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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버린 소설 삼체

원작 삼체와 넷플릭스 삼체의 다른 점

2024.04.12 | 조회 4.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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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영화이야기

영화를 즐겨보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색다른 의견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화이츠, 프리티, 라이트 브라더스, 그리고 삼체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에 가지고 간 4권의 책입니다. 앞의 3권은 미국 작가가 쓴 책이었고 마지막 책 삼체는 중국 작가 류츠신이 쓴 SF 소설입니다. 2015년에 SF소설계의 노벨상이라는 휴고 최우수 장편상을 수상했고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대통령 업무가 작게 느껴질 정도로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라고 감탄했죠. 이 소설이 기대를 품고 넷플릭스에서 영상화 됐습니다.


삼체의 방영 직후 많은 화젯거리를 몰고 다녔습니다. 과학유튜브 사이엔 삼체의 물리현상을 설명하는 영상들이 인기를 끌었고, 1화에서 문화대혁명의 잔인성 묘사한 것을 가지고 중국인들이 문제제기 한다는 뉴스가 연이어 나왔습니다. 한국언론에서는 중국에선 넷플릭스 볼 수도 없는데 왜 난리냐 라는 식의 제목으로 기사을 내보냈습니다. 중국에선 당국이 해외사이트 접속자체를 차단해 넷플릭스를 볼 수 없지만 사실 대부분 중국인들이 VPN를 통해 해외컨텐츠를 제한없이 즐긴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기사제목은 중국인들의 이상하게 변질된 애국을 비꼬는 의미도 담겨있겠죠. 자신들의 과거를 스스로 객관적으로 조망하지 못하고 분노로 덮으려는 모습을 말이죠. 삼체의 과학적 해설, 문화대혁명 표현 방식에 화난 중국인들, 이 와중에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또다른 것입니다. 각색입니다. 넷플릭스의 삼체와 소설 삼체는 많이 다릅니다. 넷플릭스 삼체 포스터에는 5명의 주인공이 등장하죠. 원작에서는 한 명입니다. 제작진이 각색을 하면서 옥스포드대학교 출신 친구 5인방을 창조해 냈습니다. 그런데 5인방을 그려내는 방식이 이상합니다. 한 쪽을 비하하는 식으로 그려집니다. 

 


장면1# 술집 

남자 : 안녕하세요. 여자 2명이서 오셨어요? ㅎㅎ

여자주인공들 : 네...

남자 : 혹시 두 분도 노래 하실건가요?

여자주인공들 : 아뇨..

남자 : 알았어요ㅎㅎ 그럼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아 제가 맞혀보죠. 당신은...

여자주인공1 : 합성고분자 나노섬유 설계해요. 그걸 제조할 회사 차렸고, 의료, 에너지, 소재분야에서 다양하게 응용할려고 해요.

남자 : 아 그래요. 그럼 당신은....

여자주인공2 : 임페리얼 칼리지 이론 물리학그룹 선임연구원이에요. 세계 입자가속기 실험결과를 분석하는 메타연구를 하죠. 

남자 : 근사하네요. 재밌게 노세요

-잠시후-

남자 : (술집 무대에서 노래하기 시작) 나나냐~~

여자주인공들 : 담배나 태우러 가자. 저 노래 듣다가 죽겠다.

삼체 속 한 장면입니다. 어떻게 보이시나요? 이게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대화인가요? 술집에서 처음 보는 이성에게 무슨 일 하냐며 간단하게 말을 건네는 게 그렇게 한심한 모습일까요? 장소가 술집인데 어떤 사람이 이런 식으로 대답을 할까요? 오히려 서양에서는 스몰토크를 중요시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드립니다. 이 대화에서 남자는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을 한 무례한 사람한 사람처럼 그려집니다. 그리고 고학력자들의 수준 있는 대화를 방해하는 저학력처럼 그려집니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오히려 남자의 질문보다 여자들의 답변에서 거리감을 느끼고 어색함을 느낄 겁니다. 이 장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 하는 술집입니다. 이런 대화가 삼체 1~8화까지 전 에피소드에 걸쳐서 이어집니다. 

 

장면2#

여자주인공 : A야 잠깐 와줄 수 있어

A남자 : 어...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 시계를 보니깐 자정넘은 시간)

여자주인공 : 급한 일이야 잠깐 와줘

A남자 : 무슨 일인데 그래? (뒤에 침대이부자리에서 여자가 나옴)

여자주인공 : 너 누구랑 같이 있구나. 

