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모꼬지기입니다.
거리를 알록달록하게 물들였던 낙엽들은 어느새 바닥에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고, 우리는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썰렁해진 주변을 느끼죠. 겨울의 시작은 지나간 시간들을 아쉬워하기도, 지금의 시간들을 더 갈망하기도, 다가올 시간들을 걱정하기도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우리, 오늘의 겨울에는 잠시 감정에 잠겨보는 건 어떨까요.
십일월 마지막 주, 『모꼬지기』 13호에는 우울의 끝자락을 전하는 아티스트 '홍크', 2022년을 마무리할 12월의 인디 공연 소식, 그리고 때때로 우울에 잠기고 싶은 구독자님을 위한 플레이리스트까지, 총 세 가지 이야기를 선물해 드립니다.
⭐ 뮤직스타뜰
우울의 끝자락에서, 홍크
by 현
우리는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지속적 불안 속에 일시적 평온을 느끼며 사는 것 같다. 왜 그런 불안을 외면해야만 할까, 왜 부정적이라고 정의되는 감정에서 굳이 힘들게 희망만을 찾아야 할까? 어쩌면 슬픔이라는 감정은 우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지도 모르는데. 여기, 우울하고 어지러운 마음들 그 자체로도 이상하지 않다고, 그저 아름답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뮤직스타뜰 열 번째 아티스트, 홍크(HONK)를 소개한다.
싱어송라이터 홍크는 2016년 EP [You Drink I Honk]로 처음 대중에게 소개됐다. 그 후 그는 계속해서 여러 앨범들을 발매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첫 번째 정규앨범 [MONOSANDALOS]로 시적인 가사와 몽환적인 사운드로 대중에게 깊고 진한 여운을 남겼으며, 2021년 3월 새 정규앨범 [J.DOE]를 선보이며 그만의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그는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할 뿐 아니라 피아노 연주와 컴퓨터 프로그래밍, 프로듀싱까지 해내는 멀티 아티스트이다. R&B, 재즈, 덥사운드, 트립합, 슈게이징에 걸쳐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까지 보여주며, 고등학생 때부터 미술을 전공하여 직접 일러스트 작가로도 활동해 2016년부터 2018년 2월까지 4장의 EP와 장범준 1집, 임경동 감독 단편영화 <나의 투쟁> 음악 작업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쳐왔다. 그의 음악은 6개월 동안 아디다스 플래그십 스토어 음악으로 사용되며 홍콩, 런던, 밀라노, 파리, 상하이, 도쿄 등 세계 9개의 도시에서 플레이되기도 했다.
안개라는 공간 속에
홍크의 음악은 어떤 공간을 그려낸다. 그곳은 마치 안개와도 같아서 이 다음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그의 공간 안에 들어서면 연속적으로 움직이고 변형되며, 관습적인 매듭을 툭 자른 것처럼 빛바랜 사진들을 무심하게 조각조각 보여주는 것 같다. 초점 나간 렌즈로 찍어 아른거리는 잔상들이 가득한, 그렇게 버려진 사진들은 뭉쳐져 하나의 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는 우울의 끝자락을 이야기하지만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뒤틀리거나 균열된 질감의 소리들이 잡음과 함께 흘러나오기도, 기쁨과 슬픔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것 같기도 하다. 직관적으로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보는 순간 매료되는 장면처럼, 그의 음악은 그런 황홀한 안개 같은 공간이다.
“어쩌면 돌아가는 그림자가
무서워서 잔을 나누다
그리운 날에 밤새 내릴 비를 피해
미리 입을 맞추자”
홍크의 <어쩌면> 中
홍크는 어떠한 장르로도 구분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갖고 있다. 소리만을 넘어 비주얼과 메시지까지 섬세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의 가사에는 너무 일반적으로 사용돼서 그 의미가 얕아지는 표현은 되도록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모호하고도 시적인 노랫말은 나른하고도 몽환적인 사운드와 깊고 짙은 여운을 닮은 그를 만나, 하나의 공명을 만들어낸다. 리버브 걸린 블루지한 사운드, 낮게 읊조리는 보컬, 미니멀한 비트가 어우러져 공간감을 자아내는 그의 음악은, 그렇게 우리와 함께 안개 속을 헤매며 속삭인다. 사실, 부서진 마음의 조각들은 이미 빛나고 있다고. 그렇게 모호한 웅얼거림으로 전해지는 음울한 내상의 세계는 결국 그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흔들린 그때의 스틸컷, J. DOE
앨범의 제목이자 주제인 ‘존 도(J. doe)는 영미권에서 신원 미상의 변사체를 통칭하는 이름이다. 앨범 속 13개의 트랙은 그가 말하는 존 도를 관통한다. 부처가 자신을 희생해서 호랑이에게 먹이로 준 ‘사신사호’라는 말처럼, 우리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듯 무언가를 남기려고 한다. 왜 흔적을 남기는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홍크는 어쩌면 그 과정이 사랑의 유산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상처투성이 흔적은 우리의 용기이자 사랑이었다고.
