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여행+1

늦은 여름휴가를 시작했다. 힘이 넘쳐나는 발은 역사지구를 마구 휘저으며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건물부터 사람들, 식물과 땅을 훑느라 어지러울 지경이고 가끔 현지인들과의 눈인사로 입꼬리는 얼굴근육을 당겨주느라 쉼없이 바쁘다.

아테네는 일반 수도 도시들의 회색빛이 아닌 아이보리의 색들로 수놓아져 있고 길위에서 들리는 낯선 억양과 글자들은 다른 세계로 왔으니 풀어지지 말고 긴장좀 하라며 나를 꼬집어주는 경계알람 역할을 해준다. 아테네의 작은 둔덕을 쳐다보면 고대의 신전 아크로폴리스가 보이는데 그럼 나는 물만난 리트리버마냥 쫑쫑 다가가, 옛 역사속의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멋지고 무거운걸 인간의 힘으로 세웠을까 골똘히 관찰하며 폴짝폴짝 즐거운 발걸음으로 도시를 뛰어다닌다.

 햇볕은 따가울 정도로 강력하지만 건조한 미풍은 그늘에서 금새 회복할 여유를 준다. 길위에서 지인을 우연히 만나도 쉽게 상대를 놓아주지 않고 진지한 토론과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관찰하다 보면 그 모습이 웃겨 방긋방긋 절로 웃음과 미소가 터져 나오는곳이 여기 아테네다. 그들이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글자마저 꼬불꼬불한 낙서같아 모든것이 나의 해석으로 보이는 세상이지만 길위에서 만나는 이들의 태도로 보아 여기가 얼마나 여유넘치는 국가인지 알겠다.

 내일은 D가 추천해준 암석집으로 향한다. 조용한 집과 섬에서 하루종일 수영하고, 낮잠자다 현지 마트에서 식자재를 쇼핑하는게 주요 필수 스케줄이다! 그리고 초록빛 섬에서 와이셔츠를 풀어헤치고 고양이마냥 이곳저곳 출몰하는것! 내일도 호기심 넘치는 하루를 살며 햇빛을 가르고 돌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