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유럽의 평양냉면 노르웨이

며칠 전 어떤 알고리즘이 나에게 이 영상을 가져다 줬다. Visit Oslo의 새 캠페인 영상이다.

영상의 화자는 오슬로에서 자랐고 현재 '잠깐' '불운하게도' 오슬로에서 살고 있는 31세의 Halfdan 씨. 그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Is it even a city? 오슬로.. 이것도 뭐 도시냐? 이런 거다. 도시라면 모름지기 좀 예약 안 하면 식당도 못 들어가고 해야지, 30분이면 도시 한 쪽 끝에서 반대 쪽 끝까지 걸어 갈 수도 있고, 걷다 보면 '어 총리네' 하질 않나, 한 골목 더 가면 '어 왕이네' 하질 않나. 도대체 도시 가운데서 수영은 왜 하는 거며, 모나리자도 없고.. 라며 툴툴대는 Halfdan 씨 뒤로 요아킴 트리에 선생님 영화에서 그대로 훔쳐 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아름다운 여름의 오슬로가 슬쩍 슬쩍 보인다.

뻔한 반어법의 문법 안에서 슬쩍 내비치는 자랑질의 순간들, 아마도 8세기 경 바이킹 리더였던 Halfdan Ragnarsson에서 따 왔을 이름 개그, 모나리자도 없쪄 하는 뒤로 슬쩍 지나가는 뭉크의 <절규>, 거기에 엄청 바이럴 탔다더니 명성에 비해 살짝 소소한 뷰 수까지(...) 참으로 싱겁고 슴슴한 게 북유럽 맛이다. '서울 인구가 1,000만이다. 1,000만은 스웨덴 전체 인구다. 근데 서울 면적은 스웨덴의 1/800배 정도밖에 안 된다..' '스톡홀름 지하철 노선 몇 개니? 제일 긴 노선이 종점에서 종점까지 1시간이면 가지? 서울은 지하철 노선이 10+개란다' 등등 나의 스톡홀름 무시하기 스킬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쟉고 한산하고 소중한.. 북유럽의 수도들.

지난 달에 본 <오늘부터 댄싱퀸>은 노르웨이 영화였다. 명민하고 귀여운 소녀 미나의 학교에 스트릿 댄서 에드윈이 전학오면서 벌어지는 우당탕탕 성장 소동 댄싱극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나의 눈을 가장 많이 사로잡은 건 노르웨이의 사계절이다. 춤추랴 노래하랴 시간이 많이 필요한 미나가 타는 자전거 뒤로 계절이 지나가고, 기다려주고 도와주는 어른들과, 함께 자라는 친구와 함께 시간이 흐르고, 미나는 자연스럽게 자기 길을 찾아 나간다. 

*이 영화에서 '댄싱퀸'보다도 많이 나오는 노래가 Eres Tu인데 이 노래는 바로 지난 호 레터 끝머리에 언급한 1973년 유로비전의 노래이기도 하다. 아마도 딱 미나 할머니 젊으실 적이 아닐까 싶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율리에의 시간도 오슬로의 사계절과 함께 흐른다. 북유럽의 여름은 지나치게 긴 낮 시간과 여전히 밝은 밤하늘 때문에 현실감이 없다. 나의 삶이 언제 '시작'될까 궁금해 하는 율리에는 어쩌면 계속 하지로 달려가는 중인 여름을 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드소마가 지나고 나면 점점 낮은 짧아지는데, 변하는 건 없고, 뭔가 바꾸면 나아질까, 불안한 마음에 현재의 아름다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사진을 찍는 율리에는 긴 소매 자켓을 입고 있다. 한 계절을 더 보내고, 한 발짝 나아간 게 아닐지.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시퀀스가 된 것 같은, 멈춰버린 오슬로 시내를 달리는 율리에를 따라가다 보면 한적하고, 아름답고, 모든 게 'available'해서 아름다운 도시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한적함도 곧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최근 기후 위기로 인해 유럽의 여름이 더 길어지고 더워지면서, 여름 휴가지로 북유럽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작년에 한 번 유럽의 폭염을 맛 본 여행객들은 더더욱, 전통적인 휴양지인 이태리, 프랑스 남부 등등 보다는 시원한 곳에서 여름을 보낼 계획을 하고 있는데, Kayak의 통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트롬쇠(겨울에 오로라 스팟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에서도 북쪽 도시이다)로 가는 비행편 검색량은 2023년 대비 85% 증가했다고 한다. 

이 추세에 힘입어 만약 여름 휴가지로 북유럽의 쾌적함을 고려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난 2월에 내가 1주일 동안 맛 본 노르웨이를 보고 가시길. 이 때는 오후 3시에 해가 졌지만, 지금은 밤 12시나 되어야 해가 질 것이다.

인스타그램 @__ofcl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