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오늘 레터에서 다룰 내용은, 언급되는 것을 원치 않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 강의에서는 종종 다뤘던 파트이기도 한데, 유달리 요즘 메시지를 많이 받아봐서 주제로 선정했습니다.
하나. '이 사람, 촉마님이랑 문체나 내용, 콘텐츠 형식, 네이밍 방식 등등이 너무 똑같아요.'
둘. '저, 촉마님 문체를 흉내내도 될까요?"
인데요. 전자는, 과장 없이 최근 4년간 수백번은 디엠이나 카톡 등을 받아봤고. 후자는 수강생분들로부터 종종 받는 메시지입니다. 사실 단체강의나 개인교습, 회사 단위의 출강. 뭐 이러저러한 경로로 해도, 천명...이 되려나 안 되려나. (혹은 많이 넘으려나...) 모르겠네요.
무튼 많은 분들을 만나 왔으니 후자에 해당하는 연락도 꽤나 빈도가 높은 편입니다.
저와 업종이 다르면 아예 상관 없는데, 같은 업종에서 - 비슷한 내용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상황에서는 한번쯤 확인받고 싶으신 심리가 있을 테지요. 저도 어떠한 심리인지 잘 알고요.
이에 대한 제 지극히 솔직한 생각을 남겨보고자 합니다. 제가 어떤 부분에 집중하는지를 보시면 콘텐츠 기획에 도움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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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어보면, '내가 알고 있는 내 목소리'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거부반응부터 올라오는 것이 정상이지요. 이질감도 느껴지고, 스스로의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해요.
그리고 저는, 저와 비슷한 느낌의 글을 보면 이와 유사한 반응이 가장 먼저 올라옵니다.
글이 좋고 나쁘고, 글의 효과(유료 전환이라거나.)가 괜찮고 - 나쁘고...를 따지기 이전에, '내 녹음된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오글거리는 감각이 가장 먼저 올라옵니다. (이 느낌이 가장 훅 올라오는 순간은, '저와 비슷한 네이밍'을 시도하는 글을 보았을 때 입니다. 제 표현 방식, 무언가에 대한 명명 방식이요.)
그렇기에 이 본능적인 거부반응 필터를 최대한 꺼 버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왜냐면 그래야,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지니까요. 제 글과 비슷하다고 해서 무조건 안 좋다고 말하거나 - 좋다고 이야기하면 피드백을 요청하신 분의 입장에서도 득이 될 것이 없잖아요.
그렇게 평정심(?)을 되찾은 뒤, 글을 읽어보면요. 다음의 세가지 카테고리로 나뉘는 것 같아요. 저에 대한 오해들이요.
1. '촉마' 글은 조심스럽기만 한 글이다.
: 내가 무엇을 잘 한다라거나, 내게 맡겨달라라는 강한 어필 없이 그냥 스무스하게 캐주얼한 글. 가끔은 오글거리는 글만 쓰면 된다고 믿는 분들.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내가 무언가를 잘 하는건 아닌데, 그걸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상황'에서 제 문체나 글쓰기 방식에 끌리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아요. 리스크 없이, 편하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나봐요 하하.
그런데 '이런 글'을 쓰더라도 '보여줘야만 하는 순간'에는 한번쯤 강한 글을 뱉을 줄 알아야만 합니다. 제 최근의 소장욕 강의에서도 이 모습을 한번 보여드렸는데요. (사실 어떤 분께서 사전 질문지에서 '보여줄땐 보여주는 느낌'이 궁금하다고 하셔서 넣어본거예요.)
"제가 향후 6개월정도... 어떤 것들을 새롭게 만들어보려고 하는지. 정말 그대로 다 공개했어요. 네이밍부터 - 컨셉 - 수익모델... 모두요. 따라하셔도 괜찮아요. 괜찮은데... 이 영상을 보시는 분이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제가 더 잘할거예요."
