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넥서스알파랩입니다.

오늘은 책 한 권이 미국을 가로지른 얘기로 시작합니다. 그 책 안엔 위치추적기가 들어 있었어요.
오늘 준비한 내용입니다.
📍 추적기가 멈춘 곳 📚 왜 하필 종이책인가 ⚖️ 법원이 그은 두 줄 🤔 서점가가 반으로 갈렸습니다 🍙 한입쌈밥
📍 추적기가 멈춘 곳
📊 [사실]
미국의 한 헌책방 주인이 수상한 주문을 받았습니다.
한 번에 1,000권. 주제도 제각각, 유명한 책도 아니고, 값도 안 따집니다. 그리고 누가 사는지 알 수가 없어요. 중고 책 장터가 구매자를 가려주거든요.
30년 장사한 사람도 처음 보는 규모였습니다.
그래서 이 주인이 기자와 손잡고, 책 한 권 사이에 위치추적기를 끼워 넣었습니다.
경로는 이랬습니다.
캘리포니아 출발 → 밀워키 → 위스콘신 창고에서 2주 정지 → 콜로라도 경유 → 라스베이거스, 아마존 LAS8
여기서 좀 웃픈 부분이 있는데요. LAS8은 원래 주문형 인쇄 시설입니다. 책을 찍어내는 곳이에요. 그 건물 북쪽 구역에 VGT3라는 별도 조직이 들어와 있고, 출입구 로고는 이빨을 드러낸 채 책을 든 공룡입니다.
거기 직원이 사내 게시판에 남긴 글은 이렇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하는 건 책 스캔뿐이다."
책이 몇백 권씩 들어오면 책등을 잘라 한 장씩 떼고, 고속 스캐너에 통과시키고, 종이는 버립니다.
아마존은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한 문장만 냈어요. 상업적 경로로 책을 구매해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쓴다.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 [인사이트]
같은 건물에서 남쪽은 책을 만들고 북쪽은 책을 없앱니다.
그리고 하나 더. 작업자들은 페이지를 스캔하기 전에 각 책의 ISBN 바코드를 먼저 찍습니다. ISBN은 1970년 이후 나온 상업 출판물 전부에 붙는 13자리 번호예요.
무슨 뜻이냐면요. 자기가 뭘 이미 먹었는지 목록을 만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목록에 없는 것이 다음 주문서가 되겠죠.
📚 왜 하필 종이책인가
📊 [사실]
인공지능이 똑똑해지려면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연산, 모델 크기, 배울 글.
앞의 둘은 돈으로 삽니다. 미국 4대 기업의 2026년 설비투자 가이던스 합계가 약 7,250억 달러, 작년 대비 77% 증가입니다. 2027년엔 1조 달러 돌파 전망도 나와요.
세 번째는 돈으로 못 늘립니다. 사람이 쓴 만큼만 있으니까요.
한 연구기관이 계산해봤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사람이 쓴 공개 텍스트를 다 모으면 약 300조 토큰. 지금 속도면 2026~2032년 사이 소진, 중앙값 2028년입니다.
남은 인터넷 글도 상태가 안 좋습니다. 2025년 4월 기준 신규 웹페이지 약 90만 건 중 74.2%에 AI 생성 텍스트가 섞였다는 조사가 있고, 조 단위 학습 데이터에 악성 문서 250건만 심어도 백도어가 들어간다는 공동 연구도 나왔어요.
💡 [인사이트]
여기서 2022년 이전 종이책의 값이 왜 올랐는지가 나옵니다.
그 종이는 두 가지를 동시에 피합니다. AI가 글을 쓸 줄 몰랐던 시절에 쓰였고, 데이터를 오염시키는 도구가 나오기 전에 인쇄됐습니다.
오염원 둘을 한꺼번에 비껴가는 물질이 지금 헌책방 서가에 꽂혀 있는 거예요.
그런데 이건 좀 이상한 자원입니다. 보통은 값이 오르면 공급이 늘어나잖아요. 근데 이건 값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이 원본을 없애는 것입니다. 캘수록 매장량이 줄어요.
⚖️ 법원이 그은 두 줄 (오늘의 핵심)
📊 [사실]
2025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이 판결을 냅니다.
적법하게 산 책을 스캔해 AI 학습에 쓰는 건 변형적 공정이용이다. 대신 해적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건 아니다.
그 결과 한 AI 기업이 불법 다운로드분에 대해 15억 달러를 물었습니다. 대상 저작물 482,460권, 권당 3,000달러. 미국 저작권 집단소송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같은 회사 내부 문서엔 이런 문장이 있었어요.
"세상의 모든 책을 파괴적으로 스캔하는 것이 우리의 프로젝트다."
