇는 아시아 투어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아도이는 ‘커머셜 인디밴드’를 표방하고 있다. ‘커머셜’과 ‘인디’는 비교적 상반되는 개념인데, 아도이는 실험적인 음악을 하면서도 대중성을 갖춘 밴드가 되고자 했다. 인디의 신념은 유지한 채 대중과의 거리와 음악적 깊이에 소홀하지 않겠다는 이들의 단단한 마음가짐은 응축되어 음악적 보석으로 변태하게 된 것이다. 만드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그들은 원래 했던 음악적 스타일과 다르게, 기타 사운드를 빼고 보다 더 심플한 멜로디로 대중을 찾아왔다. 인디밴드로서는 드물게 음향 엔지니어를 고용했고, 홍대 바운더리를 넘어 보다 넓게, 세계적인 영역을 활동 무대로 정해 모든 가사를 영어로 쓰고 있다.

(▲ 아도이 공식 인스타그램)
(▲ 아도이 공식 인스타그램)

 

몽롱한 기류에 몸을 맡겨

   아도이의 이야기는 대체로 은유적이다. 직접적으로 해설하지 않는 노랫말들은 몽환적이면서도 아련한 아도이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마치 그들의 음악은 뭉게구름을 타고 여행하는 것 같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따라 어느 때는 희뿌연 안개 같기도, 어떤 때에는 분홍색 솜사탕 같기도 하다. 아도이는 부유하고 유영하는 음악임에도 그냥 흐르는 소리가 아닌, 지나가는 순간을 비로소 완성시키는 강렬함을 가지고 있다. 

“Always, everyday a sailor

Surfin’ on the silver tide

Together now”

아도이의 <Grace>

 

   눈을 감고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지극히 평범한 현실 속에서 유니콘이 내게 인사를 건넬 것만 같은 꿈결에 취하는 것 같다.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리는 상상을, 도시의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상상을, 넘실거리는 파도에 석양이 밀려오는 상상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아도이는 꿈에서 깨고 나면 이따금 다시 희미해지는, 익숙한 동시에 낯선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알 듯 모를 듯한 세계, VIVID

(▲ 아도이 공식 인스타그램)
(▲ 아도이 공식 인스타그램)

   첫 번째 정규앨범 [VIVID]는 신스팝을 베이스로 강한 리버브를 첨가해 사운드 개별의 질감 보다는 전체적인 사운드 덩어리를 조화롭게 만들어 이지 리스닝 팝을 선보였다. 10개의 트랙으로 긴 호흡을 담은 [VIVID]는 아주 극적인 변화는 없지만, “Vivid(생동감 있는)”에 충실했다. 디스코와 왈츠, 테크노 리듬 등 장르적 생동감과 청춘의 여름을 담거나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 같은 분위기적 생동감으로 앨범 전체가 매끄럽게 흘러가는 통일감은 주되 다양함을 놓치지는 않았다.

   [VIVID]는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보다 더 복잡한 감정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레모네이드 같은 사랑에게 전하는 <Lemon>부터, 비우길 원하는 짐꾼의 이야기 <Porter>, 완전히 깨어있고자 하는 <Pool>, 다시 사랑할 <Someday>, 오주환과 정다영의 보컬로 조금은 색다른 <Domino>, 사랑에 빠져드는 모든 순간 속 <Swim>, 푸른 영혼들의 엄숙한 행렬을 그려내는 <Ever>, 호접몽을 연상시키는 <Ugly>, 마치 달빛 속을 거니는 것 같은 <Moondance>, 나른하게 마무리되는 <Away>까지, 아도이만의 붕 뜬 뭉게구름 위로 발자국을 옮겨 본다.

“I think of you

When I am sad and down

When the silence makes me cry

When it’s hard to try

I simply fall back into you”

아도이의 <Swim>

 


🎵 음악주저리

도시의 낭만, 시티 팝의 매력은?

by 영

 

   두 뺨을 스쳐가는 바람, 하늘 아래 반짝이는 불빛, 아득히 들려오는 소음. 바삐 움직이던 하루 중 잠시 멈춰 도시를 바라볼 때면, 과거에 잠들어 있던 음악들이 깨어난다. 과거 도시의 낭만과 희망을 담았던 이 음악들은,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돌아와 새로운 추억들을 선사해 주고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되살아난 낭만, 시티 팝. 그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시티 팝(City pop)이란?

