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없을 만큼 저는 커피를 사랑합니다. ☕️ 이제는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루틴이 되어 버린 셈인데요. 하지만 스타벅스를 매일 가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워요. 그렇다고 저가 커피(메가, 컴포즈 커피) 전문점의 커피는 너무나 쓰고 맛이 없습니다. 제가 엄청난 미각의 소유자는 아니지만, 출근하면서 적당한 맛 그리고 적당한 가격의 커피 전문점을 찾기란 참 어렵습니다.
치솟는 물가, 높은 임대료, 높은 인건비로 외식 산업은 골머리를 앓는데요. 때문에 대부분의 외식 업체들은 두 가지 전략을 취합니다. 비싼걸 비싸게 팔거나 또는 비용을 줄이고 낮은 가격으로 많이 팔거나요. 예를 들면 공간과 맛으로 커피 경험을 극대화시키는 스페셜티 커피(블루보틀, 스타벅스 리저브)이거나 대용량으로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저가 커피(메가 커피, 컴포즈 커피 등등)를 파는 거죠.
이런 양극화된 현상이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미국도 똑같아요. 미국 커피 전문점 시장의 점유율 절반은 스타벅스와 던킨도너츠일 정도로 고가와 저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라테 기준 스타벅스 $5.5, 던킨 $3.75) 그런데 미국 커피전문점 시장의 막강 듀오를 위협하는 새로운 커피 전문점이 생겨났습니다.
바로 뉴욕에서 시작한, good enough으로 불리는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Blank Street Coffee)입니다.
* good enough 충분히 좋은
Dunkin 보다 더, Starbucks보다는 가까운
# 첫 2개월 내 수익성 달성 # 부동산 전략 #뉴욕 로컬 브랜드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2020년 8월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시작했습니다. 이미 커피전문점이 포화된 뉴욕에서 또 커피 전문점이라니..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드실텐데요. 그 어려운걸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가 해냈습니다. 그 이유는 뉴요커라면 피해 갈 수 없을 정도로 뉴욕 곳곳에 많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불과 2년 만에 뉴욕에 약 40개의 매장을 오픈했어요. 지역 내 어떤 경쟁업체보다 많다고 합니다.)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브루클린의 주거 지역과 맨해튼의 관광 명소 근처, 미드타운의 번화한 모퉁이 및 소호의 쇼핑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임대료도 비싼 뉴욕에서 어떻게 많은 매장을 좋은 위치에 오픈하는 게 가능했을까요? 그 이유는 공간은 좁지만 임대료가 낮은 부동산 전략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피스타치오 색의 귀엽고 작은 전기카트로 매장을 운영합니다. 또는 매장을 열어도 하이체어 2, 3개가 들어갈 정도로 작은 매장을 운영해요. 작지만 접근성이 뛰어난 커피 전문점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뉴욕은 길거리 카트의 숫자가 제한되어 있어 길거리 카트를 오픈하기 쉽지 않은데요.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개인 사유지에 위치를 선정하거나 NYC 공원국과 협력하여 매장을 위치 선정하는 방식으로 제한을 해결했습니다.
또한 가격은 스타벅스와 던킨의 중간으로 책정했습니다.(아이스라테 기준 $4.25달러, 던킨 $3.75, 스타벅스 $5.50) 맛은 엄청나게 맛있지 않지만, 충분히 좋다고 합니다. 적당한 맛으로 Take out에 최적화된 매장을 만든 거죠. 그리고 스위스제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만들고 모바일 app을 통해 주문을 받습니다. 덕분에 직원 1,2명으로도 원활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임대료와 인건비 줄여 고정비용 최소화했습니다. 때문에 매장을 오픈하면 2개월 이내에 수익성을 달성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합니다.
하이 테크를 곁들인 커피전문점
# 기술을 활용한 운영 효율성 # 자동화 # 간소화
누군가가 틱톡 댓글에서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테크 회사다"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브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입니다. 기술을 활용해 커피 전문점의 운영에 효율성을 높였어요. 예를 들면 바리스타는 커피를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앞에 말한 *스위스제 에스프레소 머신이 커피를 만들어요. 로봇이 만들어 주는 커피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스위스제 에스프레소 머신의 가격은 뉴욕의 바리스타를 1년 동안 고용할 수 있는 비용입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는 1시간 동안 최대 80-90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스위스제 에스프레소 머신은 1시간 동안 700잔을 만듭니다. 생산성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요. 때문에 매장 당 1, 2명을 고용함에도 능률적으로 바리스타가 일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고객 순환도 빠르게 이루어지고요.
또한 전용 APP을 만들어 고객이 주문하는 과정을 간소화했습니다. 그리고 바리스타는 고객과 관계를 집중함으로써 훌륭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찾아보니 바리스타가 친절하다는 평이 많아요.) 정리하자면 커피를 빠르게 픽업 할 수 있는 편리함과 바리스타의 호스피탈리티(친철함)를 경험할 수 있는 커피 전문점입니다.
커피 전문점의 새로운 물결
# 커피맛 1등? 아니어도 오히려 좋아
퀄리티로 승부를 보는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커피 전문점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또한 작년에 타이거 글로벌(Tiger Global) 같은 VC들에게서 6,700만 달러의 투자를 세게(?) 받았습니다. 올해는 런던에도 새로운 지점을 오픈하는 등 세계화를 위해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국 커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그림은 제가 고객 경험과 가격으로 나누어 본 미국 커피 전문점 브랜드 포지셔닝 맵입니다. 블랭크 스트리트는 뉴욕 로컬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던킨보다는 비교적 우수한 호스피탈리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객 경험을 높게 포지셔닝했어요.
여기서 던킨과 세븐일레븐이 메가와 컴포즈 커피로 바뀌면 한국 시장과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현재 한국은 브랭크 스트리트 커피처럼 중간 지점에 포지셔닝된 브랜드가 없지 않나 싶습니다.(굳이 비교하자면 이디야 커피) 그리고 메가와 컴포즈 같은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가 동네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데요. 결국 이디야처럼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선택 할 수 밖에 없어요. 결국엔 저가 커피의 의미를 상실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고정비(임대료)와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동화, 간소화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적당한 맛과 운영 효율을 높인 브랭크 스트리트 커피 사례는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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