“내가 없어도 착하게 자라줬으면 해
누구 하나 다치지 않게
어금니에 박힌 살점은
오직 나여야만 해”
홍크의 <호랑이는 죽어서> 中
📅 공연캘린더
올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은, 12월의 공연
by 영
날씨가 추워지고, 11월의 끝자락이 다가오면, 우리는 새하얀 설렘을 마주하곤 한다. 바로, 한해 동안 그토록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다가오는 공연들과 함께, 우리만의 기적이 이루어지길 바래보는 건 어떨까?
1. TUNE UP STAGE: ROCK MY WORLD
뮤지션 지원 사업인 튠업은 재능과 실력을 갖춘 젊은 뮤지션들이 음악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CJ 문화재단의 프로그램으로, 앨범 제작과 발매, 국내외 공연, 아지트 라이브 출연, 홍보 마케팅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하고 전달하고 있다.
[공연정보]
2. 숲세권 라이브
2021년 6월 시작된 음악 콘텐츠 숲세권 라이브는 음악과 자연을 사랑하는 각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꽃과 자연이 주제가 되는 공연을 선보인다. 최근 영상 콘텐츠로만 제공되던 숲세권 라이브는 오프라인 공연으로 확장되어 관객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공연 수익 일부는 공연장 5분 거리의 '생명의 숲'에 기부된다.
[12월 3일_이서 단독 콘서트 "forget me not"]
3.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는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할 때 만큼 행복하고 솔직한 순간이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장기 콘서트이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일상 속에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기획된 이 공연은, 현재 12월 4일에 진행되는 59번째 공연까지 많은 아티스트들의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고 있다.
[12월 4일_Track.59 새벽공방 단독 콘서트]
4. 먼데이 프로젝트 시즌 5
먼데이 프로젝트는 평일 공연 활성화를 위해 2014년 시작된 월요일 콘서트로 혁오, 이진아, 안예은, 카더가든, 윤딴딴 등 실력 있는 200여 팀의 뮤지션들이 함께 했으며, 합정과 성수 등 서울 전 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12월 5일_ORIGIANL: 화노 단독 콘서트]
[12월 6일_청춘의 밤: 구만 단독 콘서트]
[12월 13일_청춘의 밤: 맥거핀 단독 콘서트]
[12월 13일_청춘의 밤: 우물 단독 콘서트]
[12월 14일_로우행잉프루츠 단독 콘서트 'My Universe']
[12월 20일_허드 단독 콘서트 'HERD-CHRISTMAS']
5.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 시리즈
공연기획사 프라이빗커브가 진행하는 아름다운 싱어송라이터 시리즈는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이 참여해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공연이다. 지금까지 산울림, 조규찬, 정재형, 언니네 이발관, 바우터 하멜, 레이첼 야마가타, 장기하와 얼굴들, 십센치 등 많은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꾸며왔다.
[12월 15일_wave to earth]
[12월 16일_빈센트블루]
[12월 18일_마마스건]
[12월 20~22일_정세운]
[12월 23~24일_이영훈]
💿 둠칫두둠칫
우연히 마주한 나의 우울은
by 현
“불이 모두 다 꺼지고
모두가 잠든 밤이야
이제 너도 잠이 들 거야
그래 오늘은 너의 맘속엔 빛 하나 없이
캄캄한 비가 내렸던 거 알아”
김이불의 <안녕> 中
나도 아직 나를 몰라요. 무엇 때문에 이리 감정에 휘둘리는지, 어째서 희망은 점점 아득해지는지. 그렇게 달마저 져버리고 하늘까지 닫혀 우울이 우리의 가슴에 파고들죠. 그리고 그림자는 세상 반대쪽으로 몸을 젖히고 우리는 스스로 그림자 속에 둥지를 틀어요. 오늘은 그냥, 나를 우울에게 맡길래요.
누구나 가끔은 있잖아요, 끝없는 터널로 들어가고 싶은 그런 날.
모꼬지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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