   시티 팝은 ‘80년대 버블 시대라고 불렸던 일본의 황금기의 여유와 낭만을 담아낸 음악’ 혹은 ‘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일본에서 유행한 음악 스타일’을 일컫는다. 시티 팝은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주제와 가사가 더해져 만들어진 음악으로, 주로 도시의 밤, 도시의 향락, 도시 속 청춘 등을 화려하고 세련되게 노래한다. 1980년 당시에는 그저 일본에서 성행한 세련된 대중음악 정도로 여겨졌지만, 1990년대부터 음악 평론가들, 기자들이 이를 시티 팝이라고 명명하면서 하나의 음악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사실 오늘날 시티 팝(City Pop)으로 분류되는 음악들은 장르적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티 팝은 AOR(Adult Oriented Rock), 요트 록(Yacht Rock), 퓨전 재즈, 디스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으며, 최근 발매된 시티 팝 음악들은 스무드 재즈, 소프트 록,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적 요소가 뒤섞인 퓨전 음악으로 여겨진다. 또한, 시티 팝은 기본적으로 일렉트릭 기타,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 드럼, 색소폰 등의 브라스 계열을 베이스에 두고, 필요에 따라 여러 악기를 추가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장르로 구분되지 않는다.

 

한국의 시티 팝

   한국의 1980년대는 서울이 대도시로 발전하던 시기였다. 당시 경제적 대호황을 누리고 있던 일본이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하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경제 발전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의 감수성’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김현철, 윤상, 봄여름가을겨울 등의 노래를 꼽을 수 있는데, 풍요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의 세련되고 깔끔한 도시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시티 팝은 부에 편승하는 반면, 한국의 시티 팝은 불황에 편승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삶이 고될수록 행복했던 순간 혹은 화려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위로를 받는다. 최근 레트로가 재유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최근 경제 지표 악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가운데, 현실의 피로함에 지쳐버린 사람들이 음악 속 희망과 낭만을 노래하던 1980년대의 그 순간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결국 시티 팝은 오늘날 메인스트림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사람들은 ‘디깅(digging)’, 즉 80년대 주목받지 못한 시티 팝을 다시 발견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티 팝 특유의 낭만적이고 희망찬 분위기의 곡 진행과 옛 향수가 담긴 멜로디는, 한국 젊은 세대들이 겪어 보지 못했던 과거의 순간들을 귀 끝에 선사하며 중장년층은 그 시절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지쳐버린 일상 속, 과거의 낭만을 가지고 오는 시티 팝은 우리 모두의 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오늘날의 시티 팝

   음악은 그 시대를 반영한다. 특히, 도시의 감성을 담은 시티 팝은 시대의 감성과 함께 변모한다. 초기의 시티 팝은 1980년대의 희망과 성장, 화려함을 담고 있다면, 오늘날의 시티 팝은 당시의 낭만, 여유, 뉘앙스에 대한 추앙을 보낸다

                        ▲ 김현철의 <오랜만에>
           ▲ 죠지의 오랜만에 (Origianl song by. 김현철)

   디킹클럽서울은 네이버 문화 재단과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 오디티가 20세기 숨은 음악들을 발굴하고 온스테이지 뮤지션의 창작 활동을 지원했던 프로젝트다. 현재는 종료되었지만, ‘시대를 앞서간 숨은 음악의 재조명이라는 슬로건으로 수많은 시티 팝들을 재조명하면서, 시티 팝의 부활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김현철이 오랜만에로 활동할 당시, 시티 팝이란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리메이크를 통해 그는 처음 시티 팝이란 장르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음악에 담긴 과거의 감성을 떠돌다 보면, 그 시절의 내가 오늘날의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영원히 멈추기를 바랐던 시절들이 모여 우리에게 낭만과 희망이 담긴 도시를 보여준다. 도시의 찬란했던 낭만이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을 마주할 때면, 잊고 있던 행복의 의미가 다시금 떠오르곤 한다. 시간을 뛰어넘고,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는 다시 그때의 여유로움과 희망 속으로. 이것이 바로 시티 팝이 가진 ‘낭만’이란 마법이다.

 


💿 둠칫두둠칫

불빛으로 수놓은 도시의 밤을 가로질러

by 현

아무 갈 곳 없는 우리 두 발

Just step on the gas

이 새벽이 끝나지 않게

저 달과 나란히 달릴까

One Off Them <Surf The Night>    

 

   까맣게 내려앉은 어둠 사이로 하나둘씩 켜져 오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조명들, 낮에 봤던 풍경도 밤이 되면 처음 본 듯 낯선 세계가 펼쳐져요. 오늘은 화려한 밤 풍경에 일상의 고단함을 빼앗겨 보는 건 어떨까요. 나랑 같이 가요, 낮보다 더 화려한 도시의 밤 속으로.

   구독자님, 번잡한 도심 속 불빛의 노래들을 만끽해봐요.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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