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몽

2025.09.10 | 조회 19 |
R2치료기의 프로필 이미지

R2치료기

No room

수영을 마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k부장님을 만나러간다. 나의 첫 사회생활 길을 닦아주시고 어리석은 짓을 하더라도 꼭잡은 두손을 놓지 않으셨던분. 주재원으로 생각이 많아져 한참 사회선배의 조언을 듣고 간만에 얘기라도 나눌겸 함께 자주 방문했었던 여의도 횟집을 찾는다.

 목재 닷지 테이블에 앉아, 서로 상기된 목소리로 각자의 안부와 근황을 나누었다. 5년전 처음 봤던 모습보다 많은 책임과 무거움으로 머리에 하얀 눈이 듬성듬성 내려 앉았지만 열정어린 눈을 쳐다보면 아직은 거뜬하신가 보다. 나는 한 박자를 쉬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현재 인사와 감사쪽에서 몸을 담고 있는 분이기에, 주재원에 대해 내가 모르는 방향과 다방면을 잘 파악하고 계실거 같았다. 그의 진지한 조언은 이러했다. 노리고 있는 업무적 목표가 있다면 절대 가지 말라, 하지만 그것보다 새로운 삶과 환경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꼭 한번 도전해보라는게 부장님의 진심어린 충고였다. 아무래도 주재원이란게 인사평가에서 밀려난 위치다보니 몇년간의 공백이 꽤나 뼈아픈 조건이라 턱을 매만지며 아린 현실적인 문제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부장님은 내게 물었다. 요즘 만나는 사람 없냐고, 결혼에 대하여 생각이 없다면 좀 더 선택에서 자유롭지 않겠냐는 말에 요즘 느끼고 있던걸 훌훌 털어버렸다. 이전에는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생각으로 모든 행동과 결정에 큰 제약을 걸었었다고. 먹는거부터 작은 결제까지 전부. 하지만 이제는, 책임에서 자유롭다 보니 주재원이란 선택도 큰 고민없이 자유로운 바람의 흐름마냥 고른 선택이란걸. 그렇기에 이토록 마음편한 시점에 누군가 마음에 들어온다면 모든게 허망해질거 같으니 속편하게 모든걸 다 끝내야만 이성이든 관계든 생각해볼 여유가 생길거같다고 털어놨다.

 뭐, 글이라는게 내 관심사를 표현하나보다. 사랑을 할때는 그 당시의 작은 솜털같은 감정도 하나하나 파악하려 하였고, 이별이란 검푸른 감정에선 썩어나는 부위를 도려냐며 중심을 잡고자 노력했다. 지금 내 최신 글들을 보니, 오직 주재원이란 단어에 꽂혀있다. 새로운 세상을 볼 준비에 한참 정신이 팔렸나보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R2치료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 2025 R2치료기

No ro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