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기2

떠나갈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떠나는 사람은 새로운 물결이 휘몰아치는것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가득하고 남는 사람은 빈 자리가 헛헛하겠지만 평소처럼 살아가 또다른 얼굴들이 끊어진 다리를 이어줄거다.

 내년 10월, 주재원 재계약때 나는 갱신하지 않을거고 방송계를 떠나야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주변이들에게는 시력보호를 이유로 들며 이유를 피하지만 나의 작은 목표들이 하나하나 쌓이다보니 어느새 내가 바라보는 방향에 작게 빛나는 별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내 경력을 아쉬워할수도, 걱정할수도 있는 판단이란건 잘 알고있다. 내 판단이 잘못된것일수도 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적을때 시도하고 싶은것이지, 잃을것들이 많을때 바닥으로 고꾸라지면 그때는 나혼자만의 문제가 아닌것이다. 그리고, 언제든 돌아올수 있는 방송계라는 보험을 확실하게 들지 않았던가? 6월부터 눈길하나 다른곳으로 두지 않고 착실히 일을 하다보니, 내부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는게 은연중에 느껴졌고, 여럿 동료들과 나만의 도토리굴에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 종종 생기더니 어느새 동료와 직장은 믿을만한 내 작은 뒷배로 성장해 있었다.

 나는 겁쟁이라 미지의 영역에 발을 뻗는것이 두렵다. 허나 타고나기를 모험가로 태어난듯하며 이게 내 길이란것은 그 어느 선택보다 명확히 느껴진다.

 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설날에 잠깐 한국에 들어온다. 그 후 많은 일본인들이 추천해준 교토를 들르는데, 마주치는 이들의 분주한 발걸음과 표정을 구경하며 나의 또다른 인생의 막을 한없이 구성해가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