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 같이 들어요
윤지영 - 우우우린
괜찮았을 거야
우린 외롭지 않았을 거야
우린 너무 닮아서
서로 다른 그 작은 점을 사랑해
넌 날 떠나지 않아 날 떠나지 않아
우린 외롭지 않았을 거야
세상에 완벽하게 똑같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아마도 엄청난 행운일 겁니다.
너무 닮았기에
서로 다른 그 작은 점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처럼
너무 다르기에
서로 같은 그 작은 점을 사랑할 수 있을 겁니다.
💬 오늘의 쑤필
친구, 그런 생각을 한 적 없나요?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말입니다.
아무래도 나는 자기검열이 심한 편인 것 같습니다. 나 자신을 솔직한 편이라고 자신해왔습니다만, 요즘따라 드는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그 또한 철저한 자기검열을 거쳐 다듬어낸 나의 모습이었던 것 같더라고요.
물론 감정과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으며, 그 또한 마냥 좋지만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다양한 사람과의 다양한 관계, 사회적 약속 혹은 상식 등으로 어느정도 다듬어진 사회적인 언행을 장착하고 살아가지요.
다만, 나는 조금 지나치게 나 자신을 검열하고 억눌러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왔지만 솔직히 너를 완전히 잘은 모르겠어' 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기대할 수록 실망하는 일들을 겪은 나는, 아마 무엇도 기대하지 않으려 애를 써왔던 것 같습니다. 어떤 것도, 어떤 마음도요. 기대할 수록 기대게 되는 내가 싫었고, 기댈 수록 더 기대하는 내가 가여웠던 것 같습니다. 나는 자꾸만 여기저기가 움푹 패이거나 혹은 뾰족하게 솟아올라 울퉁불퉁해졌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울퉁불퉁한 나를 자꾸만 매끈하고 단단하게 포장하고 있었습니다. 나와 부대낄 사람들이 혹시 나의 움푹 패인 곳에 발을 헛디딜까, 뾰족하게 솟은 곳에 찔릴까 노심초사하며 더욱 두껍고 매끈하게 포장을 덧대었나봅니다. 그런 것이 '어른스러움'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나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 포장 안쪽의 울퉁불퉁하던 본래의 나를 어느새 잊었나봅니다. 혹여나 울퉁불퉁한 사람들에게 내 포장지가 긁혀 찢기진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겠어요? 자꾸만 다른 사람들의 울퉁불퉁한 모습을 살피고 거리를 두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서 발견한, 어쩜 저리 솔직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들을 맞닥뜨리면, 불편하고 의뭉스러운 기분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곤 황급히 내 포장지를 점검했습니다. 휴, 다행히 긁히거나 찢긴 부분이 없구나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혼자 덩그러니 사막 한 가운데까지 굴러와있는 겁니다. 매끈하고 단단한 포장 덕분에 너무도 쉽게 거기까지 굴러갈 수가 있었겠지요.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릅니다.
요 며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 사람 모두가 매끈하게 포장된 어른이라면?
아무 갈등도, 아무 문제도 없는 그런 평화로운 세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로봇들의 세상과 다를 바가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표출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는 모든 감정들을 곁들인. 결국 모든 로봇, 아니 어른들은 영원히 고장나버리고 말겁니다.
그간 내가 따가운 눈초리를 보냈던 누군가의 울퉁불퉁한 부분들에게 너무도 미안해집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늘을, 약점과 빈틈을 사랑해야겠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었죠. 그런데 정작 나의 포장지는 아직 너무도 두껍고 매끈하기만 합니다. 그간 열심히 포장지를 덧대었으니, 앞으로는 과대포장을 덜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울퉁불퉁함을 관찰할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 생김새를 먼저 살피고 알아야겠더라고요. 그렇게 서로의 움푹 패인 곳과 볼록한 부분을 맞출 수 있도록, 혹은 서로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마모시킬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아주 오래 걸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울퉁불퉁한 것들끼리 부딪히며 모난 부분이 다듬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고 고백하며 나는 오늘 이렇게 가장 겉면의 포장지를 한 겹 벗겨내었습니다.
📝 추신
1. 어제 슈퍼에 갔더니 과자 과대포장이 심해서 속상하더라고요. 우리도 스스로를 과대포장 하지는 맙시다.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해요.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합니다.
나는 친구의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요.
생각 그대로를 글로 써내기도 쉽지 않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를 내보이는 것은 참 어렵네요.
벌써 한 주의 반이 지났어요!
이번 주도 잘 지내고 있겠죠?
항상 좋은 하루 되길 마음 깊이 바라요.
2022년 3월 23일 수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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