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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뮤지컬 작품들은 남자 주인공을 타이틀롤로 내세우거나 주연으로 세우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점차적으로 여성 주인공을 타이틀롤로 내세우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는데요. 그런 뮤지컬을 '여성 서사 뮤지컬'이라고 부르더라고요. 많은 여성 서사 뮤지컬이 있지만, 오늘 살펴볼 작품들은 단순히 여성 서사뿐 아니라 여자도 남자도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보았어요.
그렇다면, 오늘은 리프라이즈가 선정한
뮤지컬 5개를 살펴볼까요?
1. 뮤지컬 <레드북>
극작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연출 | 박소영 (2017, 2018 오경택)
편곡, 음악감독 | 양주인
내가 나라는 이유로 지워지고
나라는 이유로 사라지는
티없이 맑은 시대에 새까만 얼룩을 남겨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리프라이즈는 여성 서사 뮤지컬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레드북'이 떠올라요. 아무래도 대극장 창작 뮤지컬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구독자님은 어떠신가요? 이 작품은 창작뮤지컬인 만큼 대극장에서 정식 공연이 올려지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는데요.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작년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 작품이 올려지기까지 끊임없는 수정과 발전을 거치면서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어요. 뮤지컬 <레드북>은 여성이 자기 삶의 자기 결정권을 갖지 못했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거침없이 '19금' 소설을 쓰며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안나의 이야기예요.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뿐 아니라 보수적인 신사 브라운과의 로맨스, 그리고 여장남자 로렐라이를 비롯해 각자의 아픔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 문학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단순히 여성 서사 뮤지컬이라고 단정 짓기보다는 어떤 개성과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던 인간이라도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부조리한 사회와 남성 권력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안나의 모습 또한 관전 포인트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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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뮤지컬 <메리 셸리>
연출 | 오루피나
작, 작사 | 박해림
작곡 | 이성준
저 밖에는 나를 향한 사람들의 끝이 없는 손가락질
저주받은 여자의 딸 비극이란 내 운명
그래도 저기 너머 어딘가 내가 두드리면
누군가 대답해줄 어딘가 있을 거라 믿고 싶어
그때까지 내 슬픔과 후회를 새겨
1818년 출간된 최초의 SF 소설이자 고전 필독서인 '프랑켄슈타인'의 저자 메리 셸리의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이에요. 제4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수상작이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작곡가 이성준이 작곡을 해 화제를 모았어요.
뮤지컬 <메리 셸리>는 작가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집필하는 과정과 어쩔 줄 모르겠는 가난, 고독 등으로 힘겨운 개인사를 영위하며 내면에서 꿈틀대는 괴물을 느끼는 순간들을 교차시키고 있어요. 누구나 약자가 될 수 있는 사회,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붙이며 괴물들을 양산하는 지독한 괴물들의 세상에서 여성인 메리 셸리가 창작자로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꿈과 자신의 문학 세계를 펼쳐가는지 주목하고 있죠.
극은 메리 셸리가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소설을 익명 또는 그녀의 남편 이름으로 출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또한 그녀뿐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들이 마주하고 있는 두려움이 무엇인지를 그리며, 모든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두려움을 어떻게 직면해 나가는지에 대해 그리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메리 셸리가 타이틀롤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으로 분량이 많지는 않은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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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대본, 작사, 음악 | 마이클 존 라키우사
연출 | 연태흠
음악 | 김성수
밧줄 감고 살았네 엄격한 규칙 속에서
그 어느 날 안토니오 새 남편
안토니오 그 아빠 안토니오 그 늑대
갑자기 죽었지. 그렇게 안토니오의 집은
이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되었다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 겸 극작가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에요.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대본, 작사, 음악을 맡아 뮤지컬로 재탄생되었어요. 이 작품은 다른 작품들과 다른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10명의 여성 배우들만 출연한다는 거예요! 인물들의 절제된 에너지를 스페인 플라멩코의 강렬함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당시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4관왕을 차지했어요.
공연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베르나르다 알바와 미묘하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그녀에게 맞서는 다섯 명의 딸. 그리고 베르나르다의 노모 마리아 호세파, 베르나르다 일가에 대한 적절한 관찰과 간섭으로 긴장감을 부여하는 하녀와 동네 사람들은 관객이 극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요.
