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친구 구독자!
🎧 같이 들어요
92914 - Moonlight
If I'm on the right lane
Sometimes I feel like
on another lane
And these days I feel like
I'm always behind
가끔 궁금해. 난 옳은 길에 서있는 걸까.
가끔 난 다른 길 위에 있는 것 같아.
또 내가 항상 뒤쳐져 있는 것만 같지.
Let the moonlight shine on us
달빛이 우릴 비추게 해줘
Sometimes I wonder
If I'm always praying right
Sometimes I feel like
What If I got it more
But these days I feel like
I'm always enough
If everything goes down
Lie down and watch
가끔 궁금해. 내가 제대로 기도하고 있을까.
만약 내가 더 가진 거라면 어쩌지.
그치만 난 요즘 항상 충분하다고 느껴.
만약 모든 것이 무너지면, 그냥 내려놓고 바라봐.
Let the moonlight shine on us
달빛이 우릴 비추게 해줘
잔잔한 파도소리가 너무 좋은 노래입니다.
마음이 힘들 때 이 노래를 자주 꺼내어 듣기도 해요.
잠이 오지 않을 때 듣는 플레이리스트가 있습니다.
'bedtime songs'라고 이름 붙여둔 플레이리스트에는
단 13곡만이 들어있는데, 모두 92914의 곡입니다.
그만큼 편안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랍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잠에 들면
신기하게도 악몽을 잘 꾸지 않더라고요.
혹시 잠들기 어렵다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밑져야 본전!
💬 오늘의 쑤필
나는 잠에 들기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자려고 등을 대고 누워 눈을 감으면, 보이지 않아서 보이는 것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눈앞이 꼭 밤 바다 같기도 하고, 밤 하늘 같기도 하고, 우주 같기도 해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눈을 감고 끝없는 바다를, 하늘을, 우주를 여행하다가 잠이 들곤 합니다. 무한한 것에 대한 공포증을 가졌으면서도 이상하게 그런 것들이 또 나를 잠에 들게 한다니. 역시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로구나 생각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생각의 끝엔 항상 나에게 특별했던 어떤 바다를 떠올립니다. 언젠가 무더운 여름 밤, 동글동글한 몽돌 위에 아무렇게나 누워 바라보았던 남해의 바다입니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알딸딸한 기운에, 밤 바다를 보러 가자며 운동화를 구겨 신고 냅다 뛰쳐나갔더랍니다. 흥이 올라 휴대폰으로 이런 저런 노래를 켜보았지만, 철썩철썩 귀를 때리는 파도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내 노래를 꺼두고 다함께 나란히 누워,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들었죠.
그때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고요함을 느꼈더랍니다. 노랫소리도 집어삼킬 만큼 크디 큰 파도 소리가 그리도 고요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더랍니다. 바쁜 회사 생활에 지쳐 몸과 마음이 참 시끄러운 시기여서 그랬을까요, 파도는 꼭 나의 모습 같았습니다. 우르르 달려와 대차게 부서지고, 잠시 뒷걸음질 쳤다 또 다시 달려와 잘게 부서지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꼭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종종 나의 처지와 같은 것을 만나면 큰 위안을 얻곤 하니, 그래서 마음이 고요해졌겠지요. 같은 주파수의 두 음파가 반대로 겹치면 소리가 상쇄되는 원리라고나 할까요.
잠이 오지 않는 어제 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그날의 바다를 떠올리며 잠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여느때와는 달리 파도 소리가 오히려 귀를 예민하게 만듭니다. 문득, 아, 지금의 나는 그날의 파도와 달라져 버렸더군요.
나는 더 이상 파도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내가 누워있는 곳은 해안가와는 멀찍이 떨어진 고요한 바다 위입니다. 어디론가 빠르게 흐르지도 않고, 어디론가 달려가 부딪히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둥둥 떠있습니다. 똑같이 고요합니다만, 어쩐지 다른 고요함입니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 버렸습니다. 나는 이제 그날의 파도 소리를 떠올리면 더 이상 고요함을 느낄 수가 없을테지요. 파도와 나의 파동은 그렇게 어긋나버렸습니다.
파도가 부럽습니다. 깨지고 부서져도, 무서움을 모르고 계속해서 뭍으로 달려드는 파도가요. 그렇게 온몸을 내던져 철썩철썩 소리를 내는 파도가요.
조금씩 조금씩 뭍으로 다가가야 할 때라는 걸 이제 압니다. 나는 파도가 될 겁니다. 나도 모르게 슬금슬금 자꾸만 더욱 먼 바다로 돌아가려는 내 몸을, 다시 뭍을 향해 돌려야 할 겁니다. 부서지고 깨져야 파도가 될 것입니다. 그래야 공기를 가르고 철썩철썩 밤을 울려 크게 소리를 낼 것입니다.
다시, 나는 파도에게서 고요함을 느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편히 잠들 수가 없을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 추신
1. 올해 여름, 밤 바다를 보러 가야겠어요.
2. 주말은 쉬어갑니다. 월요일에 만나요.
3. 댓글은 어떤 내용이든, 짧든 길든 언제나 환영해요.
긴 답장은 ssoo9108@gmail.com 으로 부탁합니다.
나는 친구의 생각도 항상 궁금하거든요.
되돌아보니, 작년 한 해 동안
단 한 번도 바다를 가지 못했더라고요.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자주 되새기고 느껴야겠습니다.
자꾸 부딪쳐 부서져야겠습니다.
부딪치는 것을 두려워 말아요, 친구!
그럼 좋은 하루,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2022년 3월 18일 금요일
구독자의 친구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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