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포구비둘기🕊️입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지난주 이후로 저는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는데 몇 일 걸렸어요. 버릇처럼 정치 기사를 켜서 보고는 하지만 제가 살면서 속보로 그런 단어를 볼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이제는 많이 가라 앉혔지만 날마다 쏟아지는 기사 속에 그 단어 자체가 우리 사회에 둔감해지는 날이 올까 하는 두려움은 아직 남아있네요. 무튼 저는 새로 시작한 일도 적응해야 하는데 이렇게 큰 뉴스를 접해서 진짜 정신 쏙 빠져 있던 한 주였습니다.
요즘 정신이 너무 없을 때면 책을 조금씩 펼쳐보려고 하는데요. 책을 펼 때마다 조금은 차분해지는 덕분에 불안한 마음이 가라 앉더라구요. 지난 번 편지에서 책을 읽는 습관을 다시 들이고 싶다고 했는데 이렇게 들이게 될줄은 몰랐네요. 그래서 이번 편지는 서점에서 떠오른 생각들을 한 번 적어봤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큰 울림은 기대하지 마시고 가볍게 봐주세요 : )
🎼 너는 나의 문학 - 박소은
“너는 어느 얼굴 없는
소설가의 문학 첫 문장”
가끔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 시간이 뜨면 읽지도 않을 책을 구경하러 서점을 서성거리는 습관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고 싶은데 쉴 때는 또 읽기 싫어 밍기적거리니 시간이 빌 때라도 한 자라도 보라는 스스로에게 내리는 최면이 아닐까 싶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한 어느 날 역시 그랬다. 다양한 저서들 사이에 매대 한 칸을 장식한 소설 책과 함께 띠지가 눈에 띄었는데, 작가의 앳돼 보이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저자의 나이를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90년대생이었다.
🎤 이카루스 - 자우림
“난 내가 어른이 되면 빛나는 별들과 같이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줄 알았고”
나를 포함한 MZ세대는 어른들에게는 아직 다 자라지 못한 미지의 무언가다. 나 역시 스스로를 다 자라지 못한 무언가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기에 그 인식을 크게 부정하지 않았다. 그 책을 제대로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와 비슷한 시간을 살아온 작가가 삶의 순간에서 발견한 생각들, 깨달음들, 그리고 그 것들을 글로 옮겨내기 위한 노력들이 느껴졌다.
책을 덮고 나자 이 저자의 삶이 이토록 깊게 익어가는 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공허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흘러가는 내 삶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 보냈다는 죄책감도 든다. 나에게도 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을텐데...
🎤 부끄럽다 - 윤지영
“부끄럽네 우리가 했던 모든 말이
부끄럽네 너에게 말한 내 모든 꿈이”
여러 번의 글을 읽고 쓰는 직업을 거쳐가는 동안 체득한 기술때문에 종종 '글을 잘 쓴다'는 얘기를 듣기는 한다. 그러나 그 때마다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 단지 잘 포장된 단어들로 적당히 엮어낸 문장들로 그런 말을 듣기에는 내 글들은 초라하기 그지 없다.
그리고 서점을 나오며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글을 잘 쓰시네요'라는 칭찬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래본다.
🎤 자화상 - 강하늘
“너는 어디서 너는 멀리서
날 또 찾아 돌아왔나”
구독자님, 오늘의 큐레이션은 어떠셨나요?
오늘의 큐레이션이 어떠셨는지 아래 버튼을 통해 알려주세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