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면 바닷속안은 침전물들이 튀어올라 시야를 방해한다. 내가 정확하게 어딜 헤엄치고 있는지, 무엇이 내 앞에 있는지도 모른채 흐린 수중을 뚫고 앞으로 나아간다.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면 언제 그랬냐듯이 부유하던 모래와 먼지들은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고 점차 청색의 바다가 자신의 모습을 다시 갖추기 시작한다.
내 앞을 가리던 많은 생각과 감정들이 천천히 진정되고 비로써 탁트인 바다를 보니, 남아있는 속감정들은 단 두가지라는걸 알수 있었다. 그렇게 상처를 주고받고, 누군가 소릴지르건 의미가 없나보다. 그저 미안함과 걱정스러움만이 커다란 빙산처럼 내 바다를 군림하고 있고 이게 진짜 내 마음이야, 라는걸 알려주는듯 하다.
그 아이의 새벽 문자에 깜짝놀라 뜬눈으로 잠을 보냈다. 처음에 괜찮다는 말을 듣곤 안심했지만 그 말을 습관적으로 하던 아이였던게 떠올라 안좋은 생각이 자석처럼 하나둘씩 붙어 점점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