약간 이런식으로, 특정 작은 niche에서만큼은 내가 낫다. 라는 포인트가 은근히 자주 섞여 있습니다. 이런 느낌 없이, 나머지 파트에만 집중하신다면 본질을 잃고 계신거예요. 아무리 저예산 B급 영화를 봐도 완급 조절이 있잖아요.
완급 조절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임팩트 있는 씬을 연출할줄 모른다면, 나머지 평이한 씬이 의미가 없어진답니다. 분명히.
2. '촉마' 스러운 콘텐츠는 가장 '괜찮은' 표현 방식 중 하나다.
: 어찌보면, 인스타그램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가 저같은 계정 운영자일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생각없이 슥슥 소비할 수 있는, 그래서 이용자들의 시간을 매몰시키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퇴근 이후, 피곤해 죽겠는데 페이지마다 글자가 꽉 차있는 - 지루한 줄글 콘텐츠만 주구장창 올립니다. 당연히 이용자들은 그냥 슥 넘기거나, 일단 저장만 누르고 다시는 열어보지 않겠지요. 감각적인, 혹은 공유하기 좋은 숏품을 만드는 방식으로 팬을 늘리는 것이 트랜드인 이 시대에. 혼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보니, 숏폼에 능한 분들은 정말 굳이 제 방식을 취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많은 마케팅, 브랜딩 방식 중에 제 방식이 가장 뛰어나서 이 길을 고른게 아니거든요. 저는 정말, 이것밖에 못하는 바보라서 이렇게 플랫폼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거예요.
글쓰는걸 좋아하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글쓰기보다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짧은 콘텐츠가 더 어울리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런 분들이 굳이 제 방식을 시도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본다면, 말리고 싶어요.
3. (이건 저에 대한 오해라기보다는, 분야 자체에 대한 오해인데요.)
내가 콘텐츠를, 1년, 2년.... 5년... 이렇게 업로드 할 수록, 이 분야에 대한 내 자부심은 강해질 것이며 - 큰 자부심은 내 강함으로 이어질 것이다.
저는 반만 맞다고 생각해요. 1년 2년 5년... 이렇게 한 분야에서 무언가를 쌓아 나가다보면요. 강해지긴 하거든요? 그런데 그 강함의 이유가 자부심이라기보다는 '미련이 없어져서' 라고 봅니다.
미련이 없어지면, 상대적으로 조급한 사람들로부터의 호감을 이끌어내는 데에 용이합니다. 그리고 이는 어설프게 연기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미련이 사라지는 순간을, '내가 뱉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 뱉었다'고 스스로 자각하는 시점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저 지점에 도달하려면 콘텐츠 제작에 몇년은 쏟아야만 해요.)
내 블로그에 글이 100개, 200개... 이렇게 쌓여 나가잖아요? 어느 순간 이후로는 솔직히 별다른 무언가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봐요. 오래된 휴대폰처럼요. 처음 살 때의 애지중지 모먼트와는 딴판이죠.
지금 제가 맥북을 바꾼지 한 1년 조금 넘은 것 같은데. 처음에는 기스 하나라도 날까봐 항상 조심했거든요. 요즘은 뭐 둔감해졌지요. 미련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잔기스 날까봐 항상 조심하는 사람보다는 후자가 더 강해보이잖아요? 콘텐츠 제작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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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을 주고받는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봐요. 다만 그 과정이 정말 본인에게 득이 되는지는 잘 생각해보셔야만 합니다. 왜냐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객관적으로 그 콘텐츠를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동족혐오... 처럼 하하. 민망하기도 하고, 오글거리는 느낌이 올라오는 것이 사실이다보니.
(같은 이유로, 제 글쓰기 VOD 강의 역시 문체를 강조하는 파트는 거의 없어요. 스토리텔링 - 글 전개 방식을 구조화 해 두었지요.)
위의 세가지 오해 포인트에 대해, 시간날 때 한번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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