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환경을 마주한다는 것은, 설레면서 두렵다. 내가 바라던 사람과 상황을 만나게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더욱 악화된 상황을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이러한 이유로 많은 분들이 이직을 어려워하는 것이 아닐까. 어떠한 결과가 찾아올지 모르기에 쉽사리 배팅할 수 없는 느낌. 이직이 아니더라도, 삶의 다양한 선택지 앞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이유라고 본다. 선택을 번복하거나, 되돌아갈 수 없는 경우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삶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의 선택에 왈가왈부하는 것이 얼마나 철없는 행동인지를 느끼고 있다. 그 입장에 처한 적도 없으면서, 어줍잖은 자기계발서틱한 조언을 건넨다는 것이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이 관점에서, '여행'은 리스크가 없는 배팅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환경, 색다른 자극,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데,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내가 그 장소에서 살아야만 한다거나, 그 장소에서 만나는 누군가와 친분을 유지해야만 한다거나, 내가 현지인들에게 좋은 평판을 유지해야만 한다거나... 등의 책임이 없기에. 오히려 어딜 가도 환영받는다.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역할이다보니 그런 것일지도 모르고.
여행작가를 한때 꿈으로 삼았던 이유는, 이러한 '책임없는 떠돌아다님'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수식어 하나가 생략되어 있는데, (인기있는) 여행작가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내가 도쿄에 가서 이런 것을 느꼈고, 내가 시드니에 가서 이런 것을 느꼈다...는 일기장을, 돈 주고 구입해줄만한 팬층이 없다면 사실 여행작가가 아니라 단순히 여행을 즐기는 일반인일 뿐이다.
잠깐 옆길로 새자면, 자격증을 취득할 필요가 없이 자칭하는 것 만으로 직업을 갖게 되는 대부분의 케이스가 이와 유사하다. 자칭 작가긴 작간데, 사실 생계는 다른 것으로 유지한다. 자칭 마케터도 그럴 수 있고, 자칭 디자이너도 그럴 수 있다. 슬픈 프리랜서 라이프.
다시 돌아와, '여행'의 장점을, 다른 것이 아닌 '무책임함'에 집중한다면. 무책임을 경험하고 싶은, 조금이나마 무책임한 라이프스타일을 공유받고자 하는, 책임에 찌든 현대인들의 해소되지 않은 욕구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주는 삶. 그것이 여행작가, 여행유튜버가 아닐까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세계 각지의 명소, 음식... 이러한 것들도 흥미롭지만, 그 기저에 깔린 욕구 중 하나는 '무책임함'일지도.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서 돌고 돌아, 항상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를 꾸리는 것 같다. 일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분과, 이 부분에서 항상 의견이 나뉘는데, 나는 '나의' 자유로움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먼저다. 비록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거나, 나를 좋아해주는 이가 많지 않더라도. 그렇기에 생계를 유지하려면, 혹은 더 큰 수입을 원한다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꾸려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각기 다른 여러 분야에 필명을 만들어 왔다. 실제로 내 필명이나 다양한 비즈니스 각각은, 압도적으로 1등... 과 거리가 멀다.
비즈니스를 꾸리고자 하는 이들은, 내가 원하는 결과 (돈, 명예, 시간적인 여유, 허세부릴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보단, 내가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오히려 더 스스로에게 최적화된 비즈니스 루틴을 셋업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다이소 전략을 취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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