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디저트 시장의 주인공은 단연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입니다.
피스타치오의 고소함과 카다이프의 바삭함이 만난 이 낯선 조합이 한 번 붐을 일으키자,
모든 카페가 이 메뉴를 내놓느라 바빠졌죠.

유행이란 이토록 강력합니다.
시장의 판도를 단숨에 바꿔버리고, 우리의 입맛마저 정의해 버리니까요.
가구 시장 역시 이 거대한 파도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지난 20년간 제가 현장에서 지켜본 유행의 흐름은 늘 숨 가빴습니다.
북유럽의 따스함을 강조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이 온 집안을 화이트와 우드로 물들였던 때가 있었고, 차가운 금속과 원색이 대비를 이루는 미드센츄리 모던이 거실을 점령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뒤섞여 나타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정보는 넘쳐납니다. 유튜브나 SNS를 켜면 인플루언서들의 멋진 집이 쏟아집니다. 원하는 인테리어의 정답을 찾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죠. 하지만 제가 우려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정보 습득이 쉬워진 만큼, 정작 나에게 맞는 질문을 던지고 깊게 고민할 시간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인플루언서들의 집은 분명 아름답고 혹할 만큼 멋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화려한 사진 앞에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합니다.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가 정말 나의 취향과 맞닿아 있나요?"
1. 서로 다른 두 갈래의 지향점,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
가구를 고를 때 트렌드를 따르지 않으면 이상해 보일까 걱정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생각하는 가구 디자인의 서로 다른 두 지향점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건 어느 쪽이 우월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이 시작되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자, 이제 우리의 집을 떠올려 봅시다.
불특정 다수를 만족시켜야 하는 상업 공간이라면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리스크가 적습니다.
하지만 집이라는 공간은 전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은신처이자, 방전된 에너지를 회복하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런 지극히 사적인 공간을 구성할 때, 굳이 지금 유행하는 트렌드에 내 취향을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가 있을까요?
2. 트렌드는 5년이면 변하지만, 당신의 이야기는 영원합니다.
가구 시장도 5년 정도면 유행의 물결이 완전히 바뀝니다. 지금 가장 세련된 트렌드로 집을 꾸민다 해도, 5년만 지나면 그 공간은 '한때 유행했던 스타일'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가구는 옷처럼 쉽게 바꾸기 어려운 덩치 큰 물건인데, 매번 변하는 유행에 그 선택을 맡기기엔 우리의 시간과 비용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저는 집안의 가구만큼은 트렌드를 철저히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집은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공간도 아니고,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전시장도 더더욱 아니니까요. 오로지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기에, 트렌드보다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나만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입니다.
재미있는 상상을 하나 해볼까요?
친구를 집으로 초대했을 때를 가정해 봅시다.
Scenario A : 트렌드에 완벽히 순응한 서랍장

거실에는 요즘 SNS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의 서랍장이 놓여 있습니다.
대화는 보통 여기서 끝납니다. 가격과 브랜드 이름, 할인 정보만 남은 지루한 소통이죠.
Scenario B : 취향이 폭발한 서랍장

반대로, 유행과는 상관없이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비비드한 블루 컬러의 서랍장이 놓여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대화에는 나의 삶이 담겨 있습니다.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고집으로 이 물건을 찾아냈는지에 대한 '서사'가 있죠.
누군가는 "좀 튀는 거 아냐?"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황하지 마세요.
그 질문 자체가 당신의 취향이 남들보다 확고하고 유니크하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니까요.
3. 신축 아파트에 놓인 자개장 : 어울리지 않음의 미학

우리는 흔히 '조화'라는 이름 아래 개성을 죽이곤 합니다. 모던한 신축 아파트 인테리어에는 심플하고 미니멀한 붙박이장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그곳에 장인이 만든 고풍스러운 자개장이 하나 놓여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부조화는 오히려 엄청나게 흥미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지금은 잘 팔지도 않는 가구를 어떻게 선택하게 되었는지, 이 취향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설명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당신이라는 사람을 투영하는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물건을 사는 것만큼 지루한 일은 없습니다."
내 취향이 우연히 현재의 트렌드와 맞닿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그것대로 좋습니다.
하지만 트렌드와 다르다고 해서 결코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유행은 변하기 마련이고,
아무리 트렌드가 중요하다고 해도 당신의 취향보다는 결코 위에 있지 않습니다.
4. 당신이 이미 디자인하고 있는 세상

"저는 안목이 없어서 제가 고르면 촌스러워질까 봐 무서워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현대의 '디자인'은 사전적 의미를 넘어섭니다.
디자인은 가구의 외형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가 이 가구를 선택하기 위해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 실용성을 고민하고,
이 물건이 나의 공간에 오기까지의 모든 일련의 과정 자체가 바로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그 디자인의 주체는 전문가가 아닌, 바로 여러분입니다.
설령 결과물이 조금 어울리지 않고 촌스러우면 어떻습니까?
완벽하게 세련되었지만 스토리 없이 '모델하우스' 같은 집보다,
주인의 사랑과 고집이 묻어있는 조금은 '촌스러운 집'이 훨씬 매력적이고 사랑스럽습니다.
이야기가 많은 집, 애정이 가득 담긴 공간.
잊지마세요.
당신의 취향은, 언제나 트렌드보다 위에 있습니다.
오늘의 가구노트,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혹시 여러분의 집에도 나만의 스토리가 담긴 가구가 집안 어딘가에 있나요?
남들은 고개를 갸우뚱해도 내 눈엔 가장 근사해 보이는 그 가구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댓글로 여러분의 소중한 취향을 들려주세요!
다음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지도를 그려드릴게요.
"가구, 도대체 어디서 사야 나에게 맞을까?" 라는 고민에 대한 가이드로 찾아뵙겠습니다.
평온하고 나다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
김너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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