유압 절단기로 제본을 제거하고, 고속 스캔하고, 종이는 재활용. 구글 북스 제휴를 총괄했던 인물을 영입해서 진행했습니다. 아마존 창고와 똑같은 공정이에요.
그런데 핵심은 판결에 붙은 조건입니다.
스캔 전 한 권, 스캔 후 한 권.
종이를 남기면 한 권이 두 권이 되어 논리가 깨집니다.
💡 [인사이트]
자, 여기가 오늘의 결론입니다.
법원이 두 줄을 그었습니다.
훔치면 권당 3,000달러 사서 없애면 0달러
그러니까 책을 자르는 건 편해서도, 보관 공간이 없어서도 아닙니다. 판결이 허락한 범위 안에 있으려면 잘라야 합니다.
절단기는 생산 설비가 아니라 준법 장비예요. 소송 안 당하려고 돌리는 기계입니다.
15억 달러짜리 판결이 만들어낸 건 보상 체계가 아니라 조달 매뉴얼이었던 셈이죠. 업계가 그 뒤로 향한 곳은 준법이 아니라 더 싼 합법 경로였고, 그 종착지가 라스베이거스 창고입니다.
한 가지 더 짚어두면요. 이 판결은 합의로 끝나서 항소심에 못 갔습니다. 그러니까 판례가 아니에요. 캘리포니아 지법 한 곳의 판단인데, 업계 전체가 그걸 안전지대로 삼고 움직이는 중입니다.
🤔 서점가가 반으로 갈렸습니다
📊 [사실]
자르지 말라는 쪽
이번 취재에 협조한 익명 서점 주인은, 희귀본의 가치가 돈만이 아니라 역사·지적·정서적 층위로 이뤄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I 기업이 관심 두는 건 문자열뿐이라는 취지예요.
에든버러 서점주 데릭 워커는 좀 더 구체적입니다. 도서관에 75부 남은 학술서 1부가 없어지는 건 큰 손실이 아니다. 그런데 본인이 판 18세기 판본은 현존 유일본으로 추정되고, 그런 책이 파괴 목적으로 팔린다면 전혀 다른 문제라고요.
팔아도 된다는 쪽
노섬벌랜드 서점주 스튜어트 맨리는 이럽니다. 세상에 다빈치 코드가 500만 권이나 필요하진 않다.
30년 만에 처음 보는 규모의 주문이고, 20년간 온라인에서 한 권도 안 팔리던 재고가 이번에 나갔다는 겁니다.
선을 그은 회사, 안 그은 회사
앤스로픽은 자사 데이터 확보 프로그램이 희귀본·고서를 구매·파괴하지 않는다고 공개 확인했습니다. xAI도 같은 취지로 밝혔고요.
아마존은 아직 어떤 선도 긋지 않았습니다.
💡 [인사이트]
업계가 갈렸다는 게 이 얘기의 재미있는 부분인데요.
다만 갈렸다는 사실 자체가 결론은 아닙니다. 진짜 짚을 지점은 하나예요. 경쟁사 두 곳은 "여기까지는 안 한다"고 말했고, 아마존만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 한 문장이 뭐 그리 대수냐 싶지만, 지금 이 산업에서 자발적 선언은 사실상 유일한 규제입니다. 무엇이 몇 권 스캔되고 폐기됐는지 기록하는 기관이 어디에도 없거든요. 감사도, 공시 의무도, 통계도 없습니다.
손실 규모를 아무도 잴 수 없는 상태로 진행 중인 겁니다.
🍙 한입쌈밥
겉면 — 아마존이 헌책을 대량으로 사서 잘라 스캔하고 버린다
속 — 자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르는 게 준법 절차다. 법원이 "산 책은 한 권, 파일도 한 권"이라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에, 종이를 남기면 오히려 위법 소지가 생긴다. 훔치면 권당 3,000달러, 사서 없애면 0달러. 두 줄이 그어진 순간 업계 전체가 아래 줄로 갔다
한 줄 — 소송은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물길을 바꿨습니다.
여백 메모 세 줄
- 애플은 같은 주에 반대 방향으로 갔습니다. 아마존은 글로 남은 마지막 것을 긁고, 애플은 글로는 안 남는 쪽으로 나갑니다. 지난 리포트에서 다뤘습니다.
- 이 판결은 합의로 끝나 항소심에 못 갔습니다. 판례가 아닙니다. 뉴욕 법원에서 7월에 새 소송이 시작됐는데, 거기선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 확인할 건 하나입니다. 아마존이 "희귀본은 안 산다"는 한 문장을 내는가. 경쟁사 두 곳은 이미 냈습니다.
본 리포트는 투자 추천이 아닙니다. 넥서스알파랩이었습니다.
구조를 보면 돈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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