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발송) '누군가를 돕는 비즈니스'를 한다면 l 그레이 영역

Moist Notes

2024.01.12 | 조회 2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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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ist Notes

집요한 마케터들의 기록. @moist_mlab https://blog.naver.com/moistmarketer/222726304393

 

대학 시절에 친했던 선배 하나는, 지금 '목사님'이라는, 꽤나 성스러운 직업을 갖고 있다. 친한 사이이기에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인데, 한번은 내게 이런 고백아닌 고백을 했다.

 

"나는 사람들이, 내게 본인의 이야기를 다 꺼내고, 내가 위로-조언을 건네는 그 상황에 중독되어 있다.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나는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 상황이 주는 일종의 쾌감이 있다."

이런 식이었는데, (항상 그렇듯이,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그대로 기억하지 못하기에, 왜곡이 조금씩은 존재한다.) 뭐 별다른 문제가 있느냐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사실 저정도의 얕은 그레이 영역은, 누구나 갖고 있다고 본다. 진짜 문제는, '힘들지 않은 사람'들은, 본인에게 의존하지 않으니, 내 자신감-자존감이 낮아진다는, 그냥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나보다 부족한 이들 앞에서만 당당한' 사람이 되어가는, 즉 힘든 이들만 찾아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온라인상의 비즈니스에서 '남을 돕는다'라는 포지션을 자처하는 분들 중, 이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 처해서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는 분들이 간혹 찾아오신다. 오늘은 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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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기존의 원고입니다. 이어서 글을 작성했는데 오류인지는 몰라도 수정본은 날아가고 기존의 반쯤 잘린 원고만 발송이 되었네요. 아래부터는 다시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늦었어요.)

 

'누군가를 돕는 비즈니스'를 선택했다면, 그 본질적인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해봐야만 한다. 어감이 참, 단죄하는 느낌의 죄책감 유발 뉘앙슨데, 전혀 그렇지 않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순수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며, 애초에 '순수'라는 표현 자체의 경계도 모호하기에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며 이 작업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점.

'착하게 살자'라는 내용의 레터가 아니다.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월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에 선택한 분야/비즈니스 카테고리'라면, 주의해야만 하는 생각의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한다.

 

온라인 비즈니스만큼이나 근본이 없는 분야는 찾기 힘들 정도라도 생각한다. 이 '근본없음'의 정도가 심각하기에, '근본' 관련 직업군, 뭐 공부만 해오신 분들의 경우에는 처음에 많이 놀라시곤 한다. 높은 가격대에 형성된 무언가를 보고, '당연히 저정도 가치가 있기에, 저러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구나'라는 상식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오해 포인트.

적당히 별 생각없이 업로드한 콘텐츠 하나, 혹은 두개가 빵 터진 이후에, 이에 대한 그럴듯한 사후적인 해석으로 큰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하게 이야기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황당할 정도로 어이없는 수준의 콘텐츠를 보고 말을 잇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보았다. 이러한 온도차를 피부로 느낀 뒤에 도저히 이 시장에서는 활동할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이 정도면 내가 진입했을 때, 경쟁력이 충분히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역시 계신다. 물론 정답은 없다.

 

다시 돌아와서, '내가 너를 돕겠다'라는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이 본인에게 기대고, 감사를 표하고, 동경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상황이 주는 우월감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와 대단하셔요. 어떻게 그런 많은 팔로워, 구독자를 모으셨어요' 라거나.

 

이런 성취를 토대로, 더 멋진 미래를 그려나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 느낌에 중독된 분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게 왜 문제냐. '당연히 기대하는 결과물'의 수준이 올라가게 되고, 결과적으로 '투입 대비 높은 산출'이라는 조건이 깨지게 된다면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위에서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근본없음' 이야기를 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근본이 없는 사업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근본이 없기에 누군가 차지한 '우위'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즉, 내가 우월감을 느낄만한 이 재료가 어느 순간 사라지기에 딱 좋은 분야가 바로 온라인 비즈니스라는 의미.

 

예를 들어 극단적이긴 하지만, 엑셀을 잘 다루는 사람 A. 관련 강의도 찍고, 엑셀 강의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주변인들의 '우와'를 한몸에 받는 상황. 갑자기 챗지피티라는 이상한 제품이 나오더니, 내 모든 콘텐츠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실제로 이제 나오는 노트북은 아예 ai가 내장되어 있다고도 하고, 엑셀 등 ms제품 내에서 '말만 하면 함수를 짜주는' 기능이 삽입되기에 더 이상 A의 콘텐츠는 큰 가치가 없을지도.

 

이 지칠만한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 이를 '의지'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미 우월감에 중독되어 있는 이들은 0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한다. 본인의 제로 시절에선 뭣 모르고, 그냥 재미있어 보여서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지만, 우월감에, 남들의 '우와'에 중독된 뇌는 '남들과 같은 조건에서 시작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조금의 아픔도 마주하고자 하지 않는, '겁쟁이 선택'만 반복한다는 것이다. 초보자들 사이에서 환영받는 그 '보장된 우월감'만을 탐닉한다거나.

 

실제로 웹소설 등, 작품 하나가 잘 된 이들이 두번째 작품을 새로운 필명으로 내고, 반응이 저조하면 이 무관심 구간을 견디지 못하고 본 필명을 공개하는 프로세스. 이를 통해 '와 A 작가님이시다!' 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케이스를 정말 많이 보았다. 이게,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미 성공했고, 유명해졌어. 나는 간단하게 툭 던지면, 돈이 바로 벌려'라는 우월감에 중독되어버린다면 견딜 수 없을만큼의 공포이자 지루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시시각각 우위가 변하는, 여론이 변하는 시장이기에 '내가 가진 것을 뺏겼을 때' 새롭게 시작하는 기간을 묵묵하게 버틸 수 있는 뇌가 준비되어 있다면 다시 일어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한다.

 

이번 레터 자제가, 방금 이야기한 '뇌 상태'과 유관하다. 물론 훨씬 상황이 마이너하긴 하지만.

열심히 쓴 레터가 모두 지워졌다. 10시 발송이라고 스토리까지 대문짝만하게 올려 두었는데, 정작 오류로 발송된건, 인트로 몇 문장이 전부. 이에 대한 사람들의 어이없는 반응도 마주해야만 하고, 더 나아가 저장하지도 않았기에 레터를 새로 다시 써야만 한다.

 

이 작은 스트레스 포인트를 마주한 상황에서, 한숨 한 번 쉬고 그냥 다시 글을 써 내려가는, 과민반응하지 않는 뇌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치 않는 일들도 앞으로 참 많이 마주할 테니까. 내 경쟁우위를 잃어버리는 일, 내가 쌓아온 무언가가 없어지는 일들도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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