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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한 쪽에 괴물이 사는 영화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 - 더 그레이'

2024.04.26 | 조회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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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영화이야기

영화를 즐겨보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색다른 의견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영화 보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영화를 보는 작은 생각들을 존중합니다

 

 

 

연상호 감독은 천재입니다. 단언합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재능을 가진 사람 몇 없습니다. 웹툰 '지옥'라는 작품은 제가 주변사람들에게 한번 꼭 읽어보라며 추천하는 작품인데요. 기회가 된다면 꼭 보시기 바랍니다. 웹툰 '지옥'은 연상호 글, 최규석 그림 이었습니다. 글 파트에 연상호였습니다.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서로 부단한 상의를 거쳐 만들어지지만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각본가과 그걸 70~80컷으로 표현하는 연출은 명백히 구분되는 영역이죠.


연상호는 천재각본가입니다 '지옥'에서 보여준 각본가 연상호의 능력는 천재적이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인 한국 영화시장에서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연상호 감독을 따라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천재 각본가 연상호의 연출도전은 오래되었습니다. 연상호님의 연출작 중에서 독보적으로 성공한 작품이 있죠.


 부산행입니다. 천만영화이자 평론과 대중들의 호평을 모두 사로잡았고 해외팬들까지 만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후 영화 반도가 그랬고, 영화 염력이 그랬고, 영화 정이가 그랬고 넷플릭스 지옥이 그랬습니다. 평론과 관객, 모두의 선택을 얻지 못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시도는 계속 됩니다. 24. 4. 5일. 새로운 작품이 나왔습니다. 기대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마음을 비우고 봐야하는 걸까요? 연상호 감독의 또다른 연출작인 '기생수-그레이'가 넷플릭스에서 개봉했습니다. 

 

익숙한 한국상업영화

넷플릭스 드라마가 종종 가지는 특징이 있죠. '늘어진다' 입니다. 메인스토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력을 느끼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집중력을 떨어지고 만들고 키보드 화살표 -> 스킵버튼에 손이 가게 유혹합니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6부작입니다. 일반적 넷플릭스 드라마 회차보다 적으며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진행으로 보는 이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갑니다. 6부작을 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전형적인 한국 상업영화구나. 


앞서서 연상호 감독은 전형적인 한국영화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 가는 유능한 인물이라 소개해드렸습니다. 하지만 연출를 보면 익숙한 맛이 납니다. 한국영화에는 김도령 옆의 방자 라는 역할이 존재합니다. 심각하고 멋있는 주인공 옆에서 엉뚱한 모습으로 웃음기를 주며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존재로 한국상업영화에는 빠짐없이 등장하죠. 이 역할을 기생수 - 더 그레이 에선 이정현(극중 그레이 팀장)이 담당했습니다. 


이정현의 연기가 어색했다는 평은 방자역할을 감독이 부여한 것에서 기인합니다. 그래서 경찰청 형사들 앞에서 브리핑 할때 말투가 우스꽝스럽고, 나름 팀장인데 샷건들고 선두에 서서 기생수들과 싸우 모습이 오버스럽다는 평을 관객으로 하여금 가지게 합니다. 구교환과 극중 주인공인 정수인(기생수에 감염된 사람)의 진지한 심리상태를 이정현의 오버스러운 모습을 통해서 완화해 간다는 점에서 김도령 옆 방자 라고 볼 수 있죠. 문제는 감독이 부여한 방자역할이 이정현배우의 연기 논란으로 이어진다는 겁니다. 사실 이정현 배우의 연기력 문제가 아니라 감독이 지시한 연기디렉팅이 근본적인 원인인데 말이죠. 

 

 

앙꼬 없는 찐빵 

영화 도입부는 이런 나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지구에 있는 누군가는 생각했다.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든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겠는가"
1980년에 나온 원작 기생수가 많은 팬을 거느린 데에는 기생수 괴물 그림이 독특해서도 아니고 원작 주인공이 멋있어서도 아닙니다. 원작 기생수가 가진 철학적 고민과 기생수의 실존주의과 인간의 실존주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오는 갈등 그리고 '누가 더 인간스러운가'에 대한 반문이 독자들이 기생수가 빠지게 만드는 요인이었죠. 하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에는 없습니다.  


없을 수 있죠. 하나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창작영역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시도이며 넓은 예술세계를 만들어가는 씨앗입니다. 다만 철학적 문제의식이 없는 것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없습니다. 배우의 인상깊은 명연기도 없고, 감정 이입할 서사도 없고, 눈물을 흘릴 애틋한 장면도 없습니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무난합니다. 앙꼬 없는 찐빵이지만 찐빵이 달짝지근해서 먹을 만 경우가 있습니다.  그 뿐입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유쾌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영화의 역할입니다. 100억짜리 유치한 영화가 시장에서 흥행하는 것을 평론가들은 무시하지만 그것 때문에 소신있는 명작들이 10억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시장이란 것은 대중적인 상업영화에 소수의 명작이 업혀가는 구조입니다. 서사, 장면의 세심한 표현력을 떠나서 호쾌한 CG와 눈요깃거리를 제공했냐는 측면에서 볼때 기생수- 더 그레이가 어떤가 를 말한다면 물음표입니다. 연상호 감독이 상업영화를 의도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아이러니 합니다. 


영화 전반적인 연출은 '상업영화스러우나' 스토리의 방향성은 평점 높은 영화를 지향하고 있으니 말이죠.  마치 강릉을 가야하는데 부산행 티켓을 끊는 것도 비슷합니다. 감독은 '강릉을 가고 싶다' 입으로 말은 하지만 행동은 부산행을 가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상업영화와 소신있는 명작 사이에서의 경계에 걸쳐앉아서 자기만의 색깔을 못 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볼거리 측면에서 눈에 띄는 걸 살펴보면 상모돌리기 액션을 들 수 있는데요.

 

 

최악의 수 - 얼굴에 기생수 심기 

원작 기생수는 손에 기생하지만 연상호 감독의 기생수 - 더 그레이는 얼굴에 기생합니다. 연상호 감독이 얼굴로 옮긴건데요. 여기에서 2가지 불편함이 보는 이에게 다가갑니다. 첫째는 알아볼 수 없는 액션씬입니다. 주인공 전소미 배우는 액션스쿨에 갔을때 어떤 스킬을 연습해야 하는지 선생님도 몰라서 당황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기생수를 얼굴에 심어놓고 싸우는 장면을 찍을려니 고개를 360도 뱅글뱅글 돌리는 상모돌리기액션밖에 할 수 없는 것이죠. 더군다나 주인공 얼굴표정을 통해서 이 싸움을 쉽게 이기고 있는지, 힘에 벅찬 어려운 싸움인지 짐작하게 하는데 얼굴을 계속 돌려대니 관객은 어떤 스토리를 가진 액션인지 모르니 몰입 자체를 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기생수의 개성입니다. 원작은 오른손에 기생수가 있으니 주인공 얼굴에 손을 가져다 마주보면서 서로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원작 주인공 신이치와 기생수의 대립을 통해서 기생수의 캐릭터가 확연히 표현될 수 있었죠. 하지만 기생수 -더 그레이에선 오른쪽 절반얼굴이 기생수이다 보니 서로 마주 볼수 없습니다. 기생수와 숙주의 대화가 어렵습니다. 결국 노트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주인공이 잘때 노트에 글씨를 쓰고 주인공이 깨어나면 노트에 남겨진 내용을 읽는 형식으로 교류를 하게 되지만 실시간으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과는 생동감이 떨어지죠. 

 

최악의 최악의 수가 배우의 얼굴에다 기생수를 옮겨 심어 놓은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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