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재
오늘 y와 감정의 밑바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잠깐 핀트가 안맞는 부분이 있어 홀로 회고를 해보았다. 그 아이는 경험한 감정의 밑바닥을 갓난아기에 비유하며 다듬은 표현보다는 배설에 가깝다는 이야기와 추가적으로 회피에 대한 얘기를 했다. 나홀로 새벽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녀와 대화의 주제는 같았지만 다른 경험을 했구나 라는 결론이 나왔다.
나는 방어기재가 있다. 내가 감정에 폭주하거나, 이성을 잃을만한 상황이 오면 오히려 너무나도 침착해지고 냉정해져버린다. 어렸을적부터 봐왔던 아버지의 행동은 ‘나는 저런 사람으로 살고싶지 않아, 저렇게 감정에 무너져 눈이 멀어 소중한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 라는 어릴적 생각이 나의 무의식적인 방어를 만들어냈고 전에 만났던 애인의 충격적인 행동은 내 생각에 못을 박았다.
나는 감정이 파도처럼 올때는 스스로 두려움이 생겨 안전장치가 발동을 한다. 내가 알지못하는 폭력적인 성향이나, 성욕이 지금보다 다른 식으로 배출을 하거나, 그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 두렵고 마주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스스로의 통제를 벗어나는 일을 경험해보지 않았지만 주변인으로의 경험이 경각심을 충분히 줬다. 그러다보니 내가 감정으로나, 정신적으로 상태가 안좋은 상황이 오더라도 순식간에 이성적인 상태를 찾을수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방어기재가 나의 밑바닥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y와의 대화구조가 처음부터 달랐다 라는걸 이제서야 알아차렸다. 어머니와 나는 감정의 끝에 내몰렸을땐, 화산같이 폭발하는 방법이 아닌 북해의 빙하같이 절대냉정으로 얼려버리는 식이 해소의 방법이고 이것이 왜 y와 내가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얘기했음을 깨닫게 됐다. 내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다듬게해준 y와의 대화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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