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뭐니 해도 머니

돈돈돈

2022.09.29 | 조회 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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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던이의 썩 무던하지 않은 하루

할머니를 추억하며 이런저런 생각 정리

아빠는 나보고 "그만 짠순이처럼 살고 쓸땐 쓰고 살아라" 했지만 나는 짠순이가 아니다. 기왕 사야할 것이 있으면 할인하는 것을 사는 정도..? 계좌이체 수수료가 아깝고 6천원어치 물건을 더 추가하면 배송비 5천원을 깎아준다고 하면 장바구니에 더 담는 정도..? 그정도면 짠순인가..? 이면지를 두고두고 쓰거나 플라스틱, 유리 제품, 종이백 등을 여기저기 재활용해서 사용하는 것은 환경문제를 생각해서인 이유가 더 크다. 역시 짠순이인가? 아무튼 내가 돈을 너무 아낄까봐 아빠가 걱정하는 것은 돈돈돈 거리던 할머니가 아빠에게 지긋지긋한 한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빠가 삶은 달걀을 싫어하게된 것도 같은 이유다. 할머니는 어디 여행을 갈 때 밖에서 사먹는 것이 아까워서 꼭 먹을 것을 싸가지고 꾸역꾸역 아들 손에 쥐어 보냈다. 할머니가 큰 돈부터 작은 돈까지 아까워서 아끼고 아끼다가 생긴 에피소드들을 나열 하자면 끝이 없다. 세탁기 옆 락스가 넘어져서 쌀자루에 다 스며 들었는데 그걸 씻어서 밥을 하셔서 밥에서 락스 냄새가 났던 것. 내가 생리 마지막 날 남은 생리혈이 아주 조금밖에 안 묻은 생리대를 버렸더니 그걸 휴지통에서 꺼내와서는 "뒀다가 다음 생리할 때 쓰라"고 내 옷서랍에 넣은 것. 도매로 방부제, 설탕 잔뜩 넣어 파는 빵들을 잔뜩 사오셔서 "그 설탕 들이 부은 빵 몸에도 안좋고 너무 달아서 싫다"고 했더니 "설탕을 잔뜩 넣으면 재료값이 많이 들어가는 건데 왜 싸게 팔겠냐"며 반박 하시던 할머니.  

할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연락을 받은 날, 나는 생각보다 갑작스런 칠레로의 이사 계획에 미국집 짐을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바쁘던 중이었다. 미국집에서 있는 동안 쓰려고 이것저것 사두고 아직 한번도 쓰지 못한 물건들을 환불 신청을 했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이 그 물건들을 반납하러 갔어야하는 날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다음 날에야 실감이 나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질질 짜고 있다가 문득 "내가 낸데! 누구 손년데!", 할머니 손녀가환불일을 놓쳐  약 10만원을 버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낫다. 몸을 일으켜 기어코 환불을 해 오고 중고 물건들도 열심히 팔았더니 할머니의 자랑스런 손녀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러는 와중에 어떤 아줌마 빌런이 나를 괴롭혔다. 중고 가구들과 부엌 용품들을 사러 와서는 내 침대에 누워보고 이것저것 다 만져보고 흥정하고. 사람 하대하는 말투로 한 시간을 사람 피곤하게 들들 볶더니 220불어치를 사간다기에, 그것도 큰 가구를 많이 처리해 주겠길래 속으로, '재수없지만 고갱님 감사감사' 하고 좋게 생각하려고 하고 있었다. 다음 날 내가 집에 없을 때 와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운동은 안 하겠어서" 운동기구는 문앞에 두고가고 "집을 세놓으려고 가구를 사려던건데 세입자가 가구를 들고온대서" 가구는 필요가 없다며 45불어치 (많이 산다고 흥정한 것들) 빼고는 다 환불해달라고 문자를 보내고 문앞에 물건을 두고 갔다. 어이가 없어서 됐으니 45불어치 사겠다는 것들도 다 돌려줘라 아줌마한테 아무것도 안팔겠다, 했더니 5일뒤에 갖다주면서 챠퍼는 마늘을 빻고 제대로 닦지도 않고 갖다줬다. 네이트판 같은데다가 올렸으면 대박칠, 다른 "중고나라/당근마켓에 이런 사람도 있다 빌런 후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경험을 어쩌다가 하게된 것 같다. 아줌마, 우리 할머니를 몰라서 그러나본데 당신 실수한거야. 적어도 10년간 당신 부자 못 되게 할머니가 저주할 테니까. 돈 문제로 울 할머니 손녀를 건들면 아주 주옥되는 거예요? 앙? 알간 모르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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