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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6 | 조회 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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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마세요

남을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쓰고싶습니다. 더 나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기록중. 책 집필로 인해 잠시 중단

회고록

 어릴때 우리집안은 유난히 엄한 편이었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때부터 매를 드셨고, 화를 내실줄만 아셨지, 반창고를 붙이는건 늘 어머니셨기에 나는 아버지를 존경보다는 두려움으로 어릴적을 보냈다. 그래서 스스럼없이 지내던 막내삼촌집은 내 동경의 대상이었고, 여름방학마다 항상 삼촌집에 보내달라고 우겨대던 기억이난다.

 지금에서야 우리집은 웃음이 마를일이 없지만, 아버지가 정정하시던때는, 퇴근시간만 되면 긴장의 연속이었다. 아버지가 회사서 집으로 돌아오시면 누나들이나 나나 방에서 잘 나오려 하지않았고, 그 결과는 가족끼리의 소통단절로 이어졌다. 집안의 대소사는 가족들과 상의없이 아버지의 결정으로 모두 이어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족들은 한 자리에 모이는것을 껄끄러워하고 식사를 따로따로 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무관심으로 바꿔줬고 호랑이같던 아버지는 점점 힘이 빠지고 헛기침이 많아졌으며 내가 체격이 커질수록 아버지의 머리는 점점 하얗게 변해가셨다. 점점 아버지가 무섭지가 않았으며 마주치면 불편한 이웃사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 상황 모든게 아버지의 잘못같았다. 

 아버지가 떠난지 5년이 지났다. 아버지와 술을 마셔본적도, 담배를 태워본적도 없고 속깊은 이야기를 나눠본적이 없다. 남들처럼 고민 상담을 해본적도 없고 인생의 중대사에 조언을 해주시지도 않았다. 그렇게 원망스러웠던 아버지가 아주 조금 이해가 간것은, 일을 시작하고 난 후다. 주말에 가족들과 놀러가기 보다는 매번 이불을 머리 끝까지 가리고 주무시던 노곤함이, 가족들을 데리고 외식을 하며 본인은 고기만 묵묵히 구우시던 모습이, 정년퇴직을 바라보며 점점 생기를 잃어가시며 방 안에서만 지내시던 그 순간들이 일을 하면서 가장으로써 가져야 했던 책임감이나, 사회생활을 하며 찾아오는 고단함을 스스로 혼자 짊어져야하는 사명감이 아버지를 옥죄어온거 아닌가, 어느순간 어깨가 작아보이고 가족들에게 더이상 화를 내시지 않으신거는 그 모든 힘을 다 소비해서인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우리 가족은, 모이기만 하면 집안이 떠나가라 웃으며 함께 식사를 꼭 한다. 서로의 고민이나 근황을 공유하고, 대소사에 함께 결정을 내리기위해 의견을 얘기한다. 아버지가 조금만 내려놓으셨다면, 그리고 내가 조금만 더 빨리 컸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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