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편지 (4월 20일 일요일)

안녕하세요, 여름이에요.

당신께 안부를 전합니다.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는 조금 다른 형태로 편지를 써보려 합니다. 조금 더 짧고 다양한 에피소드에 대한 생각과 시선을 듣고 싶다는 답장이 있었거든요. <여름 편지>에서 듣고 싶은 이야기나 원하는 방향이 있으시면 언제든 편하게 전해주세요. 함께해 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1. GPT에 대한 생각

하나. GPT의 프롬프트 밑에 작은 글씨가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GPT를 거의 매일 사용하면서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Chat GPT는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는 재차 확인하세요.’

그 많은 정보를 다루는 AI도 자신이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알려요. 가끔 사람은 훨씬 더 적은 정보만으로 큰 확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늘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는 재차 확인합시다. 그리고 더 적은 정보를 가진 ‘사람’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담백하게 인정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둘. GPT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중 가장 큰 장점은, 대화하듯 질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어 위주의 검색이 아니라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듯, 말하듯 검색할 수 있다는 거예요. 그런 질문에는 ‘솔직함’과 ‘이야기’가 담깁니다. 뿐만 아니라, 혹시 나만 모를까 봐, 이런 질문하면 무시당할까 봐, 특이하게 보일까 봐 망설이던 질문도 가감 없이 할 수 있어요. 어차피 본인 계정으로 나눈 대화는 본인만 보니까요. 그렇게 솔직하게 질문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셋. 때때로 원치 않은 대답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람과 대화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사람과 원활한 대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나 영상을 찾듯이, GPT에게 원하는 대답을 위해 더 적절한 질문을 작성하는 방법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청자로서의 태도는 어쩌면 GPT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가치관이 다른 사람보다 GPT가 더 말하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듣는 것 같습니다.

넷. ‘어차피 본인만 아는 대화’라고 했잖아요. 그 특성 덕분에 사람들은 GPT 앞에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타인의 우울이나 짜증, 고민을 지속적으로 들어주기 어렵잖아요. GPT에게 오히려 편하게 감정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고, 자신의 상태를 깨닫기 위한 질문을 구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GPT의 대답이 답답할 때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어요. 때때로 사람에게 하지 못할 무례한 대답을 GPT에게 하고는, 그 대화를 SNS에 공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약자를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의 민낯을 보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GPT를 자주 사용하시나요? 저는 고민에 대해 ‘아무 말’ 늘어놓으며 대화하는 재미에 종종 이용합니다. 그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게 더 좋았겠지만요. 모든 고민과 질문에 맞는 대화를 나눌 사람을 ‘제때’ 만나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GPT를 이용하는 자신만의 룰이 있나요? 저는 ‘단순 검색만으로 끝내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을 스스로 가지고 있습니다. 늘 제가 더 많이 고민하고, 그 고민의 대화를 제가 이끌려고 신경 쓰고 있어요.

2. 비움에 대한 생각

요가를 좋아해요. 요가 수업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수업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마지막을 ‘사바아사나’로 마무리할 때가 많습니다. ‘송장 자세’라고도 부르는 ‘사바아사나’는 긴장을 풀고 누워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자세입니다. 몸의 긴장을 풀고,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저는 그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맡은 일도 많고, 해내야 할 역할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요즘, 이렇게 누군가 이완해 보라고 말해주지 않으면 하루 종일 고민하고, 선택하고, 책임지는 긴장 상태만 반복하거든요. 생각이 많은 제게, 하루 중 생각을 멈추어보려 노력하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5분에서 10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그 시간을 무척이나 좋아하다 보니, ‘비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채우는 건 이미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평일이면 열심히 일을 하고, 주말이면 부지런히 좋아하는 시간을 보내려 노력합니다. 그 와중에도 시간 내어 운동을 하고, 틈틈이 책을 읽고, 재테크에 대해 공부하는 생활을 ‘갓생’이라 부르는 요즘 세대예요. 그런데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더하고 채우는 일에만 너무 몰두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몸과 머리, 그리고 감정을 꽉 채우며 살아왔어요. 몸의 긴장을 푸는 스트레칭과 숙면. 해야 할 일과 고민, 스트레스, 도파민으로 가득 찬 머리를 비우는 시간. 그리고 감정을 흘려보내려는 노력. 비워보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좋은 것을 더하기 전에, 나쁜 것을 덜어내는 일에도 더 신경 써야겠습니다.