A남자 : 아니 갈 수 있어. 갈께

여자주인공 : 아니야 됐어. (눈물을 흘린다)

위 대사만 보면 어떤 상황으로 보이나요? 여자가 진심으로 힘들어 하는 시기에  남자는 다른 여자랑 같이 잠자리를 하고 있어서 같이 있어주지도 못한 한심한 남자 모습이죠. 사실 A남자와 여자는 친구사이일 뿐입니다. 서로 연인 관계가 아닙니다. 친구사이에서는 밤늦게 무슨 일을 하던 개인 사생활일뿐입니다. 하지만 삼체에서 마치 여자친구가 힘들때 달려가지 않고 딴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정신 못차린 남자처럼 나오죠. 친구사이일 뿐인데요. 이러한 남자 VS 여자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이어집니다. 남자는 피해를 주는 존재이고 어리숙한 존재, 여자는 성숙하고 해결하는 존재. 

 


<b>클래런스 시</b>
클래런스 시

실패한 아버지

원작소설에서 매력적인 인물을 꼽는다면 형사 스창을 들 수 있습니다. 주인공에게 까칠하지만 틀에 박힌 생각에서 벗어나 획기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물이고 사건의 본질을 관통하여 바라보는 능력이 출중한 인물이죠. 원래 과학이란 불편한 진실입니다. 과학이란 아름답지 못한 데이터이고, 귀로 듣기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음악입니다. 과학의 이런 속성을 내포한 인물이 스창이며 스창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스창의 해결책이 기분 나쁘지만 결국은 현상황에선 최선의 분석인 것처럼요.


이런 인물이 넷플릭스 삼체에선 동성애자 아들을 둔 이혼한 남자(클래런스 시)로 나옵니다. 동성애자 아들은 아버지에게 대들고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무시합니다. 스창이 아들에게 여자친구에 대해 묻자 '남자'라고 버럭합니다. 동성애자, 이혼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부자연스러운 것이 문제이죠. SF소설에서 가진 흐름의 힘은 무지에 대한 과학적인 도전이고, 도전적인 과학이 보여주는 극적인 효과입니다. 이런 흐름을 무시한채 동성애를 위한 동성애, 이혼을 위한 이혼은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오히려 반발심만 생기게 합니다. 제작진은 이런 변론을 할 수 있겠죠. '영화는 영화적인 요소로 봐달라' 하지만 오히려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영화적인 요소로 보기 힘들게 합니다. 각색 제작진 스스로가 보는 사람의 관심사를 SF소설의 즐거움에서 다른 쪽으로 흐르게 합니다. 

 


<b>진 청</b>
진 청

왜 항상 이런 표정일까?

옥스포드대학교 5인방에서 중국계 여주인공(진 청)은 항상 화가 나 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눈을 위쪽으로 치켜뜨고 있고 입술은 불만사항이 있는 것처럼 뚱 하고 나와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그렇습니다. 드라마 상황과 맞으면 이해라도 하지만 드라마의 상황과 표정이 매치가 안됩니다. 남자주인공에게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없죠. 다소 뚱뚱한 남자주인공에게 화난 표정으로 "너 여자친구 없잖아" 라는 말을 당당하게 합니다.


남자주인공이 뚱뚱한 여자주인공에서 이런 말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맥락이 맞지 않습니다. 왜 저렇게 화가 나 있을까? 무엇이 그녀를 화가 나게 했을까? 마블스 메인주인공 브리 라슨이 턱을 치켜드는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장면과 매치가 되는게 중요한게 아니구나. 여자의 당당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게 중요하구나. 넷플릭스 삼체는 SF드라마가 아니구나. 각색한 제작진은 원작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까를 고민한게 아니라 원작에 '당당한 여성+PC주의'를 어떻게 녹여야 할까를 고민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말이죠. 원작 소설은 SF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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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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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vahara

    0
    12 days 전

    격하게 공감합니다.

    ㄴ 답글
  • rlaalsdbr

    0
    10 days 전

    중요한 요소만 잘 짚어주셨네요 공감합니다 특히 스창.. 원작에선 엄청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ㅡㅡ 1화 술집장면도 보자마자 이질감 들었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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