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라진 것을 찾고, 남겨두고 온 것을 그리워하는 - 프렌치 디스패치

<프렌치 디스패치>는 개봉했을 때 영화관에서 봤습니다. 스웨덴에는 작년 10월 말 즈음에 개봉해서 저는 11월에 봤어요. 다른 웨스 앤더슨의 영화처럼 강박에 가까운 대칭을 자랑하는 화면, 비현실에 가까운 색감, 영화 안에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드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미술이 돋보이는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영화보다 다른 것들이 더 많이 기억에 남았는데요.

아마 일요일 밤 시간 회차를 보러 갔던 것으로 기억해요. 영화관은 굉장히 고전적인 내부에, 사람도 많지 않았고 더군다나 저처럼 혼자 보러 온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영사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상영이 20분 정도 늦어졌고 지연되는 내내 웨스 앤더슨 영화에 나올법한(?) 아니 그러고 보니 <프렌치 디스패치> 1층 식당 서버와 거의 흡사한 유니폼을 곱게 차려입은 지긋한 나이의 스탭이 (아마도 농담을 섞어)스웨덴어로만 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저 눈치 껏 음 뭐가 고장이 났구나 못 들어가는구나 하고 앉아있을 뿐이었죠.

그리고 영화를 봤는데요. 영화가 잡지의 구성을 따라서 흘러가다보니 한 개의 스토리라인이 있는 영화보다는 몰입이 어려웠어요. 솔직히는 아니 이거 자막 없어서 지금 내가 이해를 못하나.. 자괴감 들어.. 하면서 점점 입이 튀어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엊그제 우연히 디즈니 플러스를 켰는데 이 영화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한글 자막으로 제대로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봤어요. (다행히(?) 영어라 이해가 안 된 건 아니었더라고요)

마지막 에피소드의 이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뭔가 사라진 것을 찾고, 남겨두고 온 것을 그리워하는 외국인의 삶. 이제 겨우 반 년이 좀 넘었다지만, 예상하지 못한 '외국인의 삶'에 치이고 있는 저에게 이상한 위로가 되었거든요. 고단하고, 때로는 외롭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외국인의 삶. 

뮤지컬 <해밀턴> 중 'Yorktown'이라는 넘버에는 이런 대사가 나오는데요. 

이민자인 라파예트, 알렉산더 해밀턴이 이 넘버를 부를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져나왔다고 합니다. 건국의 시점부터 '이민자'의 아이덴티티가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는 미국에서는 마른 웃음이 나면서도 뿌듯하기도 하고, 우쭐한 마음이 들게도 되는 대사였으리라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곧 공개될 애플 티비의 <파친코>는 또 다른 이민자의 이야기입니다. 선공개된 콘텐츠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모든 이민자를 위로하는 이야기라는 평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물리적으로 이민을 한 사람 뿐 아니라, 경계에 서서 오롯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인정받고, 인증하고, 꾸려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는 뜻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른 보고 싶네요! 🌷

프렌치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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