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이건 시작일 뿐.

안녕하세요, 클레어입니다. 
(아이쿠 너무 업무 메일 같..)

기억하는 한, 제가 영화관에서 본 첫 영화는 디즈니의 <인어공주>입니다. 영화관에서 '혼자' 본 첫 영화는 민규동, 김태용 감독의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였고요, 영화관에서 본 첫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는 한재림 감독의 <연애의 목적>이었네요, 어이쿠..

대학생 시절엔 주로 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를 했고요. 왓챠와 넷플릭스가 흥한 뒤로는 보다가 끊지를 못해서 한 시즌을 기어코 다 보고 벌건 눈으로 출근하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무튼 언제 생겨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 마음 안에는 영화나 책으로 만나는 이야기에 대한 사랑이 좀 있었나봐요. 지금은 심지어 이야기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에 있는 걸 보면요.

저는 이런 걸 혼자 보는 것으로는 좀 모자라서(?) 좋은 이야기를 보고 나면 항상 주위 사람에게 같이 보고 같이 좋자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강력한 권유를 하고는 했는데요. 올해부터는 그 권유를 모르는 분에게 까지 넓혀보고자! 이 뉴스레터를 시작합니다. 🤓

처음으로 다룰 이야기는, 이번 주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 <북스마트 Booksmart>입니다.

이 영화를 처음 알게 된 사연부터 얘기해볼까요.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본 <스페이스 포스 Space Force>인데요. 한국에서 대단한 프로모션을 하지는 않아서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코미디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들어는 봤을 <오피스 The Office> 시리즈의 스티브 카렐이 타이틀 롤을 맡았으니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스페이스 포스>는 육군, 해군, 공군 그리고 우주군! 이제 막 창설된 미국 우주군의 1인자가 된 마크 네어드가 주인공입니다. 이 주인공 네어드 장군의 딸인 '에린 네어드'를 다이애나 실버스라는 배우가 연기하는데요, 정말 너모... 예뻐요.

약간 레이첼 바이스 느낌도 나고.. 빡친 표정을 지을 때는 핀 울프하드 느낌도 나는데요.. 스타일이 비슷해서인지 <북스마트>에서는 엠마 맥키 느낌도 납니다. 무지하게 예쁘다는 뜻이죠 엉엉..

암튼 <스페이스 포스>를 보고도 이 배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었고, 이 배우가 나오는 다른 작품을 찾아보려다가 <북스마트>를 처음 알게 됐어요. 대강 로그라인 훑어보고 '오 재밌겠넹' 하고 제 머리 속 '내가 찜한 콘텐츠'에 넣어뒀었습니다. 한국에선 올해 1월 27일 개봉했어요. (<스페이스 포스> 얘기도 할 말이 많은데.. 다음 기회에) 

아무튼 <북스마트> 이야기로 돌아오면,

이야기는 고등학교 졸업을 단 하루 앞둔 두 명의 학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몰리(Beanie Feldstein 분)와 에이미(Kaitlyn Dever 분), 얘들은 서로 단짝인데 학생회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한 모양이에요. 둘 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한 상태입니다. 이제 내일 졸업만 하면 이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러 떠나게 돼요. 딱 하루만 지나면요. 네.. 영화니까.. 이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갈 리가 없죠.

몰리는 우연히 학교 화장실에서 같은 졸업반 애들과 말다툼을 하다가, 애들이 다 나름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몰리가 그간 속으로(혹은 겉으로도) '쟤들은 저래서 앞으로 인생 어쩌려구 ㅉㅉ' 했던 사고뭉치들이 다들 괜찮은 학교에 - 몰리는 예일, 에이미는 콜롬비아에 가는데 반 친구들도 예일, 스탠포드, 조지타운, 하버드 심지어 한 명은 구글 입사 예정.. -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아니.. 너네 학교같은 거 신경 안 쓰지 않았니? 하는 몰리의 말에 친구가 대답합니다. "아니, 우리는 신경을 학교에만 쓴 게 아닌거지."

몰리는 뒤통수를 맞은 듯!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 고등학교 생활에서 노는 것과 학업은 양립 가능한 가치였구나! 쟤네들은 둘 다 했고 하나만 한 내가 바로 멍청이구나! 깨달음을 너무 심하게 얻은 나머지, 몰리는 에이미를 설득해서 하루 남은 고등학교 생활을 찐-하게 보내기로 마음 먹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만 할 수 있는 뭔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이게 이 이야기의 시작이에요.

몰리와 에이미는 그 날 밤 가장 핫한 파티이자, 몰리가 몰래(👀) 호감을 갖고 있었던 닉의 파티를 가기 위해 다사다난한 생과 사를 넘나드는 우여곡절을 거칩니다. 그리고 결국 파티에 도착하지만, 둘은 거기서 그간 덮어 두었던 문제와 스스로의 편견을 마주하면서 더 큰 문제들 앞에 놓이게 돼요.

배우로 활동해 온 올리비아 와일드의 연출 데뷔작이기도 한 <북스마트>는 공개 후 로튼 토마토에서 무려 100% Freshness를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2019년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Operation Varsity Blues', 대규모 대입 입시 비리 스캔들과 맞물려 주목을 받았다고도 하는데요.

감독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주제가 "the idea of finding worth beyond labels"라고 했대요. 아이들은 각자 자신에게 붙은 잘못된 라벨을 떼어내기 위해 애쓰고, 한편 본인이 남에게 붙인 '틀린' 라벨을 발견하며 당혹스러워 합니다. 어쩌면 그건 시작일 뿐일 거에요.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서, 회사에서, 가족에게, 과거의 친구에게, 미래의 친구에게 우리는 꾸준히 라벨을 붙이고, 라벨이 붙습니다. 죽는 날까지 그건 라벨이 아니고 '팩트'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라벨에 얽매였다가, 자유로워졌다가, 집착했다가, 잊었다가 하며 사는 것 같아요.

이런 보편적인 정서를 '요즘 사람스럽게', 정확히는 '조금 나이 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Z세대의 표현, 설정에 녹여낸 점이 이 영화가 호평을 받았던 지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옳고 정의로운 줄 알았던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북스마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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