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이런 예쁜 것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 같이 들어요
주보링 - 세기말의 노래
이제는 내가 먼저 큰소리로 짖어대네
당신의 나쁜 점만 골라봐서 미안해요
그렇다고 내가 잘났다는 건 아니에요
가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타인에게도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들이대게 만듭니다.
나조차도 쉽게 지켜지지 않은 다짐은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아야 하는 데 말입니다.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사감 선생님이 되는 것이
나의 꿈은 아닌데 말입니다.
💬 오늘의 쑤필
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빼고 다들 능력이 좋아 보입니다. 세상은 능력 좋은 사람들로 우글우글 대는 것 같습니다. 당장 인스타그램 속 피드를 잠깐만 둘러봐도 그렇습니다.
그런데요, 어제 이런 글을 봤습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뛰어난 능력보다 매력이라고요. 앞으로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라고요.
에이, 그래도 능력이 중요한 것 아닌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느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능력만으로 크게 성공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능력 상향평준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진 세상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에 있어 유명세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가고 있지요. 그러니 결국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는 능력이 비슷한 남들에 비해 더 매력있어야 한다는 것이 어제 읽은 글의 요지였어요.
그렇다면, 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어디에서 솟아나는 걸까요?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사람들을 떠올려봅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매력은 만들어지는 것도, 만들어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요. 발견의 문제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발견해야 하는 것은 '빈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쉬운 예로는 '인간미' 정도가 아닐까요. 빈틈이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사람, 내가 힘을 불어 넣어주고 싶은 사람,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진심으로 드는 사람. 우리는 어쩌면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너무 완벽한 능력을 갖춘 사람, 빈틈이 없어 보이는 사람은 처음엔 대단해 보이지만, 어쩐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 흥미가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 같으니까요. '왠지 모르게 정이 안 가는' 사람들이 되어버립니다. 내가 힘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까요. 나의 응원이 없어도 혼자 알아서 잘 먹고 잘 살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에게서 우리는 매력 대신 부러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모양은 어느새 질투로 변질되기 쉽지요.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의 빈틈을 발견한다면, 왠지 그 사람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나의 빈틈과 그 사람의 빈틈을 비스듬히 맞대어 보게 됩니다. 그러다 나를 그 사람에게 대입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나는 줄곧 숨기고 싶어했던 빈틈을 스스럼없이 내보이는 그에게서, 왠지 모르게 힘을 받는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그 사람이 무얼 하든 나는 진심으로 응원을 하게 됩니다. 그의 모든 행보는 어느새 그와 나의 서사가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춰졌을까 되돌아봅니다. 왠지 모르게 정이 안 가는 그룹에 속했을지, 왠지 모르게 응원하는 그룹에 속했을지 궁금해집니다. 이내, 나의 빈틈을 구석구석 살피고 싶어집니다. 나의 빈틈이 심지어 달갑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숨기고 싶었던 나의 빈틈이 결국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매력이라는 무기가 될 수 있겠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나의 서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각자의 빈틈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빈틈을 내보이고, 빈틈을 품어줍시다. 그렇게 점점 서로의 거리를 좁히는 겁니다.
나는 이제 나의 빈틈을 매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연습을, 또, 타인의 빈틈을 그만의 매력으로 받아들일 연습을 하려고 합니다. 자신의 빈틈에, 타인의 빈틈에 냉정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마침 오늘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빈틈에는 중력이 있다.
-생각의 기쁨, 유병욱-
당신의 빈틈을 중력 삼고 매력 삼아 여기저기 연결되어 있는 줄을 힘껏 당겨보세요. 그 중력에 반응해 끌려오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 끝에 어떤 사람이, 어떤 기회가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 추신
1. 다만 빈틈이되, 무해한 빈틈이어야 할 것입니다.
유해한 빈틈을 매력이라 포장하는 것은 오산입니다.
2.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해요.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합니다.
나는 친구의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습니다.
순식간에 봄기운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옵니다.
곧 땅의 빈틈을 비집고 나온 푸릇함이 싹을 틔우겠군요.
세상 만물에도 빈틈은 꼭 필요한 것이네요.
나의 빈틈에서는 어떤 싹을 틔울 수 있을 지
즐겁게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2022년 3월 16일 수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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