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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도 괜찮아, 여행이니까

2025.05.07 | 조회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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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현

그대에게 조심스레 레터를 건넵니다.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우리는 대충 짐을 던져놓고 차에 올랐다. 목적지는 보령. 계획? 그런 거 없다. 차 타고 가는 중간에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면 그만. 그게 우리의 여행 방식이었다.

“휴게소 들러서 뭐 먹을까?” 그의 질문에 나는 망설임 없이 외쳤다. “맛있는 거! 그리고 간식도!” 짱구처럼 신난 내 모습에 그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도착하면 맥주도 한잔할 거잖아.” 우린 이미 들떠 있었다.

휴게소에서 치즈라면과 우동을 시켰다. 평소엔 잘 안 먹는 라면인데, 그날은 파향이 은은하고 치즈가 녹아내려 감칠맛이 폭발했다. 우린 대단한 미식가처럼 감탄하며 먹었다.

“간식도 하나 먹자.” 나는 바삭한 회오리 감자를, 그는 맥반석 오징어를 집었다. 내 감자는 바삭하고 짭조름해서 손이 자꾸 갔고, 그의 오징어는… 비싸기만 하고 그냥 그랬다. “이 돈이면 두 개는 먹겠네.” 나의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여행에서는 맛없는 음식도 추억이 된다.

숙소는 미리 정하지 않았다. “그냥 눈에 띄는 데서 자자.” 결국 도착한 곳은 무인 숙소. 멀리서 보면 공포 영화 세트장 같았지만, 가까이 가니 의외로 깔끔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개조한 방, 각 방마다 주차 공간이 딸려 있어 아늑했다.

짐을 풀자마자 맥주를 땄다. “비 온대. 등산은 또 취소인가?” 비 때문에 취소된 등산만 벌써 수십 번. 하지만 우리는 무심히 웃었다. 계획대로 되는 여행은 오히려 더 낯설다.

새벽, 타닥타닥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오, 감성 터지는 소리.” 나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중얼거렸고, 그는 커튼을 열어 회색 하늘을 바라봤다. 여행에서 듣는 빗소리는 이상하게도 좋다.

“그럼 오늘은 어디 가지?” “아무 데나.” 우리는 늘 그렇듯 즉흥으로 검색했다.

비 오는 날엔 따뜻한 카페가 최고다.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음악처럼 들었다. “여행이라는 게 원래 이런 거 아니야?” “계획은 흐트러지고, 그게 더 재미있지.”

그렇게 우리는 길을 잃어도 웃었고, 미간 찡그러지는 음식도 추억으로 남겼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길을 걷고, 비 오는 날의 빗소리조차 안심이 됐다.

여행은 늘 예상과 다르다. 그러나 그 예상 밖에서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비로 인하여 전부 틀어져버린 여행 첫날 우리는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 비 오는 날, 우리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 이야기.
  • 예상치 못한 하루가 주는 즐거움.
  • 즉흥으로 찾아낸 명소에서의 작은 행복.

다음 여행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

✉️ 혹시 여행 중 떠오른 당신만의 소소한 행복이 있다면, 답장으로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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