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S는 나와 많은 고민과, 다양한 얘기를 나눈것보다는, 서로 필요할때 찾는 비즈니스적인 관계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연락의 빈도도 빈도지만 어떠한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적 단 한번도 s가 생각난적이 없기에 내 작은 발톱보다 평소에 신경을 안쓰는 지인 중 한명이다(물론 내 기준)
그런데, 오늘 여행 가기 전, 전날 함께 술을 너무 많이 마신게 걱정된다고 찾아 오기도하고, 즉흥으로 여행을 갈거라는 얘기를 듣고선 가까운 서점에서 내게 가벼운 책을 사주는데, 그런 행동 자체가 나에겐 절대 일반 친구사이에서 나올수 없는 행위라 머릿속에선 경보오류가 뜬 컴퓨터마냥, 갑자기 제동이 걸려버렸다. 어라? 지금 이게 무슨 행동이지? 라는 생각으로 짧은 찰나에 무수히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연산됐다. 설마? 혹시?
나는 사람을 타인보다 굉장히 오래오래 바라보며, 신뢰를 가지는데도 무수히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은 누군가에게 관심 가지는것보다 나를 다독이며 감정을 추스리는데 정신없기에, 저 의심스러운 행동들이 그저 상냥한 사람의 행동이었으면.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뿐이었으면, 이라는 생각뿐이다. 내 의심이 틀렸길 바라며 이런 생각을 하는것 자체가 스스로가 달라진거 같아 슬프기도 하다.
아침
오늘 아침, 옆집에서 들려오는 행복한 소리에 잠을 깻다. 날이 풀렸기에, 창문을 열고 잠자기 시작했는데, 옆집 어머니가 갓난아기와 장난을 치는 행복한 소리, 아기의 꺅꺅거리는 기분좋은 울음소리가 내방까지 밀려 들어왔다. 요즘 잿빛같은 일상을 보내느라, 미소를 지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따뜻한 아침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
바람
변산반도에서 마주친 그녀는, 첫만남에 보자마자 내가 눈을 피했다. Y와 비슷한 체형, 평상시 그녀가 자주 입는 옷 스타일, 그녀처럼 입가에서 보이는 여러 감정들을 보곤 반사적으로 나는 내 시선을 차단 시켜버렸다.
그 후 공유주방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겹쳤버렸지만, 이 여행을 혼돈으로 이끌고 싶지 않아 입을 그 어느때보다 무겁게하고 숨소리조차 조심하며 상대방에게 침묵의 시간을 무언의 메세지로 요구하였다.
그럼에도 내가 피하고 싶다해서, 인연은 피할수 없는건지 그녀가 먼저 인사해왔다. 나는 쾌활한척, 아무렇지 않은척 이야기를 받으며 정보를 수집해갔고, 들으면 들을수록 “아…” 라는 탄식만을 내뱉었다.
그림을 그린댄다. 그리고 글도 쓴댄다. 나이도 98년생에다가, 식물을 좋아한다고 하는 말을듣고는, 그때부터 사실 내 머릿속의 영혼은 다른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앞에서 그 사람이 어떤 말을 계속 하는데, 이미 나는 내 피가 식어가는게 느껴졌으며 언제나처럼 집중을 하기위해 딴곳을 쳐다보았다. 집중의 대상은 대화가 아닌, y의 기억이 가지고온 감정의 파도였으며 예상치 못한 젖음에 무기력한 밤을 지새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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