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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상영관은 불량품인가요?

듄의 문제점

2024.04.05 | 조회 2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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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영화이야기

영화를 즐겨보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색다른 의견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위대한 감독


드니 빌뢰브 감독의 팬입니다. 시카리오 라는 영화를 본 이후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충격에 못이겨 바로 감독을 찾아봤고, 푸근한 인상의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시카리오, 콘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까지 보여준 연출감은 그를 위대한 감독이라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게 합니다. 적어도 전 그렇게 느꼈습니다.  빌뢰브 감독은 어릴적 듄에 매료되었고, 영화화 하는게 꿈이라고 밝혔죠. 그런 감독이 듄 연출을 맡았습니다. 위대한 감독에 어릴 적 꾸었던 필생의 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하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1. 지나치게 간결한 대사


기분이 안 내킨다? 기분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싸움이라는 건 필요할 때 하는 거지, 기분 내킨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소 같은 동물이나, 관계를 맺을 때나 발리셋 연주를 할 때나 신경 쓰는 겁니다. 싸울 때는 기분에 메이지 말라고요.

 

듄 소설 속 대사입니다. 주인공에게 검술 스승인 거스 할렉이 한 대사죠. 검술 연습신간인데 기분이 안 난다고 시쿤둥한 주인공에게 일갈합니다 실전을 안 겪어본 주인공한테 화가 난 백전노장 거니 할렉의 한이 느껴지죠. 소 같은 동물, 관계를 맺을때, 같은 대사에서 우리는 거니 할렉이 다소 거친인물이구나, 그리고 발리셋 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인가를 궁금하게 됩니다.


거니 할렉이란 인물의 지극히 개인적인 면모를 대사에서 엿볼 수 있는거죠. 대사란 지극히 개인적인 입니다. 인물의 성격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정보이죠. 말이 그 사람을 내면을 표상하는 것입니다. 관객은 이를 통해서 등장인물의 특징을 파악하고 다른 인물과 구분짓는 것이죠. 또한 인물의 특징을 통해서 앞으로 이야기를 예측하고 몰입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듄 영화 속 대사는 다릅니다. 소설 속 대사보다 훨씬 간결합니다. 너무나 간결하니 인물 개개인이 가진 특징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대사는 흐름입니다. 적절한 대사가 관객에서 흐름을 짐작하게 하고,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드는 반면 생뚱맞은 대사는 관객에서 물음표(?)를 선사합니다. 갑자기 왜 그러는거야? 여기가 이렇게 화낼 포인트야? 여기가 중요한 포인트야? 갑자기 왜 울어? 성 안에서 망원경을 보면서 이런저런 지시는 왜 하는거야? 제가 듄을 보면서 시종일관 느꼈던 물음표들입니다. 듄에는 이런 장면이 많습니다.


6권짜리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로 옮기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방대한 소설분량을 적절하게 담아야하니깐요. 문제는 적절하게 담아내어야지, '일률적'으로 담아내면 안됩니다. 영화 듄은 간결한 대사로 소설 듄을 일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일률적이란 표현이 그렇다면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담으려 했죠. 
오히려 집중할 부분에 집중하고 잔가지들를 더 포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감하게 버려야 집중할 부분에서 관객들을 몰입시킬 수 있었죠.  간결한 대사들이 오히려 영화를 밍밍하게 만들었습니다.

 

 

2. 일반영화는 불량품인가요?


사진은 유머와 같은 겁니다. 여러분은 사진을 찍을때 인물을 어디에 두시나요? 가운데에 두죠. 그래야 사진을 딱 보았을때 한 눈에 주인공한테 쏠리니까요. 누구한테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이 사진이 주인공의 모습을 나타내지를 알 수가 있죠. 사진의 목적은 주인공의 모습을 남기는 겁니다.


"이거 누굴 찍은거야?" 이 말이 나오면 사진을 잘 찍었다고 볼 수 없겠죠. 또한 배경과 적당한 비율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물사진을 찍는다고 너무 인물를 확대하거나, 혹은 너무 인물을 작게 만들면 사진을 보기 불편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듄에서 나옵니다. 


듄 아이맥스는 평일에도 매진이었지만 듄 일반상영관은 널널했습니다. 아이맥스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면 일반상영관에서 볼 수 없는 장면들을 볼 수 있기에  "듄은 역시 아이맥스 대형 스크린으로 봐야 한다"는 인식이 커뮤니티 사이에서 펴졌습니다. 물론 넓은 스크린으로 보면 좋죠.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지 않습니다.


"일반상영관으로 보면 좋긴 한데, 아이맥스로 보면 더 좋다" 이 말이 아니라 일반상영관으로 보면 무언가 이상하다는게 문제죠. 듄의 일반상영관 장면들은 비율이 맞지 않습니다. 완성된 사진에서 위아래가 가위로 짤린 모습입니다. 원래 의도한 사진에서 위 아래를 가위로 짜르면 어떨까요? 어색해 보이겠죠? 그게 듄 일반상영관의 모습입니다. 일반상영관의 화면은 불량품입니다. 한번 직접 보면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일반상영관  vs  아이맥스  >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hxUSoaOWDmo&t=191s

 

 

3. 사전 예습 강박


지나치게 간결한 대사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장면마다 생략된 부분이 있고, 대사들이 간결하기 때문에 미리 정보를 알고 가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관람객 사이에서 지배적입니다.  영화를 보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는 단서를 달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효율성은 남다릅니다.


'제대로 감상'이라는 것이 꽂혀 반드시 다양한 정보를 숙지하고 가야한다는 강박증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것도 또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죠. 듄의 색다른 매력에 빠지게 되고 6권짜리 원작소설까지 읽게 되는 결단을 내릴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극히 일부의 이야기입니다. 매니아들만이 재밌어 하는 이야기이며 일반대중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사전예습은 또다른 노동이고, 사전 예습을 안하고 가면 제대로 감상하지 않았다고 돼죠. 실패입니다. 한국인들은 실패하는걸 비참하게 여기고 돈낭비로 생각합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레 포기해버립니다. "영화 하나 보는데 굳이 이런 정보를 알아야돼. 가볍게 영화한번 보는데 말이야" 매니아들은 하나의 정보라도 더 얻을려고 난리지만요.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사전예습을 해야한다는 강박이 대중들을 영화관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요인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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