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동생과 N이 연구실에서 퇴근 후 마주치는 시간과 딱 맞아 떨어진다. 부쩍 셋이서 시청역에서 만나는 일이 잦아졌고 덕수궁 돌담 우거진 나무의 밑을 산보하며 갈림길이 나올때까지 수다를 나누다 그제서야 안녕을 고하고 각자의 밤을 보낸다.
집앞을 찾아오고, 거늘이며, 대화가 끊이지 않게 가끔 불필요한 대화 주제를 꺼내고, 불편한 무언가를 호소하면 허둥지둥 부산스러워지며 해결해주려는 모습. 어떤 이야기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며 미소를 잃지 않는것까지. 턱까지 차오른 N의 감정이 쉬이 보이지도 않고 저 행동들이 내 모습들과 오버랩되어 여러 감정이 찰흙마냥 뒤섞인다.
나의 보이지 않는 눈이 나를 질책하며 매섭게 노려본다. 이미 만년설같은 거대한 존재가 감정의 중심에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다가오는 저 호의와 감정을 어떻게 할거냐 라는 식으로 보채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한다. 밀지도, 당기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나를 뒤흔들고 싶나보다. 드러난 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공백을 채울만한 용기를 나는 갖고있지 않으니 받아줄 자신과 여유가 없다는걸 알고있다. 못본척 순간의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곁에 사람을 둔다면 나를 바로 서게하는 저 눈이 언젠가 흐려져 나자신을 잃는다는것을 잘 알고있다.
애도의 기간이 얼마나 갈지,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저 확실한건 불명확한 기간이 끝날때까지 비교의 주체는 명확하고 N은 나. 나는 너가 됐다. 받아주지 못하는 마음과 감정이 무엇인지, 그동안의 고민과 서러움들을 이제야 알겠다.
당분간 나는 텅빈채로 모른척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