2021년 공연이 동년 4월 28일에 공연 실황으로 CGV에서 단독 개봉되었는데요. 최초로 드론 촬영을 했다고 해요. 지금 네이버 시리즈 온에서 2,500원으로 보실 수 있어요! 공연실황 영상 보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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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뮤지컬 <마리 퀴리>
작,작사 | 천세은
작곡 | 최종윤
연출 | 김태형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에 온 맘이 들끓어
이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한 진리
내 안을 온통 타오르게 해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마리 스클로도프스카 퀴리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에요. 마리 퀴리의 일대기에 라듐시계 공장 노동자 안느 코발스키의 이야기를 더한 팩션(Faction) 뮤지컬이에요. 마리 퀴리의 대표적인 업적은 라듐 발견인데요. 그녀의 남편이자 동반자인 피에르 퀴리와 라듐의 산업화로 그 유해성에 무방비로 노출된 직공들을 일컫는 '라듐 걸스'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있어요. 즉 그녀의 업적뿐 아니라 그것이 초래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동시에 다루고 있어요. 그리고 좌절에 맞서는 인간의 숭고한 용기와 삶의 가치를 그리고 있답니다.
뮤지컬 제작자들 사이에서 쉽게 시도하지 못하거나, 꺼려 하는 게 있는 데, 바로 "여자 주인공"과 "창작뮤지컬"이라고 해요. 그런데 뮤지컬 <마리 퀴리>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서도 흥행에 성공했죠. 그래서 남성 서사와 라이선스 중심 공연 시장에 새바람불러일으켰다는 긍정적인 평을 받았어요. 대극장 뮤지컬 주연으로만 무대에 섰던 배우 옥주현도 마리 퀴리 초연 공연을 본 뒤 작품에 매료돼 적극적으로 재연 출연 의사를 표명했다고 하죠.
출연배우와 창작진들은 '포스트 여성 서사', 즉 여성 서사 그 너머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해요.
'여성 서사 뮤지컬'이라는 표현은 여성 중심의 이야기를 여성의 성장 이야기 또는 여성의 성공담으로 치부해 버려 캐릭터와 작품의 한계를 그어버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마리 퀴리 창작진은 단순히 열악한 환경에서 여성이 성공하거나 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자체의 이야기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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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뮤지컬 <리지>
작곡 | Steven Cheslik-DeMeyer, Alan Stevens Hewitt
작사 | Steven Cheslik-DeMeyer, Tim Maner
연출 | 김태형
음악감독 | 양주인
Somebody 누가 사고 쳐
Somebody 집어 들었어
Somebody 이제 내려쳐
Somebody Will Die
1892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주에서 일어난 리지 보든 사건(Lizzie Borden Case)을 바탕으로 한 라이센스 락 뮤지컬이에요. 리지 보든 사건에 대해 잠시 알아볼까요? 리지 보든 사건은 리지 보든의 아버지인 앤드류 보든이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 사건인데요. 현장을 처음 목격한 리지는 누군가가 집에 침입해 아버지를 죽였다고 주장했고, 뒤이어 놀란 이웃집 사람들과 경찰이 왔다고 해요. 그 후 리지는 주변 사람들한테 새어머니인 애비 보든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그녀 또한 이미 사망한 후였다고 해요. 그런데 리지가 사건 발생 며칠 전 마을 약국에서 청산가리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재판에 기소되었다고 해요. 하지만 수많은 의문점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리지는 무죄로 석방되었고, 미제 사건으로 남게 돼요.
리지 보든 사건은 100여 년간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어 책, 연극,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었어요. 뮤지컬 <리지>는 1990년 4곡의 실험곡으로 시작해 20년간 작품 개발을 진행했다고 해요. 그 결과 2009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호평을 이끌어냈다고 해요. 2020년 4월 한국 초연이 진행되었고, 이번 연도에 재연이 상연될 예정이에요.
이 작품은 실제 사건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누가 범인지 찾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아요. 처음부터 진범을 명확하게 드러내면서 이 끔찍한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그 배경과 구조에 집중하고 있어요. 앙상블 없어 오직 여성 배우 4명으로만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강렬한 록 콘서트가 펼쳐져요. 넘버와 대사 곳곳에는 여성을 향한 폭력과 차별에 맞서 싸우는 상징과 비유가 가득 담겨 있어요. 특히 '도끼'는 살인 도구이면서 동시에 여성을 옥죄는 낡은 관습과 사회를 끊어내는 저항의 도구로 활용돼요.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여자들이 남자에게 맞설 수 없었는데요. 더욱이 친부에게는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했었다고 해요. 억압되었던 여성들은 대반란을 모의했고, 이 과정에서 웅장하고 경쾌한 록 음악과 화려한 퍼포머스가 진행되어 억눌렸던 시대적 관습을 깨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고 해요. 배우들이 입는 의상의 변화에도 이러한 변화가 녹아 있는데요. 처음에는 중세풍 드레스를 입었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몸에 밀착되는 짧고 강렬한 의상으로 갈아입어요. 표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자유와 가부장적인 사회에 반항하는 그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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