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를 가기 위해선 부산에서 입항하는 방법밖에 없다. 주말 이른 아침이 되자마자 서울역으로 부지런히 움직였고 커다란 배낭을 들고 몸을 기차에 싣는다.
혼자하는것이 익숙해지기 위해 생각만 하던 백팩킹을 준비했고 커다란 부피의 가방으로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모습이 영 멋이 안난다. 대마도 초록의 산길을 지나갈때는 습한 흙냄새가 땅에서부터 안개처럼 올라오고 가끔 등산하는 사람들을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나 인사로 좁은 길을 비켜드리고 낯선이들과 옷깃을 스쳐간다.
어느새 상처는 무뎌지고 삶에 집중도가 높아졌다. 몇주전만 해도 기억에 야금야금 먹히기 직전이었는데 이제는 작은 사마귀 정도로 느껴질 정도. 큰일을 이루지 않아도 만족스럽고 하루하루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게 가장 중요하고 재미있게 보내면 그게 전부 아니겠는가?
가끔 그 아이의 대한 기억과 추억이 공간에 겹쳐져 떠오를때는 있는 그대로 기억하고 들끓던 마음이 사그라들때까지 더이상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는다. 내가 본 사람중에 가장 멋지고 따뜻했지만, 세상엔 그 아이만큼 각자의 개성이 밝게 빛나고 있으니 또 좋은 사람을 만날수 있다는것. 그리고 나도 그만한 가치있는 사람이니 너무 인연에 연연하지 않는것. 받아들이고 또 받아들인다.
백패킹은 이래서 좋은거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상념들이 발바닥을 통해 흙으로 버려지고 건강한 육체와 마음만이 남는것. 다른것을 의식하지 않고 좋아하는 미지의 장소에서 텐트를 피고 간단한 스낵을 먹으며 초록의 다양성에 감탄하는것, 이게 나의 휴식이자 마음의 쌓인 독을 푸는 방법이다
삶에 힘이 좀 빠진거같아 여유라는 바람이 속에서 맴돌기 시작한다. 안되는 부분엔 얽매이지 않고 축축한 흙에 부정을 흘려 보냄으로 흐름은 결국 내가 원하는 기분과 태도에 도달하게 해준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