3. 봄이 왔어요

날씨가 풀리니 ‘봄옷’ 생각이 물씬 나는 한 주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옷을 참 좋아해요. 특히 엄마와 남동생이 그렇습니다. 계절에 따라, 기분에 따라 옷을 사요. 그 속에서 저는 옷 쇼핑에 조금 일찍 질린 사람이에요. ‘너네가 잘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는 엄마의 말처럼, 옷을 사는 가족들만 봐도 저는 배가 불렀습니다.

옷을 갖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오히려 옷을 사는 일에 신중한 사람으로 자라났어요. 아직도 옷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제 가족들이나 주변 친구들에 비하면요!)

그래도 직장인이 되고, 규칙적으로 돈을 벌게 되면서 옷 소비에도 저만의 취향이 생겼습니다. 조금 튼튼한 옷을 좋아하고요, 빨래하기 쉬운 옷을 선호합니다. 흰색과 검정색 옷이 가장 많지만, 각 계절마다 포인트 색의 옷을 가지고 있어요. 봄에는 분홍색, 여름에는 쨍한 파랑색, 겨울에는 빨간색 제품을 더합니다. 가방이나 목도리, 장갑, 모자 혹은 아우터로요. 가끔 입는 정장 스타일의 옷이 조금 있고, 운동복은 편한 바지와 짧은 상의를 선호해요.

아껴 모은 돈으로 고르고 고른 옷들이 이렇게 옷장에 모이다 보니, 가족들이 말하는 ‘옷 고르는 재미’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하나 제 취향에 딱 맞고, 신중히 고른 옷들이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계절이 변하니, 익숙하게 돌려입던 옷들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자주 입는 옷을 옷장 한 켠에 모아두는데요, 그 칸을 바꿀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직감합니다. 올봄에도 적은 옷을 자주, 그리고 매번 기쁘게 입고 싶은 마음입니다.

4. 사람, 사랑

요즘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납니다. 그중에서도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들의 공통점을 찬찬히 모아보니,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들을 만나고 나면 자꾸만 제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를 자꾸만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그들은 순수해요. 무언가에 빠져 있거든요. 반짝반짝 열정을 쏟는 존재가 있습니다. 본업일 때도 있고, 부업일 때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일 때도 있어요. 열정을 쏟는 존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살아나는 그들의 표정과 눈빛을 참 좋아합니다. 아이 같은, 때 묻지 않은 애정이 ‘무해함’을 느끼게 합니다. 각박한 세상이라고 하잖아요. 그럴수록 이런 순수한 애정이 더욱 빛나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제가 애정을 가지는 일과, 제가 받은 애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표현하는 일에 애정을 쓰고 있어요. 글을 쓰기도 하고, 사진에 담기도 하고, 그림으로 그려내기도 합니다. 가끔은 도움을 받아, 춤을 통해 표현해내기를 배우기도 해요. 좋아하는 것들을 더 잘 표현하고, 전하고 싶어 고민하고 공부합니다. 이번 달은 <글쓰기 생각쓰기>라는 책을 읽으며 글쓰기에 대해 더 배워가고 있어요. 배운 것들은 또 정리해서 나눠볼게요.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며 한 주를 보내셨나요? 작은 질문을 건네 보아요.

– 당신에게도 요즘 덜어내야 할 것이 있으신가요?

– 당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다가온 봄처럼 따뜻한 한 주를 보내셨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또 편지할게요,

여름 드림

<여름 편지>의 첫 한 달을 채우며, 참 감사한 따뜻한 피드백을 여럿 받았습니다. 덕분에 앞으로의 방향을 조금씩 그려볼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번 편지 한 편은 전체 공개로 전해드리려 합니다. (멤버십 전용 편지의 발송 기간은 자동으로 연장되어요 !)

방향을 조금씩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라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깊고 가까운 이야기로 보답할 수 있도록, 천천히 길을 찾아가볼게요. 늘 고맙습니다 :)

*후기나 답장은 언제나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 인스타그램: @take.a.diary

📮 메일: nyeoru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